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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가보는 것에 대하여

by someformoflove

“참고 또 참으십시오. 끝까지 참을 수 있다면 결국 끝은 있는 법입니다.”

웹툰 무한의 마법사에서 본 이 한 문장이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았다. 짧지만 묘하게 집요한 문장이다. 끝까지 참으면 끝이 온다니. 언뜻 보면 당연한 말 같지만, 곱씹어 보면 그 ‘끝’이 정말 정답일까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어릴 적부터 남들이 말하는 ‘당연한 것’에 대해 의심이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말에는 늘 질문부터 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는 상황에서도 속으로는 “꼭 그래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거 해봤는데 안돼.”

“너는 아직 안 해봐서 몰라. 결국 변하게 되어있어.”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정말 끝까지 해봤을까? 안 될 때까지 해본 게 맞나?

될 때까지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그런 생각이 철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단순한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세상은 항상 정답을 강요한다. “이렇게 살아야 성공한다.” “이게 맞는 길이다.” 같은 말들은 지침처럼 존재한다. 우리는 그 틀에 맞춰 살아가고, 정답이 아닌 길을 선택하면 실패라고 낙인찍힌다. 그런데 가끔 묻고 싶다. “그게 정말 나를 위한 정답인가?”


나는 아직도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보기엔 미련하고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가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종교에 빠진 사람들을 보자. 평생을 사이비 교리에 빠져 살다가 결국 그것이 허상이라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죽어간다면? 세상 사람들은 그걸 비웃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 사람에겐 그 믿음이 진짜였다. 그 사람의 삶에서는 그것이 진리였다. 그게 삶을 헛산 걸까? 오히려 끝까지 믿었기 때문에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일관성 있게 살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걸 보면, 진리라는 것도 결국 끝까지 가본 사람만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두려움이야말로 우리를 멈추게 하지만, 사실 그 끝을 직접 본 사람만이 진짜로 무언가를 깨닫는다. 실패든 성공이든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세상에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이게 정말 나를 위한 길인가?”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살아가는 삶은 분명 매력적으로 보인다. 돈을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오르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을 사는 것. 이게 당연한 목표라고 여겨진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건 내 삶을 사는 걸까?


우리는 종종 ‘성공’이라는 목표에 맞춰 스스로를 끼워 맞춘다. 세상이 원하는 사람, 사회가 칭찬하는 모습으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그렇게 사는 게 어른스러운 것처럼 착각한다. 하지만 결국 남들이 만든 기준에 나를 억지로 맞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 자신을 버리고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삶.

그게 진정한 삶일까? 아니면 그냥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일까?


그렇다고 해서 나는 모든 걸 내 멋대로 살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적어도, 어릴 적 내가 가지고 있던 본성은 잃지 않고 싶다. 그 순수한 호기심, 의심, 그리고 끝까지 가보려는 집요함. 그게 사라진다면, 나는 더 이상 나일 수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 공식’이라는 걸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쩌면 그건 자신의 삶을 버리는 공식일지도 모른다. 성공을 위해 타협하고, 포기하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과정. 결국 남들이 보기엔 성공이지만, 정작 그들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나도 솔직히 말하면, 그런 길을 따라가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일지 모른다. 나만의 생각이라고 믿지만, 결국 누군가의 발자국 위를 걷고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이상 거창한 말을 할 자격은 없다.


결국 삶이란 건 거창한 게 아니다.

어떤 신념을 끝까지 지키며 살아가는 것, 그 과정 자체가 인생의 의미다.

누군가는 결과로만 모든 걸 판단하려 들겠지만, 나는 그 과정이 결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믿는다.


끝까지 가보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건 헛된 일이었다, 또는 이건 내 인생에서 진짜였다.


그런 확신을 갖기 위해서라도 나는 앞으로도 계속 끝까지 버텨볼 것이다.

미련해 보여도 괜찮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그런 미련함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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