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쭙잖은 대학을 나는 7년을 다녀서야 졸업했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아니라 비우지 못한 그간의 세월이 너무나 속절없이 느껴진다. 조금 더 게워냈다면, 오히려 경제적 자유가 더 가까워지지 않았을까도 싶다.
내 부모의 피와 살로 먹고 살았으면 이제는 되돌려드려야 할 때가 온거 같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이제서야 등허리를 피기 시작한 터라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음식, 옷 등을 한 번도 헤아려 본 적이 없다. 불효자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간다.
요 근래 아버지가 좋아하는 옷 스타일을 빨래를 돌리며 알게 되었다. 집안일이라고는 손방이었던 내가 울세탁 그리고 표준세탁을 구분하면서 세탁기를 돌리고 차분히 앉아 마른 빨래를 개킨다.
어머니의 요리를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요리사처럼 맛있는 음식을 해 드린다고 삼남매가 약속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모이기도 어렵고 늦은 저녁 얼굴만 볼 때가 많아 어떻게 먹거리를 나눠야 할 지 고민중이다.
철들자 망령난다고 이런 내가 내일이야 죽겠냐마는, 연말연시 어떻게든 가족들과 행복하고 싶어 바둥거린다. 연초의 계획과는 많이 틀어졌지만, 나 스스로 나름 가족들을 위했다고 생각한다.
역시 뭐니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겠지만 아.. 아직은 게이지가 모자르다. 그래도 연초 즈음 내가 모아둔 돈을 털어 가족 모두를 위해 작게나마 국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뽀작뽀작 글씨 교정 연습을 해 예쁜 편지를 쓰고, 음악을 만들어 선물해드리고 싶기도 하다. 브런치에 처음 음악만들기와 글쓰기를 게재할 때 할까 말까를 엄청 고민을 했었다. 나는 할까 말까를 고민할 때마다 해 놓고 나면 오히려 후회가 적다고 생각해 저지르는 편이다. 이젠 노래를 부르는 것이 꽤 유쾌하다. 덧붙여 정해진 날짜에 올리기 때문에 그날의 감정이 어떻든 간에 해내야만 하는 꾸준함이 생겼다. 나를 채근하지 않고 단련하는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하지 않아도, 내가 즐거운 곳을 만들면 되니까 하루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 않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내가 그리는 대로 힘차게 나아가고 싶다. 아자 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