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어떤 계약직
왜 그럴까. 나는 생각했다.
그는 결코 매일매일의 우리가 성실하게 해내는 작업들이
참 대수롭지 않은가 보다.
자신은 계약직이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하루이틀 결근도 할 수 있고 아무 때나 그만둘 수도
있는 자유로운 영혼인지라,
결코 이런 따위 일에는
익숙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인가 보다.
그저, 은퇴 후 일정하게 할 일도 없으니 하루하루를 소일 삼아 때우고
적당한 급여로 용돈벌이나 하는 것으로 무척 만족스러운가 보다.
종종 작업장으로 들어와
우리의 일을 도와주는
전무-자신의 친구-를 만나기라도 하는 날이면 더욱 여유있고
반가운 표정까지 보이며.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가 타정실로 도망을 가버린 것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조금 황당했다.
스스로 도와주기 시작했던
일이 힘들게 느껴지자
힘든 일은 더 이상 못하겠다며,
좀더 쉬운 일을 하겠다며 가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그 일도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는지
그 며칠만에 또다시 우리 작업장으로 은근슬쩍 돌아오기 시작했고,
바로 500정 생산을 위한 밑작업인 뚜껑 스티커 작업에 투입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