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한가운데 선명한 보름달이 떠 있다. 태양 아래 빛을 잃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존재를 드러내는 그 모습이 묘하게 낯설다. 보름달은 어둠 속에서야 제 빛을 발하는 법인데, 왜 이렇게 대낮에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
낮의 보름달은 마치 숨죽인 고백 같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풍경처럼 보일지 몰라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묵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듯하다. 뜨겁고 번잡한 햇살 아래에서도 자기 자리를 잃지 않는 달. 그것은 차분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품고 있다.
낮에 뜬 달을 본 사람만이 그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아마 낮의 보름달도 그것을 알기에, 이렇게 조용히 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