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웠던 그 향

교보문고 특유의향

by 구름 위 노을

문득 교보문고 특유의 향이 그리웠다

결혼 전에는 우울감이 드는 날이나 여유시간이 생긴 날이면 집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 광화문으로 향하고는 했었는데 아이 둘을 등원시키고도 집을 지켜야 할 것 같은 의무감 아닌 의무감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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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티 안나는 집안일을 완벽하게 해놔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고 5월에 이사하고도 아직 어수선하게 자리잡지 못한 것들이 눈에 자꾸 거슬려 귀하게 생긴 여유시간 집 밖으로 나가는 건 정말 큰맘 먹어야 할 수 있는 게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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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11월, 12월은 은둔의 시간을 즐기던 나조차도 밖으로 끌어내는 묘한 힘이 있었던 것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생기는 묘한 작심삼일의 기운이라고 할까

지난 4년간 이 기운을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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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왠지 겁이 났었는데 그 또한 일상인 사람들도 있을 건데.. 하는 생각에 지하철을 타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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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정말 정말 오랜만에 혼자 번화가(?)에 나와있는 기분은 두리번두리번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서 더 실감했다

그동안 나는 왜 스스로 나를 이렇게 집 안에 가두고(?) 지내왔을까? 단연코 출산과 육아 때문이었다고 말하기엔 워킹맘들도 있기에 그것에 핑계를 댈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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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맡은 교보문고만에 특유의 향은 지난 4년간의 쳇바퀴 돌듯 지내던 나의 삶에 잠시 타임머신을 타고 결혼 전의 나로 돌아간 것 같은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느끼게 한 것 같다


(그런데 엄마임을 잊지 말라는 듯 어젯밤 밤새 토한 첫째와 오늘 종일 가정보육을 하며 어제 내게 주어졌던 5시간의 자유시간이 더더욱 꿈인 것만 같은 기분이..

그동안 모아놨던 엄마표 놀이들 죄다 꺼내 엄가다로 오늘 하루를 보냈다

오늘 같이 열 일 한 이불빨래 세탁기&건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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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함께한 코로나19로 위드 코로나가 되고 나서 급변한 세상의 많은 것들이 육아로 생긴 공백기+엄마, 아내가 아닌 나 한 사람의 인생 가운데 미래를 계획하는 이 시점에 길을 잃은 듯 방황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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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도움 없이 아이 둘을 키우며 너무 갇혀 살았던 전업주부가 된 후에 나의 삶 '급변한 세상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이런 세상 속에 우리 아이들은 어떤 사람으로 키워야 할까?' 고민하게 하는 요즘 서점에 늘어선 책 제목들만 보고도 조금이나마 세상 변화에 민감해져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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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싶다 교보문고 특유의향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