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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Oct 31. 2024

잠시만요,,

그림책#2. 이 선을 넘지 말아 줄래?_백혜영

 이 선을 넘지 말아 줄래? _ 백혜영     


그림책 제목을 보니 어렴풋 책상 가운데 금을 그어두고 넘어오지 말라며 신경전을 벌이던 짝꿍이 생각난다.

요즘은 1인 책상이 기본이지만 나의 초등학교시절,, (한글파일에서 글을 작성 중인데 국민학교라고 쓰니 바로 초등학교라고 수정이 된다,,  연배가 드러나는 것인가 ㅎㅎ;졸업은 초등학교라는,,)

라테만 해도 2인용이 기본이었으니 시대의 변화 속에 물건의 변화만 보아도 MZ세대의 뚜렷한 성향들이 왜 나타나는지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는 다수의 사람과 함께 하는 것보다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편했다.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너무 힘들었다.

성인이 되어 여러 강의를 접하면서 프레임에 나를 가두고 지내온 시간이 길었음을 알게 되었다.


대인관계는 어린 시절부터 나의 가장 큰 숙제였던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비교 대상이 되어왔던 여동생은 동네에서도 가족들에게도 둥글둥글한 성격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고 성격 좋은 아이로 칭해진 반면 낯을 가리고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나는 모난 아이로 바라보는 시선을 많이 받았다.    

어찌 보면 타고나는 성향인데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좋은 성격, 나쁜 성격이라고 판단하는 시선이 억울했었다.      

두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서로 너무 다른 성향에 아이들에게서 나와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책표지의 [이 선을 넘지 말아 줄래?] 빨간 마스킹테이프로 쓴 듯 한 제목을 사이에 두고 두 마리의 새가 마주 보고 있다.

두 마리 모두 두 손을 맞잡고 서로를 바라보는 모습에 조심성이 가득해 보인다.



한 페이지를 넘기니 분홍빛 새가 아무것도 모르고 앞만 보고 가는 지렁이를 목표물로 삼은 듯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먹음직스럽게 살이 오른 지렁이를 잡았다!

맛있게 먹을 생각에 신이 난 분홍빛 새는 함께 나눠 먹을 누군가를 떠올린다.



 그 친구도 아주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 성큼성큼!!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냉정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초록색 새.                            

당황한 분홍빛 새는 걱정과 고민에 빠진다.     



무슨 일 있어?
엄청 맛있는 지렁이인데,,,
내가 좀 기다릴게.
같이 먹어야 더 맛있지!
그러지 말고 이 선 좀 치워봐,   
  

그러나 여전히 선을 긋는 친구의 경계선을 기어코 끊어버린 분홍빛 새     



아냐.
그래도 싱싱할 때 먹어야 제 맛이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먹고 해.
안 먹으면 후회할걸?
우리 사이에 이깟 선이 뭐라고.
같이 먹,,,     


순식간에 눈앞에 더 많은 선들이 지그재그로 잔뜩 그어졌다.          




극 I성향인 나 또한 너무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이들에게 놀란 거북이처럼 목을 쏙 집어넣고 뒤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맛있는 걸 보자마자 나눠먹을 대상을 떠올리고 끊임없이 돌진하는 핑크빛 새의 마음이 지그재그로 그어진 경계선만큼이나 조각조각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문득 먼저 다가와 주었던 이들이 스쳐 지나가며 미안한 마음도 든다.




도대체 왜?
무슨 일 있나?
나한테 화났나?
내가 뭘 잘못했나?
좋아할 줄 알았는데..
바쁜데 방해했나?
이 선은 다 뭐야?
무슨 일이 있나?
지렁이 같이 먹으려고 한 건데,,
그냥 갈걸 그랬나?
내가 잘못한 건가?
아니면,, 나를 싫어하나?ㅠ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초록빛 새     

미안함 가득한 표정으로 그어두었던 선을 모두 끊어버렸다.           

그리고는 사실을 말하는 초록빛 새     



사실,, 나 지렁이가 너무 무서워.   

분홍빛 새가 너무 신이 나서 얘기하니 계속 돌려 말했던 건데,,     

분홍빛 새는 초록빛 새도 당연히 지렁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새라고 다 지렁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네가 지렁이를 무서워하는 줄도 모르고,,미안해.     
아니야. 널 속상하게 해서 내가 미안해.          


그제야 솔직한 속마음을  드러내는 초록빛 새

진실한 대화와 사과가 오가는 저들의 대화가 아름답다.



초록빛 새도 배가 고팠던지 같이 맛있는 걸 먹자고 싱싱한 파리를 꺼낸다.

이번에는 분홍빛 새가 선을 긋기 시작한다.      

잠깐!
지금은 내가 좀 바빠서,,

귀여운 그림체와 색감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다. ^^


상대가 좋아하는 걸 하기보다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게 상대의 호감을 사는 것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7살 첫째가 요즘 관심 있게 읽고 있는 책 '동의'에서도 ' 너와 나 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나만의 경계선을 정하는 법, 나의 행동을 돌아보는 법, 멋진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아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같다.

육아지원센터를 통해 들었던 많은 부모교육의 기본 내용 또한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불편한 상황은 어떤 상황인지등 나를 알 때 나만의 경계선이 생기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것이 공유되었을 때 개개인의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결혼 8년 차인 우리 부부는 연애시절이 길지 않았고 결혼하자마자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함께하는 시간보다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여전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은 듯 하지만 어떤 점이 건드려졌을 때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지 정도를 파악하는 시기가  오고 그 경계선을 넘지 않으려 노력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이 되어감을 느낀다.


상대의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따뜻하게 오래 볼 수 있는 관계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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