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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Nov 07. 2024

다음 안전기지로의 안전한 착륙을 위해_

그림책#3. 내가 없는, 내가 있는_조은지


내가 없을 때와 내가 있을 때,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세상까지도 아닌 우리 집은 어떻게 달라질까,,?


나의 존재감에 대해 또 가족들의 존재 유무를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없었을 때와 아이가 생기고 나서

남편이 없을 때와 남편이 있을 때     

그림책은 같은 장면에 한쪽엔 내가 ‘있고’, 한쪽엔 내가 ‘없는’ 모습을 비교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려나간다. 선명한 색감의 종이를 겹겹이 오려 붙여 채워나간 장면마다 나의 존재감의 유무는 큰 변화를 보여준다.     

정리정돈이 말끔하게 된 집안의 모습, 어수선하게 늘어진 아이의 흔적으로 가득한 집안의 모습


거미 한 마리가 변기 옆으로 기어가다 아이의 등장으로 도망가는 모습


뚜껑이 꽉 닫혀있는 로션이 나의 등장으로 이마 콧등에 발라진 모습

내가 없는 친구는 나를 만나 더 넓은 블록을 쌓아 올릴 수 있게 되고


내가 없는 백지들은 한 장 한 장 나의 흔적들로 채워지고     

식빵 한 조각이 딸기잼과 나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사라지는 모습


내가 없는 엄마 내가 있는 엄마 이 장면 속 그림은 작가님이 이 그림책 속에 담아내고 있는 아이의 모습처럼 보인다. 아이의 등장으로 한 잔의 커피는 사라지고 한 입 베어 문 달달한 초콜릿과 오동통한 아이의 손에 들린 연필로 써 내려간 어설픈 한글 편지가 사랑스럽다.


종일 아이에게 시달리고도(?) 육퇴 후 핸드폰 속 내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열어보며 아이의 모습을 되새김질하던 시절도 떠오르고,,(얘들아 미안~ 요즘은 결혼 전 엄마사진을 자꾸 찾아보게 되네^^;;)   

      

평범한 남자 모습의 내가 없는 아빠는 빨간 망토를 한 슈퍼맨이 된 내가 있는 아빠의 모습을 담았다.     




그림책을 쓴 작가는 재즈 음악을 공부했고, 색소폰 소리에 아이가 깰까 그림을 시작했다고 한다. 어쩐지 그림책의 제목에서도 재즈가 느껴진다. 책과 그림 그리고 이야기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던 작가님은 아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쓴 첫 책이 제1회 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 상을 받았다.     

     


우리 집은 주말부부라 아빠의 존재유무에 따라 집 분위기가 많이 다른 편이다. 아빠가 있는 평일 아이들의 등원 길은 신이 나있다. 얼마 전 큰아이 담임 선생님을 통해 들은 이야기지만 등원 전 아빠의 풍차 돌리기로 유쾌한 등원 인사를 하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그들만의 비밀 세리머니가 있었나 보다. 평소 엄마는 제한하는 많은 것들이 아빠로 인해 풀어지는 날이기에 아이들은 아빠가 오는 날을 더 손꼽아 기다린다.      


나 또한 남편이 없는 주간은 불안감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남편이 오는 날은 편안하게 몇 시간 푹 잠들 수 있는 날이다.

남편은 참 이상한 존재야

라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같이 있으면 싫은 듯 좋으면서도 떨어져 있으면 좋은 듯 싫으니,, 나와 아이들에게 남편의 존재가 주는 안정감은 분명 있다.      


이 그림책은 까꿍 놀이를 통해 대상 영속성이 시작되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들이 똑똑하다는 어른들의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대상영속성과 유사한 개념으로 애착관계에서 대상항상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부부사이에도 애착형성의 골든타임이 있고 부부간의 애착형성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떨어져 있는 시간이 더 길기에 정서적 친밀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부부간에도 딸들에게도 결핍이 되는 부분을 어떻게 하면 채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시간도 많다.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고자 하는 건 성욕보다 강한 인간의 본능  -애착이론의 창시자  -John Bowlby
       
(애착의 본능이 유아기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이 부모에서 연인이나 배우자로 바뀌는 것.)  

부부는 서로의 심리적 생존을 책임지는 애착 대상이다.  -신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와 애착형성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건지 많이 집착하던 때가 있었다.

애착형성이 인간의 성장에 여러 요인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러다 보게 된 ‘철사 엄마 헝겊 엄마 원숭이 실험’(1958) 영상이 있다. 상자 안에 두 엄마가 있고 하나는 먹이를 주는 철사 엄마, 다른 하나는 먹이를 주진 않지만 원숭이가 좋아하는 촉감의 부드럽고 폭신한 헝겊엄마 아기원숭이는 어느 엄마 옆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까?  


원숭이는 철사 엄마에게서 배고픔만 해결하고 헝겊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붙어 있는 행동을 보였다. 더 자라면서는 아예 헝겊 엄마에게 매달려서 철사엄마의 우유만 먹기도 하고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에는 재빠르게 헝겊 엄마에게 달려가 안기는 걸 볼 수 있었다. 이 실험의 결론은 접촉이 주는 따뜻함을 사랑의 본질이었다.     


‘부부는 싸워도 한 침대를 써야지’라는 옛 어른들의 말처럼 부부는 떨어져 지내기보다 함께 하며 정서적 친밀감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나와 직업의 특성상(?)이라고 말하는 (간혹 꼬여있는 내 속마음은 신혼 때부터 지방에서 숙소생활을 하는 남편을 보며 ‘결혼을 하고도 자유를 누리는 저 인간이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남편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신혼 때부터 거주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나만의 몫이 되어 버린 듯하지만,,


독점육아가 지속되면서 경력단절의 시간은 자꾸 늘어나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답답함이 나를 쪼그라들게 할 때가 자주 있다.     


아이들의 ‘있음’은 나의 많은 것들을 변화시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나의 삶도 나의 몸도 마음도 많은 것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란 지금 현재의 나에게는 엄마라는 역할이 ‘내가 없는’ 나 스스로 나를 자꾸 지워나가 나 자체로의 영속성을 찾지 못하는 것 같은 마음과 엄마의 역할을 이제는 조금 내려놓고 내 이름으로의 나를 찾아가고 싶은 ‘내가 있는’의 간절함이 충돌되는 빈도가 잦아져 혼란스러운 시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는 ‘내가 있는’을 느끼고자 발버둥 치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진로고민은 학창 시절로 끝인 줄 알았건만 진정한 진로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인 듯하다.     


나의 정체성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 대상항상성은 우리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통합하고, 나아가 미래를 계획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인 대상항상성은 단순한 심리 현상을 넘어서,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관계를 어떻게 맺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이 항상성은 우리가 더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고, 감정을 풍부하게 경험하며,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우리가 이 개념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적용할 때, 삶의 여러 측면에서 안정감과 속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없는, 내가 있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안정감을 주며 헝겊 엄마 원숭이 같은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는 대상이길 바라본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애착대상이 제공하는 안전 기지를 기반으로 여행하는 삶을 살 때 가장 행복하다. 성인의 사랑도 애착의 결합이며 이는 부모와 유아의 결합과 같다.
 
-John Bowlby          

나를 안전기지로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충만한 채움을 주고 있는지 돌아보며,

우리 아이들이 안정감 있게 다음 안전기지에 잘 착륙할 수 있도록 나를 안전기지로 삼는 동안은 따습게 보듬는 엄마가 되어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글을 읽어주신 이 모두  

곁에 안전 기지의 포근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행복한 여행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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