찹찹하다

_포개어 쌓은 물건이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가라앉아 있다

by somehow

여섯 살 소민이 동생은 장애아입니다.

태어난 지 3년이 되었지만 혼자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합니다.

자리에 누운 채로 커다란 눈동자만 굴리며 가족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소민아, 엄마 아빠가 늘 호민이만 챙기니까 서운하고 속상할 때가 많지? 엄마 아빠가 많이 미안해…”

어머니가 어느 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음…가끔씩은 그렇기도 한데요…호민이는 아프니까…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어요. 호민이가 빨리 일어나서 같이 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소민이의 대답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꼭 안아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입니다.

호민이의 상태가 갑자기 더 나빠져서 황급히 응급실로 실려가고 말았습니다.

그 소란에 놀라 잠에서 깬 소민이는 큰 눈을 끔벅이며 어지럽혀진 방안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라 별로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한낮이 되어서야 부모님이 호민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셨습니다.

“엄마 아빠 이제 오세요? 호민이 다시 괜찮아진 거죠?”

소민이의 마중을 받으며 방 안으로 들어선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자리에 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어머나…새벽에 급하게 병원 가느라 이부자리랑 옷가지랑 온통 난장판으로 어질렀었는데, 그걸 다 찹찹하게 정리해놓았네! 우리 소민이 정말 대견하다!”

“허허, 녀석 다 컸구나! 차곡차곡 정리하는 것도 제법이야, 시집보내도 되겠어!”





‘찹찹하다’는
1.포개어 쌓은 물건이 엉성하지 아니하고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가라앉아 있다,
2.마음이 들뜨지 아니하고 차분하다, 의
두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1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201409 다시읽기* 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좁쌀 과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