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는 사회적기업/예비사회적기업에 대해 언급했다. 그전까지 내 삶의 방식과 적잖이 다른 일과가 이어질 더팩토리_D 역시 사회적/예비사회적기업이다. 그러나 내가 더팩토리_D의 내부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깨달은 것은 사회적기업이라는 대전제가 아닌 더팩토리_D에 한정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즉, 내가 2년여의 근무기간동안 겪으며 실망하고 분노했던 요인들은 사회적기업의 사회책임 역할이라는 명목에 의구심을 갖게 하던, 그리하여 사회암적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말하자면 치외법권적인, 혹은 구멍가게 수준에 불과했던 바로 그 식품공장에 방점을 찍고 시작한다는 점을 반드시 전제하는 바이다.
그러니까 모든 사회적기업이 절대 그와 같으리라는 편견역시 나는 갖고 있지 않으며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책무를 다하는 기업들이 더 많으리라는 희망 또한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밝혀둔다.
더팩토리_D에 대해 내가 이해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10여년전, 어떤 계기로 자신이 나고 자란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한 대표적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매우 바람직한 이상을 가지고 출발한 청년사업가 G의 노력으로 발명과 특허 출원 등의 과정을 통해 제품개발이 이루어졌다. 물론 처음부터 현재와 같은 완성품이 나온것은 아니다. 수많은 도전과 실패와 좌절이 넉넉히 가미되었을 것이며 그과정에서 청년사업가는 인생의 단맛 쓴맛 드러운맛... 삶의 온갖 향신료속에서 그자신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요소들을 찾아내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땀과 돈을 쏟아부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한 수고로움에 감동한 지역사회의 응원과 지원도 이어졌다. 어느덧 10년여의 시간이 켜켜이 쌓이는 동안, 청년사업가는 중년을 향해 달려가며 노회하고 세속적인 장사꾼으로 변모되어갔으며 더팩토리_D는 지역사회 내에서 적당한 자리를 잡아갔다.
문득, 여기까지 쓰다보니 근심이 떠오른다. 내가 너무 편견에 사로잡혀 그 대단한 더팩토리_D를 폄하하고 조롱조의 뉘앙스로 글을 쓰는 것은 아닌가....
잠시 고민에 빠졌던 나는 다시 이어가 보기로 한다. 이 또한 허구는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팩토리_D를 거쳐간 수많은 증인들이 있지 않은가. 나 또한 그 생생한 현장증인 가운데 명백한 1인이 아닌가.
이후로 나는 거침없이 나의 화법으로 내가 겪은 상황과 감정과 사실과 뉘앙스를 기록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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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을 하면서도 나는 사실 긴가민가했다. 정말로 취직이 된게 맞나싶어서다. 출근했을 때 회사가 없어지고 빈터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황당한 상상까지 곁들여졌다. 그러나 더팩토리_D 그 식품공장은 그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그 식품공장은 사무실과 생산시설이 이어진 커다란 하나의 컨테이너식 조립건물과 창고로 쓰는 두개의 컨테이너가 공장마당에 배치되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은 사무실을 거쳐 생산시설로 갈 수 있었다. 사무직원들은 사무실에 머물면 되고 생산직은 사무실을 통과해 복도를 거쳐 탈의실로 가서 위생복이라고 하는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몇 개의 문을 더 통과하여 생산시설로 들어간다.
생산시설에는 식품생산을 위해 필요한 시설들이 대충 갖춰진 몇개의 방이 또 나눠져 있고 원재료를 보관하는 원재료실이 있으며 세척실이 있고 방자체가 식품생산도구들의 소독공간인 소독실이 있을 뿐 아니라, 내포장실과 외포장실, 부자재실, 그리고 포장완료된 제품들을 출고직전까지 보관하는 완제품실로 구성되어있다.
포장생산직에 채용된 내가 하루종일 주로 머무는 공간은 바로 외포장실이었다.
넓은 의미의 '생산직'은 일에 따라 구체적으로 두가지로 나뉜다.
원재료를 이용하여 목표하는 제품을 만드는 '생산직'과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이 벌크로 임시 포장되어 나오면 그것들을 가져다가 포장용기에 담아 최종 완성품을 만드는 '포장직'이 그것이다.
즉, 실제 제품을 만드는 생산직과 포장직을 통칭하여 '생산직'이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식품공장의 생산직으로서 포장업무를 담당하는 '포장직원'이 된 것이다.
기존의 생산직원은 포장직 두명, 생산직 한명으로 총 세명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보다 5-6세 많은 여성들이었는데 그중 한 사람이 5월말경 퇴사를 하게 되어 그 후임으로 인수인계를 위해 나를 뽑은 것이다.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팩토리_D역시 사회적기업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당시 나이 60세 가까운 그녀들이 사회적취약계층에 해당된다면 말이다. 50세가 넘은 나를 선뜻 채용한 것도 그런 의미에 해당된다면 그럴 것이다.
또한 공장이 언제나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려면 선임자가 퇴사하기전 후임을 미리 뽑아 작업의 노하우를 전수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