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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Dec 13. 2021

오리엔테이션

_1일차의 의의

대부분의 교육, 행사의 첫 걸음은 안내_혹은 ORIENTATION으로 시작된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 그렇다. 

처음 그 세계에 발을 들인 햇병아리, 풋내기, 초짜들에게 틀에 박힌 환영과 모호하나마 미래에의 전망과 앞으로 닥칠 고난과 그것을 헤쳐나가는데 필요한 사소한 팁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과정은 뻔하면서도 필수적이 아닐까.


당연히, 나는 그리고 함께 실습을 시작한 직장 동료 P 역시 약간의 긴장과 근심, 막연한 기대에 찬 심정으로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실습 첫날 오리엔테이션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어르신들이 모두 도착하여 통과의례와도 같은 개인위생과 방역활동을 끝내고 각자의 자리를 찾은 뒤에야 초짜 실습생은 한숨을 돌리며 그곳의 내부를 슬그머니 둘러볼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또한 이미 실습중인 기존 실습생들과도 제대로 눈을 맞추고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근황에 대해서도 서먹하게 이야기나누었다. 


정신차리고 돌아본 ◉◈▣노인주간보호센터의 공간분할 이미지는 다음과 같다.

유리문으로 된 전면 벽과 이어진 문을 어렵게 통과하여 들어가면 넓은 로비가 있다. 바닥에 미끄럼방지용 매트가 깔린 그곳은 어르신들 전체가 모일 수있는 곳이며, 안마기를 이용해 안마를 하거나 엘라핏(엘라핏(Elafit): 탄성로프를 이용하여 근력운동과 재활운동을 할 수 있도록 국내기술로 설계 제작되는 다중근력운동기구)을 비롯한 다양한 실내 운동기구로 단체 혹은 개인 운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정기적으로 노래강사와 함께 노래교실이 열리기도 한다. 그외에도 삼삼오오 모여앉아 화투놀이 등을 할 수 있는 테이블도 한쪽에 마련되어 있다. 

그 공간의 특징은 개방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전면 벽이 유리일 뿐 아니라 유리로 된 박공형 천창을 통해 하루종일 하늘을 볼 수 있을 뿐더러, 밝은 햇살과 따뜻한 햇볕도 쏟아져 들어온다. 그런 식의 공간을 '가든'형이라고 했다. 

그 가든형 공간의 왼쪽으로는 사무실과 널찍한 식당이 있다. 식당은 4~6명씩 사용하는 식탁과 의자세트가 수십개 배치되어 있다. 어르신들은 그곳에서 점심과 저녁식사를 하고 중간에는 인지활동과 같은 일상적인 프로그램을 수행하기도 한다. 식당 한쪽 벽면으로는 개인 사물함이 비치되어 있어서 어르신들의 옷과 소지품을 보관한다. 

가든형 로비를 통과해 들어가면 우측으로 넓은 시청각공간이 나온다. 즉, 전면에 대형 티비가 설치되고 앞쪽으로는 어르신 각자의 이름표가 붙여진 소파형 의자가 줄줄이 놓여있다. 센터에 오자마자 개인방역후 자리잡고 앉는 곳이다. 실습기간동안 지켜본 바에 의하면 어르신들은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병원기대실과도 같은 그 소파에 머무른다. 그보다 더 들어간 쪽으로는 상주간호사가 관리하는 공간으로 양호실처럼 간이침대와 찜질기 등의 간단한 의료용구가 비치되어 있다.

시청각공간의 옆쪽으로 할머니어르신들의 수면실이 있다. 노인의 특성상, 하루중 일정한 휴식이나 낮잠이 필요하고 혹은 심신 상태가 불안정할 때 잠깐씩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침구세트와 온돌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그외 시설로 주방이 있고 세면대와 화장실, 할아버지어르신들의 수면실도 따로 있다. 

어르신들의 점심, 저녁식사 배식이 이루어지기 위해 주방이 필요하다. 실제로 그곳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습시 목격한 바에 의하면 일정 시각에 급식 배송 차량이 오고갔다. 즉, 급식업체에서 조리한 음식물을 공급받아 배식만 하는 것이다. 다만, 밥은 대형 전기밥솥을 이용해 즉시 해서 따뜻한 밥을 제공하고 있었다. 점심 또는 저녁 식사에 맞추어 밥을 하고 커다란 통에 담겨온 국은 데우고, 이미 조리되어온 서너 가지의 반찬류를 개인용 식판에 담아 어르신들에게 배식이 이루어졌다. 배식의 전후과정은 물론 개인식판에 배식을 하는일도 실습생들이 지원했다. 


실습 시작전 사전에 교육원에서 학습한 바에 의하면 실습기간동안 출퇴근시간은 엄수해야 하며, 매활동 사이에 비는 시간이 있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문법이나 어법을 지켜서 일지를 작성해야하며 오탈자가 있어도 안된다고 했다. 그외에도 초짜 실습생이 정신바짝 차리고 지켜야할 여러가지 형식적인 규칙들이 사람을 처음부터 긴장시켰다. 

어찌되었든 버스는 출발했고, 나는 이미 실습을 시작했으니 첫날부터 열심히 잘 배워보자는 의욕에 불타올랐다. 그 시작은 아무래도 오리엔테이션이 아닐까 싶었으므로 그 시간이 무척 기다려졌다.

어르신들이 제 자리에 앉고 티비에서 적당히 즐거운 노래가 흘러나오고 하면서 잠시후 그곳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가 마이크를 잡고 섰다. 그곳 센터의 정해진 시간표에 의하면 아침체조 시간이 된 것이다. 기존 실습생들과 대부분의 근무자들이 그곳에 모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작하여 배포한 것으로보이는 노인을 위한 힘뇌체조라는 프로그램에 따라 노래와 체조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 체조시간은 보통 체조시간에 맞추어 등장하는 기관장 즉, 원장의 지도로 진행되거나 요양보호사의 주도로 진행되기도 했다. 



나는 이제나 저제나 오리엔테이션시간을 기다렸다. 내가 샘플로 받은 실습일지의 폼이나 상식에 의하면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기관장이 나타났으니 체조시간이 끝나면 오리엔테이션을 할 것같았다.


20210410/실습 첫 날의 일지_일부분 


위에서 보듯, 나의 첫 실습의 공식적인 일정은 이렇다.

출근하자마자 기관장에 의해 실습을 위한 안내와 조언을 듣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제대로, 내가 기대하던, 오리엔테이션을 받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기관시설 소개나 직원소개, 어르신들께 인사하기 등의 일정을 차례대로 진행한 적이 없다.

나는 시간이 흐를 수록 어리둥절해졌다.

실습생들을 따로 모아 대기시켰다가 적어도 기관장인 원장이나 부원장 등이 앞에 나타나, 사회복지 현장실습에 대해 자상하게 안내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원장은 한참 동안 어르신들과 아침체조를 열심히 진행하더니 초짜들에게 형식적인 눈인사만 보낼 뿐 그대로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와 P는 그런 상황에 대해 설명이 필요했으나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뿐더러 심지어 방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오리엔테이션 없는 오리엔테이션이라니!

당황스러웠다. 

그냥 적당히 알아서 시간을 때우라는 뜻인가? 혹은 시키는 일이나 하면서 눈치껏 주워담으란 것인가?

직원 중 누군가에게 오리엔테이션에 대해 물었다. 

오늘이 저희 실습 첫 날인데 오리엔테이션은 언제 하나요?

그말은 기관장에게 전달되었고 곧이어 기관장이 나타났다. 그리고 뜻밖의 말로 입을 열었다.

오리엔테이션을 해달라고요? 출근시간 퇴근시간 꼭 지키시고, 일지는 알아서 쓰시고, 여기서 하는 일을 그냥 같이 도와주시면 되는 거에요. 공부는 자기가 하는 거지 우리가 어떻게 가르쳐 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일지는 중간중간에 써서 가져오시면 잘됐는지 아닌지 점검하고 체크해 드릴 거에요. 

오리엔테이션에 대한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대단한 시청각자료를 동원하여 형식이 갖추어진 충실한 초짜를 위한 안내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관장 자신의 공식적인 소개와 직원들의 소개, 그 센터의 연혁과 현황 등 그냥 기본적인 알림절차도 없었다. 그러면서 내가 알고 싶어하는 기관의 공식적인 안내자료와 실습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자료가 한데 묶인 것으로 보이는 서류철 하나를 직원을 통해 던져줄 뿐이었다. 

일지 작성법이나 기관 연혁은 물론 조직도, 실습 중간평가와 종결평가에 필요한 자료 등등이 포함된 그 자료를 활용하여 매 실습회차마다 일지를 작성하라고 했다.

오리엔테이션 아닌 오리엔테이션을 마친뒤, 나와 P는 좀 당황스러워서 서로 얼굴을 마주볼 뿐이었다. 

기존 실습생들은 그후로 한두 번에서 서너 차례만 더 시간을 채우면 실습이 끝나게 되어 있었으므로 나에게는 의미있는 실습 선배로서, 나의 첫날 어리둥절함에 대해 공감하며 이렇게 알려주었다.

우리도 그랬어요... 오리엔테이션 없었어요. 그냥 오자마자 시키는 거 하면서 눈치껏 이것저것 보고 배우는 거에요. 실습일지는 그동안 쓴 거 보여드릴 테니까 어떻게 쓰는지 보면 알아요. 어르신들의 일정은 늘 정해진 시간표대로 진행니까 그대로 넣고 중간중간 실습중 교육받는 것은 각자가 자료찾아서 넣으면 됩니다.

쉽게 말해서 일지의 중요부분-나의실습중 교육내용-은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외는 내가 자료를 찾아 채워넣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으로써 스스로 공부가 된다나? 진짜로?


오리엔테이션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와 P의 경우는 토,일요일에 실습을 하기로 되어있는데, 토요일까지는 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므로 어느정도 일지에 채워넣을 소스가 있었다. 


문제는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은 그 주간보호센터는 휴무일이었다. 코로나확산 전까지는 일요일도 쉬지 않고 평일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확진자가 한번 나온뒤에는 일요휴무로 바뀐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실습을 한단 말인가? 알고 보니, 일요일 실습일정은 주로 교육으로 채워진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또 일요일에는 교육 뿐 아니라 그 주간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인근의 노인공동생활가정에 가서 상주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인지/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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