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보다 태양_생각의전환
어쩌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시선을 등불 삼아
그 길을 따라나서기도 하고,
어른들의 시선을 거울삼아
자신을 마주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림책 속 어른들의 시선] _ #1. 구름보다 태양
몇 달 전 딸아이가 잠자기 전 침대에 걸 터 앉아 본인이 쓴듯한 글을 발표하듯 읽어 내려갔어요.
그 내용은 반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지 않는 친구의 잘못된 행동을 본 그대로 쭈욱 나열한 글이었어요.
먼저 궁금했던 건 그 글을 왜 썼는지 그리고 그 글의 내용을 혹시 그 친구가 알고 있는지 물었어요.
아이는 반 친구들이 모두 그 한 아이가 학교에서 잘못한 점을 적어 교실 앞에 나와있는 그 아이를 마주 향해 쓴 글을 읽었다고 해요.
학기 초부터 반에서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짓궂은 남자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학년 말 아마도 선생님의 한계 노선에 다다라 하게 된 벌이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양쪽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어쩌면 '말 안 듣는 아이'로 낙인 된 이 친구는 친구들이 읽어 내려가는 글을 들으며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을까? 오히려 수치스럽고 반발심이 생겼을까..?
선생님이 제시한 이 벌을 통해 과연 반 친구들은 이 과정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 친구를 반면교사 삼게 되었을까? 앞에 서 있는 친구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공감하게 되었을까?
자세하게 그 상황을 보고 결과를 듣지는 못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선생님의 방법이
아이의 학급에 적어도 한 사람을 낙인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마음을 남기진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림책 <구름보다 태양>은 어느 학교에서 청소부 아주머니가 발견한 여자 화장실 벽에 쓰인 나쁜 말로
반 여자아이들 모두 교장실에 불려가 교장선생님의 물음에 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시작이 돼요.
교장 선생님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했어요.
"우리 학교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절대로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우리는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어요.
대체 그 나쁜 말이 무엇일까요?
누가 그랬을까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 구름보다 태양
벽에 쓰인 나쁜 말이 궁금했던 몇몇 친구들은 화장실을 몰래 들어가 그 낙서를 찾아요.
발견한 친구들은 놀라움에 울음을 터뜨립니다.
다음 날, 그 화장실은 사용할 수 없게 문이 굳게 잠겼고 다른 층에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어요.
우리는 생각했어요.
'왜 남자아이들은 교장실에 불려 가지 않는 거지?
남자아이가 몰래 들어간 걸 수도 있잖아.'
- 구름보다 태양
여자 화장실에서 일어난 일이기에 여자 친구들만을 불러 상황을 파악했던 교장선생님의 의심 어린 시선은
여자아이들의 시선과 마음에도 그대로 서로를 의심하는 시선으로 심어졌어요.
우리는 반 친구들을 의심했어요.
누구 얼굴에 죄책감이 묻어나진 않나 주의 깊게 살폈어요.
누가 언제 화장실에 갔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려고 애썼어요.
도대체 누가, 왜 그런 짓을 한 건지 꼭 알고 싶었어요.
이제 그 나쁜 말은 입에서 입으로 퍼져 나가 모르는 아이가 없게 되었어요.
나쁜 말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괴롭혔어요.
- 구름보다 태양
이 그림책에서 어른들의 시선을 거울삼아 아이들이 자신을 마주하는 장면을 가장 잘 나타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일이 없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나쁜 말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어요.
어떤 아이들은 걱정하거나 불안해했고,
어떤 아이들은 슬퍼하거나 화를 냈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아이는 없어요.
우리는 예전보다 더 못되게 굴었어요.
데본이 연필을 깎으러 가다
넘어졌을 때,
우리는 깔깔 웃어 댔어요.
- 구름보다 태양
그리고 아이들을 향하는 어른들의 시선이 담아내야 하는 현명함은 바로 이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교장 선생님은 우리 모두가 특별하고, 우리 학교가 특별하대요.
그리고 분명히 알고 있대요.
세상 무엇보다 우리가 고운 마음을 가졌다는걸요.
때때로 우리 자신이 그 사실을 잊더라도요.
이곳에 그런 나쁜 말이 설자리는 없다고 말했어요.
- 구름보다 태양
이 장면 이후로 나오는 장면들엔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어요.
의심의 마음으로 바라보았던 어른의 시선이 아이들의 시선도 서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고,
무언의 의심받은 자로 낙인 되었던 아이들이 그 낙인을 벗어내고 특별한 존재로 다시 마음을 씻어내는 계기가 되죠.
나쁜 말로 낙서되었던 벽을 모두 함께 그림으로 채우는 프로젝트로 과정을 통해 남자아이들도 여자 화장실을 들어와 모두 함께 생각을 전환하는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나쁜 말은 여전히 거기에 있다는 거예요.
담임 선생님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도 남아 있을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그걸 바꾼 거래요.
우리가 믿는 좋은 것들로
그 벽을 칠했을 때 이미 달라진 거래요.
- 구름보다 태양
하지만, 말이라는 게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딘가에도 남아 있을 그 말을 우리가 믿는 좋은 것들로 바꾸는 것.
타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심어주는 것이 어른이 해야 하는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 그림책의 결말에서처럼 아이들이 서로 더 공감하고, 더 친절하게 대하게 되는 것처럼요.
우리 아이들에게 우선 적으로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
나아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아갈 주변 아이들에게도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
모든 어린이의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먼저 우리 자신을 일깨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날 수 없을 테니까요. 우리 모두가 함께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뭔가 좋은 일'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는 모두 빛나는 태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