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얼마나 이상한 감정인가. 크면 클수록 말로 표현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것을 담아낼 말은 작아지고 초라해진다. 그녀를 사랑하면서 나는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우리는 1년을 함께했다.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은 쉬지 않고 자라났다. 그녀와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는 무언가가 차올랐다. 그런데 그 차오름을 표현할 말은 고작 한 가지뿐이었다.
“사랑해.”
이 단어는 지나치게 평범하고 너무 익숙하다.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단어 하나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깊이를 그 몇 글자로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자꾸만 반복했다.
퇴근 후의 밤, 피곤한 몸을 소파에 던져놓고 있을 때쯤 그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밝고 가벼웠다.
“지금 뭐 해?”
그 짧은 물음만으로도 하루의 피로가 걷히는 것 같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나? 음… 사랑해.”
그녀는 한참을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저녁 공기를 가볍게 흔들었다.
“뭐야, 갑자기.”
“그냥 생각나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그 말이 뜬금없다는 걸 나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내 사랑은 순간적으로 차올라오는 감정이었고, 나는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식기 전에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다.
아침 출근길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잠이 덜 깬 채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던 중,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나는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이불속에 묻혀 있었다.
“사랑해! 일 잘하고, 좋은 하루 보내.”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뭐야… 고마워. 너도 조심히 출근해.”
그녀는 종종 내 말이 진심인지 묻곤 했다.
“왜 이렇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해?”
나는 잠시 멈칫하다가 답했다.
“사랑은 표현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내가 널 더 많이 사랑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그 웃음은 내게 바람처럼 가벼웠지만, 내 안에서는 폭풍처럼 크게 울렸다.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는 “사랑해”라는 말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면서 깨달았다. 사랑이란 감정은 표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방식은 단순했다.
내 감정에 솔직할 것. 사랑이 마음에 차오르면 바로 그녀에게 말할 것. 그리고 그 감정을 아끼지 않을 것.
사람들은 종종 사랑의 말을 너무 자주 하면 그 무게가 가벼워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믿는다. 사랑의 말은 반복할수록 깊어진다. 사랑이란 내가 간직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그녀에게 끊임없이 건네야 하는 마음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내 일상이자 중심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들기 직전까지, 그녀는 내 마음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웃었고, 그녀와 함께 울었다. 그녀는 나의 하루를 채워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그때 내가 “사랑해”라는 말을 그렇게 자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녀는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충분히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랑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지금도 머릿속에 맴돈다. 그것은 봄날의 바람 같았고, 여름의 비 같았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기로 내게 스며들었다. 나는 오늘도 그녀에게 사랑을 말하고 싶다.
사랑은 한계 없는 감정이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우리의 말은 늘 부족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