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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r 17. 2022

파킨슨질환자_K어르신

_주간보호센터 이용자

|장기요양급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는 65세이상이거나 65세 미만이라도 노인성질환으로 거동이 현저히 불편하거나 치매 등으로 인지가 저하되어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이다.

||노인성질환은 크게 치매,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질환, 퇴행성질환 등 5가지로 분류된다.


이상의 경우에 해당되는 어르신들은 일단 등급판정절차를 거쳐 장기요양등급1~5등급 혹은 인지지원등급에 해당되면 장기요양시설가운데 이용가능한 시설과 비용 등을 안내받고 절차를 밟아 이용하게 된다.



내가 실습을 나갔던 ◉◈▣노인주야간보호센터는 다른 말로 노인유치원 혹은 노치원이라고도 불린다.

노인성질병으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은 그전까지 자신이 해왔던 일상적인 생활이 거의 스스로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고, 그 상태로는 그저 집안에서 종일 머무르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이나 요양시설로 가는 수밖에 없게 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등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입문하기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초기 사회경험을 시작하듯,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도 아이들처럼 노치원이라 불리는 주간보호센터에서 새로운 사회생활을 이어간다. 늙으면 어린아이가 된다는 말을 갖다붙이기 적절한 순간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동물이라는 말그대로, 어르신들은 그곳에 모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말을 섞고 놀이를 하고 친구를 사귀고 가끔 다투거나 화해하고 자신들을 돌보는 직업인-요양보호사들에게 정을 붙이기도 서운해하기도 하며, 노년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특히 독거노인이거나 자식들과 동거하더라도 낮에는 모두 일하러 간 뒤에 혼자 남아 집이나 지키게 된 경우, 혹은 건강상의 문제로 활발한 외부활동을 못하게되었음에도 집안에만 머무르는 것을 답답해하고 원치 않는 어르신들이 주이용자들이다.


 ◉◈▣노인주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몇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인지기능은 정상이지만 신체기능만 비교적 나빠서 스스로 활동이 쉽지 않은 경우,  다음으로는 신체기능은 정상이나 가벼운 치매증상을 보이는 경우, 가장 심각한 부류로는 중등도 혹은 그 이상의 치매증상을 가졌거나 파킨슨 질환을 가진 경우였다.

첫번째 대상자는 이를테면 내 어머니같은 경우인데, 어머니처럼 90세가 넘은 어르신이 한두 명 더 있었다. 그중에서 어떤 분은 당시 93세 정도였는데 특히 치아가 다 빠져서 식사시간이면 남들보다 미리 차려드려야 했다. 그래도 두세 배 식사시간이 더 필요했다. 거의 전부 다진 음식을 제공하는데도 빠진 이 대신 잇몸으로 그것을 씹어 삼키느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내가 실습을 하며 특히 당황스럽게 느낀 것은 파킨슨병과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을 만났을 때이다.

그중에서도 퇴행성뇌질환인 파킨슨질환자인 어르신에 관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분은 70대가 중반의 남자어르신 K 였다.


파킨슨병의 원인으로 도파민 부족을 꼽지만 현재까지도 '왜'그렇게 되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다만, 유전적 요소/환경적 요소, 노화 등 여러 원인이 두뇌조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다인자성 가설이 보편적이다.
파킨슨병의 주 증상은 서동증(운동 느림), 안정 시 떨림, 근육 강직 등의 운동장애인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운동장애가 점점 진행하여 걸음을 걷기가 어렵게 되고 일상생활을 전혀 수행할 수 없게 되는 퇴행성질환이기도 하다.  
참고-바른건강캠페인 블로그에서 인용

 

평생 농사를 지으셨다는 K어르신은 다부진 체격의 소유자였다. 병에 걸린지 얼마나 됐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눈에도 행동이 부자연스러워서 처음부터 유심히 보게 되었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 증상 중 안정시 떨림 증상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가만히 앉아있을 때 손이 파르르 떨리거나 혹은 서있는 자세도 앞으로 약간 상체가 숙여져서 구부정한 모습으로 굳어져 보이고 발음도 알아듣기 힘들게 부정확하고 목소리도 크지 않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입을 열어도 거의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로만 들렸다. 그럴때, 오랫동안 지켜보아온 요양보호사들은 K어르신 가까이 다가가 그 웅얼거림에 귀기울여 의미를 파악하곤 했다.


K 어르신: ㅁㅇㅇㅁ으으응 ㅁㅇ응ㅇ으응ㅁㅇㅇ...

요양보호사: 어르신, 물 갖다 달라고요?

그러면 "으으응.." 하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의사를 확인해준다.


특히 동작동결현상은 매우 심했는데, 스스로 보행기를 밀면서 좁은 보폭일지라도 한걸음씩 걸음을 옮기다가도 어느 한순간 그 자리에 딱 멈춰 선 채 움직이지 못하고, 몸을 앞뒤로 흔들기만 하곤 했다.

처음에는 저 어르신이 왜 그러시는 걸까...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얼어붙은 자세로 서 있을 때, 누군가 옆에서 "어르신, 가세요!"하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 말이 등을 떠밀기라도 하는 것처럼 갑자기 성큼성큼, 언제 얼어붙었었냐는 듯 걸어가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후로 나는 파킨슨병에 대해 좀더 알아보게 되었다. 그 전까지 파킨슨병은 다만 손이나 머리를 심하게 떠는 정도인 줄만 알았고, 그 병으로 환자 본인이 겪는 고통이 얼마나 클 것인지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병의 진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자 K어르신의 투병의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K어르신은 매일 아침 주간보호센터에 도착하면 뻣뻣하게 굳어진 온몸을 깨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가만히 있어도 떨리는 몸, 구부정하게 굳어진 자세와 몇 걸음 걷다가 갑자기 그 자리에 얼어붙어 버리는 다리의 강직을 풀고 점점 더 퇴화되는 상태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애썼다.


어르신은 센터에 오면 우선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조금 넓은 실내의 공간의 한쪽으로 가서 혼자만의 운동을 시작했다.

보행기를 두 손으로 꽉 잡고 굳어진 두 다리를 떼어 옮기며 일정한 거리를 왕복했다.

그렇게 하다가도 가끔 중간에 멈춰서서는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처럼 온몸을 움찔거리고만 있는다.

그럴 때면 번번이, 누군가 '어르신, 가세요!' 하고 한마디 해준다.

그러면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언제 굳어져 있었냐는 듯 성큼성큼 나아간다.

온몸에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K 어르신은 날마다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내가 실습을 했던 것은 매 주말이었기에 실제로 주중에는 목격할 수는 없었으나, 센터의 요양보호사들이 생생한 목격자였다.)

그러나, 내가 매일 목격하지 않았어도 나는 그 말을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내가 실습을 하던 날에도 K어르신은 굳어져가는 온몸으로 스스로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그렇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더욱 굳어져서 고통 또한 심해진다고 했다.

그러니까 K어르신은 살기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온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신체적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스스로 자유로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잘 모를 수밖에 없겠다... 문득, 내 어머니처럼, 혹은 치매나 파킨슨병에 걸린 K어르신같은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 짐작해본다...


스스로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 사람이 되어보기 전까지는 누구도 결코 함부로 판단하거나 짐작할 수 없다.


지금도 나는 가끔, 이마에 땀을 흘려가며 애쓰시던 K어르신을 떠올리곤 한다. 그럴 때면, 그 수고만큼 조금이라도 당신의 그 고통이 줄어들기를 생의 마지막 하루하루가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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