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빛이 가벼워진다.
바람은 여전히 겨울의 냉기를 품고 있지만,
그 고요함이 불편하지 않다.
몸을 낮추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차가움은 오히려 선명함에 가깝다는 걸 안다.
지금은, 그런 온도에서 마음을 꺼내어 본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무엇이 시작되었다는 걸 안다고 해서
쉽게 손에 쥐거나,
금세 익숙해지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싶진 않다.
익숙함은 무심함과 자주 닮아 있고
그 안에서 자주 상처가 생겼다.
그러니 이번에는, 조금은 다르게 움직여본다.
조금의 거리.
적당한 숨.
빠르게 안도하거나, 쉽게 안심하지 않기.
닮은 결을 마주할 때마다
묘한 불편함이 뒤따랐다.
그 비슷함이 익숙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해오던 방식이 겹쳐 보여서였는지.
가장 엄격했던 대상은 언제나 자신이었고,
그 날카로운 시선은 언제나 안쪽을 향해 있었으니까.
오래된 습관처럼 따라오는 단단함,
그 안에 남아 있는 무게 같은 것들.
익숙한데, 가볍지 않았다.
그러니 바라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 않기를.
너무 많이 참지 않기를.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기를.
내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굴지 않기를.
마음을 주는 일보다,
받아내는 태도가 더 어렵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된다.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고 오래 가닿기 위해서는
다정한 쪽을 향해 한 걸음 더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누군가를 향하는 태도가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을 닮았으면 좋겠다.
마음의 안쪽까지 묵묵히 건드리지 않고도
충분히 따뜻할 수 있기를.
계절은 이미 봄을 지나고 있다.
햇빛은 깊어지고, 나뭇잎은 조금 더 선명해졌다.
하지만 이 마음 안에서는 아직
겨울의 고요가 쉬 물러나지 않는다.
그 차가움 덕분에
지금 감정은 오히려 더 또렷하다.
쉽게 익숙해지지 않기를.
무뎌지지 않기를.
지금의 결이 오래 머물기를.
고요한 계절 안에서,
지나치지 않게.
그렇게 마음을 꺼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