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스를 사랑한 마티스
니스는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경치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로마시대의 유적도 많이 남아 있다. 마티스 미술관은 니스에서도 유적이 많은 시미에 지구의 공원내에 있는데, 이 지역에서 발굴되는 유물을 진열하는 고고학박물관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마티스는 북프랑스의 캉브레 출신인데, 미술관을 남프랑스의 니스에 두게 된 것은, 1917년부터 1954년까지 37년이라는 오랜 기간동안 니스에 머물면서 이곳을 배경으로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루이 암스트롱은 미국 뉴올리언스 출신의 재즈 트럼펫 연주자로, 재즈 초기의 뉴올리언스 스타일을 오늘날까지 전한 재즈의 선구자이다. 그런 그의 흉상이 로마시대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시미에 공원 잔디밭에 서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 건물은 원래 17세기에 세워진 이탈리아식 별장으로 붉은색 벽으로 되어 있다. 이곳 2층에 마티스의 마지막 뜻에 따라 시에 기증한 작품과 유족들이 기증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작품들은 대체로 초기의 작품과 말년의 조각 ·절지화(切紙畵) 등이며, 그의 마지막 작품 <꽃과 과일>도 이곳에 있다. 처음부터 전시장으로 설계하여 지은 건물이 아니어서 내부공간이 협소하지만 아담한 느낌을 주어 작품에 대해 친근감을 자아내게 한다
우리가 갔을 때, 마티스와 그의 조수겸 연인이었던 '리디아'를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리디아는 13년동안 마티스 곁에서 수족노릇을 하며 그 작품의 모델이 되어주었을 뿐아니라 일상의 조력자이기도 했던 의미있는 존재였다.
내부를 찍은 사진은 한장도 없는 것으로 보아 마티스 미술관은 안타깝게도 내부에서 사진촬영이 금지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실은 여행중 들르는 미술관이나 성당 가운데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장소가 더 고맙기도 했다. 사진촬영이 허용되는 장소에서는 전시된 작품이나 유물들을 찬찬히 살펴보기보다 사진찍기에 바쁘다보니 정작 남은 것은 수많은 사진들이지만 실제 그 머물렀던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변변치 않은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시미에(Cimiez) 지구로 불리는 시미에 고고학 박물관(Musée archéologique de Nice-Cimiez) 일대는
원형 극장, 건물터 등이 남아있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지이다. ⓒsomehow
마티스미술관을 나와 아래쪽으로 걷다보면 고즈넉한 길가에 열대활엽수들이 울창한 대저택들이 즐비하다. 담장은 높지 않지만 키큰 나무들이 울타리를 이루고 안쪽으로 멋진 집들을 숨겨주고 있다. 길가에는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되어있는데 대부분 중소형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물론 다들 도요타이거나 폭스바겐이거나 벤츠이기는 했지만...
한참을 걸어내려와 시내에 가까워지면 버스정류장도 보이고 주변의 미술관을 안내하는 이정표도 보인다. 우리는 마티스미술관에서 내려와 샤갈미술관 쪽으로 향했다.
시대를 풍미하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보노라면 항상 드는 생각이지만, 그 뜨거운 열정과 한곳으로만 향하는 집중력에 경외감이 들 뿐이다. 사람은 가고 없지만 그들이 남긴 작품들은 시대를 넘어 살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의 혼과 열정이 아직 살아숨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마티스 미술관으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우연히 같은 버스에 오른 한국인 여인과 아들. 당시 프랑스에 살며 남편이 어느 대학 선생이라던가 유학중이라던가..했던, 마침 여름 휴가철이라 휴가중 니스에 왔다는...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남편과 나눈 것으로 기억하는데... 우리보다 먼저 버스에서 내리는 그들의 모습을 불현듯 찍어둔 것, 그것은 아마도 반가움? 낯선 나라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 괜히 친척같고 그냥 반갑더라는...그래서 대화도 술술 나누게 되더라는...
우리가 여행다닌 45일 중에 한국사람을 만난 것은 몇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한국사람이 안 가는 곳만 찾아다닌 것도 아닌데, 이탈리아 베네치아 역에서도 또 한번, 그 다음엔 로마 성베드로 대성당을 둘러볼 때였는데 그때는 한국인 단체관광객들이었는데 분명하게 들려오던 한국말의 내용으로 보아 기독교 신자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참, 여행 후반 파리에 머무를 때 뤽상부르 공원에서 둘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우연히 곁을 지나던 한국남자 분이 '한국분이세요? 제가 찍어드릴게요.'하며 우리 둘의 사진을 자진해서 찍어주고 말없이 가셨다.
그때도 물론 나는 약간 뜬금없는 반가움이 느껴졌지만 그분이 왠지 우리와 길게 대화하고 싶어하지 않는 듯하여 더이상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진 기억이 있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낯선 이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이지만 동포를 만날때 뜻밖의 동질감에 의외의 반가움을 느끼는 색다른 경험이 가능하다. 특히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던 말이 가슴에 팍팍 와닿곤 했는데, 이용할 때 돈을 내야 할뿐더러 아무데서나 쉽게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을 찾아다닐 때 특히 그런 느낌을 받았다. 화장실은 한국이 제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