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50대 직장인을 바라보는 동상이몽(#2)

당사자에서 방관자로(보직 없는 50대의 심리적 기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보이는 모습을 심리적 패턴으로 유형화한 결과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되었는데(도표), 먼저 보직을 박탈당한 50대 유형(꺾여진 날개)의 속마음은 ‘조직에서는 타이틀이 중요하다, 뒷통수 맞았다, 억울하다, 인사 제도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잔소리 많은 50대 유형(딴지 대마왕)은 ‘내가 다 해봤다, 내가 다 안다, 우리 회사는 나 같은 인재를 못 알아본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마지막 일 하기 싫은 50대 유형(셀프 안식년)은 ‘회사에 충성해 봤자 다 부질 없다, 내 살 길은 내가 챙겨야 한다, 가늘고 길게 가자’는 전제를 가지고 있었다. 

  보직 없는 50대의 70~80%는 이 세 유형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된다.


(출처: 트라이씨 심리경영연구소, copyright)


  우리네 인생은 대칭과 축으로 이루어진다. 도표에서 보듯이, 꺾여진 날개의 심리적 대척점에는 현직 팀장과 임원이 있다. 꺾여진 날개의 과거 모습(팀장)이자, 승진했다면 본인이 있을 수 있었던 자리(임원)다. 꺾여진 날개 본인도 속상하겠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는 팀장과 임원 역시 고민이 많다. 이들을 관리하지 못하면 본인의 리더십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딴지 대마왕의 대척점에는 최근 입사한 사원과 대리들이 있다.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보다는 ‘예전에 나도 다 해봤다’는 전제 하에 한마디씩 거드는데 함께 일하기 참 지친다. 

  셀프 안식년의 대칭은 한창 치열하게 일하고 있는 과장과 차장들이 있다. 이들은 세대 중간에 끼여, 회사 일은 우리가 다하고 있는데 높은 연봉에 느슨하게 일하는 셀프 안식년 선배들을 볼 때마다 박탈감이 밀려온다. 

  보직 없는 50대의 서로 다른 3가지 모습에 그들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마음 3가지가 추가된 6가지 모습이 우리 조직의 자화상이다. 


 이런 심리적 구조는 보직 없는 50대가 조직에 어떻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중요한 점은 지난 10여년 사이 한국 사회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이들이 다수가 되어 버렸고, 이 현상은 향후 7~10년 동안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비해 회사의 인사정책은 여전히 신입사원과 중간관리자 집단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인력의 고령화에 따른 인력관리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인력관리 패러다임 바꿔야
인구구조상 50대 가장 많아…퇴직예정자 관리 더 정교해져야
`알아서 나가라`는 식으로 무보직 방관땐 조직활력 떨어져
새로운 직무 이동 돕고 조직내 멘토役 할 수 있게 해야

우리는 스스로 전력투구한 것을 인생에서 돌려 받는다

  그동안 보직 없이 근무하는 고직급 집단에 대한 대처 방식은 ERP(Early Retired Program) 혹은 인사상 조치들이 대부분이었으며, 당사자들의 입장을 고려한 심리적 접근은 고려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지 않고 이 집단을 계속 방치할 경우, 점점 더 노회한 방관자의 모습을 띠고, 조직 내 부정적인 영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행동에는 개인의 특성보다 상황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관점에서 회사는 보직 없는 50대 직원들에게 새로운 직무로의 이동이나 경력개발 교육, 동료 직원들에 대한 멘토 역할 부여 또는 안식년처럼 새로운 상황의 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이 잃어버린 존재감과 자존감을 부분적으로나마 회복하고 활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임금피크제의 기본적인 전제는 나이와 생산성이 반비례한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한 반론의 여지도 충분하다. 개인별·직무별 차이를 고려한 차별적인 보상정책이 개인이나 회사 모두에게 더 효과적이지 않은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의할 점은 이들이 수십 년간 몸담았던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의 특성은 사람들의 생각, 행동 특성 그리고 생활 방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한번 풀어진 인생의 근육은 정년 이후 다시 만들기 힘들어
인생 후반전 다시 뛰려면
학력·연봉·명함 다 덜어내고
자신을 새롭게 돌아봐야

  개인 또한 마찬가지다. 보직 박탈이나 임금피크를 대충 일하기와 저성과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하면서 정년까지 조용히 지내다가 정년 이후에 새 삶을 만들겠다는 은밀한 꿈을 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개인의 전투력이 약화되고 새로운 변화를 만들 동력을 상실한다. 심리학자가 볼 때 재직 중에 한번 풀어진 인생의 근육이 정년 이후 다시 만들어지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회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정해진 미래’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이 길을 걸어간 선배들을 만나 최근 어떻게 지내시는지 알아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 선배의 삶이 짠하다면 나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라. 그 선배가 잘 살고 계신다면 그 비결이 무엇인지 귀담아라. 


  그리고 회사를 당신에게 일거리를 주는 고객이라고 생각해보라. 일과 회사에 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진다. 회사는 급여를 주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게 해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무소속 상태로 자기의 길을 스스로 계획하고, 자기 실력에 따라 흥하거나 망하는 초소형사업가로서의 삶을 살아나가야 한다. 좋은 싫든 거부할 수 없는 추세다. 여러 분야에서 쌓은 업무 경험은 초소형사업가로서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피해자 심리는 위험하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긍정적인 변화 가능성을 봉쇄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회사가 나를 알아주지 않은 것이고, 따라서 내 잘못은 없으니까, 나는 피해자이고, 내가 바뀔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피해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불편함에 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재의 불편함을 자처해야 한다. 좋은 직장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일수록, 연봉, 학력, 명함 빼고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 보아야 한다. 그것을 위해, 지금 매일의 일상을 좀 더 충실하게 채워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 당신은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고 있는가?




작가의 이전글 50대 직장인을 바라보는 동상이몽(#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