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어지던 대화가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끊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주 작은 순간들이었다. 말을 멈추는 짧은 찰나, 서로가 무언가 말하려다 더 이상 이어가지 않는 순간들이 조금씩 우리 사이에 스며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냥 피곤해서 그랬을 거라고, 그 순간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우리는 점점 더 말수가 줄어들었다.
늘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대화 속에 작은 틈들이 생겼다. 그 틈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치 잠시 멈췄다가 다시 이어지는 호흡처럼, 금방 지나갈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새 그 틈은 점점 길어졌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무언가 모를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동안 가벼웠던 농담들도 점점 사라졌다. 마주 앉아 있어도, 함께 있어도, 무언가 부자연스럽게 흐트러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생긴 것처럼.
아니,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것은 서로가 아니라, 우리 사이에 생겨난 그 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틈이 권태였는지, 아니면 더 이상 말할 게 없어서였는지, 그건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그 끊김은 대화 속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사랑에도 스며들고 있었다. 더 이상 우리가 처음처럼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우리가 늘 함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그저 말수가 줄어들었다는 것만이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던 그 묘한 연결이 끊기고 있었다는 것을. 대화 속에서 생겨난 그 작은 끊김이, 사실은 우리 사랑 속에도 자리 잡고 있었던 거였다.
언제부터였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더 이상 질문하지 않기 시작한 건. 서로의 마음을 묻지 않고, 그저 눈빛만 마주한 채, 어색한 침묵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건. 말이 오가지 않는 그 순간들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마음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었던 걸까.
그 끊김은 어느 순간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마치 우리가 처음부터 대화를 멈추는 법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