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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Oct 24. 2024

아이가 나를 키운다

그림책#1. 내일은 맑겠습니다.

  

18년생, 20년생 두 딸아이를 키우며 아이의 나이에 맞춰 나도 함께 성장한다.      

알려주지 않아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타고난 나를 닮은 아이들 모습 속에서 하루하루 나를 발견하며

다독이지 못했던, 마주하지 못했던 나를 토닥인다.     

그 어느 때보다도 육아를 하면서 헐벗은 나의 민낯을 보게 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들 앞에서 나는 페르소나를 쓸 수가 없다.     

그림책에 관심이 생긴 건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 첫째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기가 너무 버거웠을 때였다.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장면장면을 매개로 아이의 마음을 들을 수 있었고 이해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육아로 심란한 마음이 들 때 내가 주로 찾아가는 곳은 그림책이 가득한 도서관에 유아코너였다.

책장에 꽂힌 그림책 제목을 훑어보다가 마음에 들어온 책을 골라 잡아 읽다 보면 그림책이 그렇게 위로가 될 수가 없다. 아이들 등원 후 카페에 모여 앉아 커피 한 잔 하며 엄마들과 육아의 고충을 털어내는 시간보다 혼자 조용히 그림책에 힘을 의지하는 나는 극 I의 사람이다.   

  

오늘 마음에 들어온 그림책은 내일은 맑겠습니다.


책표지를 가득 채우는 노란 원에 길게 늘어선 노란 줄.

큰 가방 안에는 뭐가 들었는지 축 늘어진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한 팔로 버티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오늘 하루 나에게 주어졌던 무게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도 한 팔로 버텨 주는걸 보면 감당할 만큼의 무게였나 보다.




                 여러분의 오늘 하루 무게는 어땠나요?



표지를 열어 보니 노란 선이 이어져 있다.

노란 선 위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딘가를 향해 모두 전진한다.     


날씨를 알려드립니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반짝 추위가 찾아올 예정입니다.     



노란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의 표정이 무거워 보인다.    

월요병..

아이들 웃음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나서 가장 기다려지는 월요일은 병이 아닌 약이다..^^


쌀쌀한 하루가 예상되니
옷차림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긴 여름 뒤에 가을이 스쳐 지나가고 10월에 찾아온 겨울 같은 날씨

사계절이 분명했던 대한민국에도 봄, 가을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사람들의 마음날씨도 봄, 가을에 따뜻하고 서늘함 보다 여름, 겨울에 뜨겁고 추운 계절이 자리 잡힐까 걱정이다.  


건장한 성인 남자로 보이는 이들이 길게 늘어섰던 노란 줄을 어깨에 짊어지고 힘겹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림책 속 노란 선은 등장하는 사람들의 동선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선 안에서 역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페이지 전체가 노랗게 물들어 물속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노란 선 안에서 안간힘을 쓰며 움직이던 사람들을 따라가며 바짝 긴장하고 있던 몸이 풀어지는 느낌마저 든다.

종일 온 주파수가 아이들에게 맞춰져 있다가 아이들이 막 잠든 육퇴 후에 마음처럼_   

양쪽에서 서라운드로 쫑알쫑알하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곤히 잠든 고요함을 안겨주는

하루 중 가장 평안한 시간


바짝 엎드려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뚫고 가는 사람들

높은 정글짐 위,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오르려는 사람들의 모습     

앞날을 알 수 없는, 정상을 향해 가고픈 사람들의 삶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약자와 어린이는 외출을 삼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버스에 앉아있는 듯 보이는 유치원생 아이들과 어른들

화면 가득 분주함이 뒤섞여 있는 사람들

우리의 하루하루는 매일이 분주하게 반복되는 듯 하지만

그 일상에 소소한 다름으로 인해 행복함을 느끼며 살아가는 듯하다.     

길안내가 끊겨 걸음을 멈춘 시각장애인

길게 솟아 앞뒤로 흔들리는 세일을 알리는 풍선

파이팅 넘치는 글러브를 낀 권투선수

등산객 머리 위로 보이는 비구름

어딘가에 시선을 빼앗겨 엄마 손에 이끌려 가는 꼬마아이

여유로워 보이는 나무늘보

머뭇머뭇 서성이는 듯 보이는 뒷짐기고 서있는 소년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뒤섞인 세상


노란 선에  또 다시 안간힘을 다해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같이 숨을 흡~ 참게 된다.

미간을 찌푸린 사람을 보고 응원을 하게 되기도 하고,

자기 스스로와의 싸움을 하는 선수

링 안에서 승부를 겨루는 피 튀기는 뜨거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최대순간풍속 40m/s의 강풍이 예상되니
낙하물로 인한 사고에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행히 토요일은 하늘이 맑겠고
낮 기온은 평년 수준을 보이겠습니다.
졸음운전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흘러나오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운전대를 잡고 잠든 사람

흐물흐물 늘어져 가는 사람들을 보니 내 몸의 기운도 쭈욱 늘어지게 된다.     

노란선은 여기저기 흩어져 클라이밍 암석이 된 듯

많은 이들이 매달려 있다.

우리는 왜 무언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 자리를 지켜내려고 애쓰는 걸까?

     

바깥 활동을 늘려 보시기 바랍니다.    
한 주의 끝인 일요일은 조금 이른 단풍이 절정을 이루겠습니다.
쾌청하고 포근한 날씨는 당분간 길게 길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날씨였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의 날씨는 어땠나요?   

 

특별한 스토리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 그림책이지만 일기예보를 BGM 삼아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다.

역동적인 모습들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님은 얼마나 긴 시간 같은 곳에서 혹은 다른 장소에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했을까,,?


이 그림책은 그림 속 다양한 사람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가방을 메고 유치원을 가는 어린이, 교복을 입은 학생, 안전모를 쓴 사람, 등산객으로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동일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따라가며 한 장 한 장 넘겨보는 재미도 있고, 책 표지에서부터 시작되는 노란색 선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물의 탈을 쓴 듯 한 사람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단 숨에 넘겨가며 한번 읽고 덮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쉬운 그림책이라 주인공을 바꿔가며 여러 번 그림책을 다시 보았다.


다양한 날씨처럼 우리 인생은 희로애락의 다양한 날씨를 느끼며 살아간다.

우리의 삶처럼 일기예보가 맞을 때도 혹은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예측하기 힘든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중에도 각자 자기의 속도로 나아가다 보면 내일의 날씨는 맑을 거라고 말해준다.      


아이들로 인해 행복한 하루하루지만

단 하루라도 혼자만의 여행을 꿈꾸며 마지막 장면을 따라 내일도 열심히 달려 보렵니다.

오늘 하루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의 날씨도 맑았으면 좋겠습니다..^^



빠르게 천천히 유연하게 단단하게 같이 또 홀로 오늘을 따라 걷는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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