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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열렬한 노동의 가치

_최저임금의 의미

by somehow Jun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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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눈떠 일하러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오십 살이 넘도록 글 쓰는 일과 소소한 손재주밖에 없던 내게 일자리를 주고, 주 5일 동안 매일 8시간씩 버티어내자 주말에는 주휴수당을 포함한 주급이 꼬박꼬박 입금되었다.      


고백하건대, 내가
돈과 노동의 가치에 대해 실감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즈음,
생애 처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을 써서 원고료를 받고 책을 내고 선인세를 받거나
판매량에 따라 별다른 노력 없이 매월 수백 만원씩 인세를 받을 때는
결코 알지 못했던, 시간당 환산되는 내 열렬한 노동의 가치.

그동안 내가 받아온 인세를 시급으로 환산해보기는 커녕, 그저 책이 더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었다. 그러나 바로 이와 같이 내가 제공하는 노동의 단위 시간당 환산 대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되자 한 푼 한 푼이 소중하고 절실하게 다가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매년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협상 소식을 뉴스로 접하면서도 그게 당사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깟 몇십 원, 몇 백 원 때문에 몇 날 며칠씩 협상 테이블 앞에서 씨름하는 이유를 비로소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화이트칼라’로 분류되는 고소득 전문직, 사무직 등 매년 연봉 수천만 원씩을 받는 이들과 온전히 몸으로 때우는 생산직 종사자들과는 업무의 유형, 차별성 혹은 난이도에 따라 시간당 급여 환산의 기준은 물론 다를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의 한 달 월급보다도 많은 돈을 하루 이틀 생활비로, 유흥비로 사용해도 부담 없는 이들도 있겠지만 꼭꼭 눌러 한 시간 한 시간씩 성실한 노동의 대가로 이룬 나의 하루, 일주일, 한 달의 급여는 그 어떤 일확천금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땀내 나는 의미로 다가왔다.


이론적으로, 노동은 신성할뿐더러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노동은 사실 고되고 힘겨우며 사람들의 의식 속에 직업에는 분명 차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경험해왔다.

나의 관념 또한 다르지 않았음을 실토해야겠다.


그러나 한겨울 대문을 박차고 나선 지 어느새 2년째인 지금,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실과, 단돈 몇 푼의 시급 인상에 전전긍긍할지언정 그들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나는 이제야 실감한다. 그러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일용직을 포함한 포괄적 의미의 신성한 노동은 결코 평가절하되거나 폄하되어서는 안 되며, 그 삶은 인간적으로 충분히 존중받고 보장되어야 할 가치가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미 그것은 당연히 법으로 보장되고 있는데, 최저임금제가 그것이다.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노·사간의 임금 결정 과정에 개입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이다. (1986. 12. 31. 에 「최저임금법」 제정·공포, 1988. 1. 1.부터 실시.)

최저임금법 제1조에 의하면, 최저임금제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내가 경험한 생산직의 경우, 월급제를 적용받더라도 그 기준은 근로 시간당 급여이다.

예를 들어, 2018년도의 주 5일 8시간 근무를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3,770원이다. (주 소정근로시간 40시간인 경우 월 환산 기준 시간수는 209시간)

2018년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는 7,530원이었다. 2019년도에는 1월 1일부터 시간당 820원이 인상된 8,350원으로 책정되었다. 나 또한 2018년 12월 26일부터 31일까지는 시급 7,530원을 적용받았고, 2019년 1월 1일부터는 당연히 8,350원의 시급을 적용받아 며칠 사이에 시급이 인상되는 경험을 했다.


구제의류 분류작업장의 임금은 월급이 아닌 주급으로 지급되었는데, 하루 8시간 곱하기 시급으로 계산하면 하루 일당이 나온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빠지지 않고 꽉 채워서 일하면 총 40시간을 근무하게 되는데 그럴 경우, 주휴수당이라는 명목으로 하루치 일당이 더 지급된다. 주중 하루라도 빠지거나 한두 시간만 빠져도 주휴수당은 받을 수 없다. 모든 작업자들은 성실했다.

요약해보자면 주휴수당이란, 1주 동안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 일주일에 하루씩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이다. 1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운 근로자에게 유급 주휴일을 주는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른 것으로, 사용자는 일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하며, 이를 주휴일이라 한다.

주휴수당은 이 주휴일에 하루치 임금을 별도 산정하여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다.

또한, 주휴일 적용대상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상시근로자와 단기간 근로자(아르바이트 등) 모두에게 해당된다. 월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월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돼 있으나, 시간제 근로자 등에게는 ‘1주일 15시간 이상’ 근무 여부에 따라 주휴수당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주휴수당 계산은 ‘1일 근로시간 ×시급’으로 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계약에 따라 하루 8시간씩 주 5일(1주일간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므로) 모두 근무하였다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하루를 쉬더라도 하루분 급여(8시간 ×시급)를 별도 산정하여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주 5일(월~금) 근무제의 경우, 1주일 중 1일(요일)은 무급휴일, 다른 1일(요일)은 주휴일이 된다. 주휴수당은 임금에 해당하므로 사용자가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임금 체불로 노동부 진정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주휴수당은 주당 15시간 이상만 일하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 당시 언젠가 하루와 두 시간 정도 땡땡이를 친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했다. 주 15시간 근무는 이틀이면 채울 수 있는 것이므로, 하루 이틀 빠진다고 해도 주휴수당은 받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나 주 15시간을 초과해도 주 5일 근무라는 조건도 충족이 되어야 하는데, 그때 나는 하루를 온전히 빠졌었기 때문에 그 주의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3년에 근로기준법이 개정되어 2004년 7월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로써 법정근로시간이 기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었는데, 이를 ‘주 5일 근무제’라고도 한다.

특히 사용자의 요청으로 유급휴일에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본래 근무를 하지 않아도 지급되는 임금 100%에 휴일에 근로한 임금 100%와 휴일근로수당 50%를 합해 총 250%의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그러나 경험상 이와 같은 주휴일 근로에 대한 입금 지불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곳에서 일했던 약 5주를 통틀어 하루와 두 시간 정도 결근했던 이유는, 온종일 견디어 내야 하는 열악한 환경과 고된 노동에 점점 지쳐갔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부터 마음으로는 늘 언제 그만둘까를 가늠하면서, 겉으로는 동료 작업자들과 아무렇지 않게 지내는 것이 어느새 점점  부담이 되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어느 날 나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거짓 핑계를 대고 오후 두 시간과 하루 정도를 땡땡이쳤다. 그러면서 좀 더 편한 일자리를 찾아보려 구인공고를 뒤적였었다.

그러나 한 달도 채우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나의 처음의 결심과 신념에 비추어 스스로 부끄러운 일만 같았다. 이왕 시작한 일, 그래 조금만 더, 하루만 더, 일주일만 더 버텨보자고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하면서 나아갔다. 한 달도 못 버티고 그만두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도로 방구석으로 기어들어가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를 악물고 매일 8시간씩 꼬박 서서 일해야 하는 조건이 생산직 노동자로 첫발을 디딘 입장에서는 몹시 힘겨웠던 것은 사실이다. 퇴근 즈음이면 두 다리가 탱탱하게 부어있곤 있다. 집에 도착하면 몸은 천근만근이었으며 저녁식사를 마치고 씻고 나서 잠시 쉬며 티비라도 보려고 하면 초저녁부터 잠이 쏟아졌다. 비바람에 휘둘리는 버드나무 가로수처럼 티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이리저리 고개를 꺾어대며 졸다 깨다를 반복하는 나를 남편은 걱정스럽고 속상한 표정으로 흘끔거렸다. 그럴수록 나는 언제 졸았냐는 듯 고개를 고추 세워보지만 어쩔 수 없는 잠의 폭풍 속으로 이내 휘말려 들곤 했다.


하루의 피로가 폭풍처럼 몰려오는 시간을 버티지 못한 나는 번번이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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