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Mar 23. 2023

수영, 연습곡선

_무한연습의 힘

2023.03.22 수요일

5일차.


가족이나 가까운 이웃말고는 내가 수영을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오는 줄 모른다.

굳이 어디 가서 떠들 일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수영일지랍시고 쓰기 시작하자, 왠지 더 부지런해지는 느낌.

누가 시켜서 새벽이건 퇴근후이건 수영장에 다닌건 아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쓰기 시작하자 밑도끝도 없는 책임감? 알 수 없는 의무감같은게 발동한다.

그래서 어제도 다녀왔다.

어제는 조금더 수월했다고 해야할까.초반에 물안경이 잘 밀착이 안되서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한번 멈추었으나 그후로는 쭈욱- 별다른 갈등없이 목표량을 채우고 물을 떠났다.

수영은 역시 연습이다. 지난주, 처음 오랜만에 시작하던 시점에는 확실히 속으로 헐떡임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몇번의 경험이 다시 누적되자 훨씬 더 몸이 가벼워졌음을 느낀다.


pm6:48_수영을 마치고 나온 시각


수영을 시작하면, 맨처음 배우는게 발차기와 호흡법일 것이다.

물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

발차기의 비법은 무릎을 굽히지 않도록 노력하며 쉬지 않고 가위질하듯 차는 것. 얼마나 빨리 많이 차느냐에 따라 좀더 빨리 멀리 갈 수 있다.

호흡법이 처음 물에 들어간 사람들의 경우 가장 헛갈리는데, 공기중에서 입을 벌려 공기를 최대한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을 때는 재빨리 입은 닫은채 콧구멍으로만 공기를 내뿜어 숨을 쉬는 것이다.

쉬울 것같지만 처음 시작하거나 수영을 잘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 호흡법을 의외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니...자유형을 하며 전진하는 경우, 왼팔을 앞으로 뻗어 물을 끌어당길 때 얼굴도 물속으로 향한 상태에서 코로 숨을 내쉰다. 이어서 오른팔을 앞으로 뻗었다가 물을 끌어당겨 뒤로 빼면서 얼굴도 우측옆으로 살짝 돌려 입과 코만 물밖으로 나오게 한 상태에서 코는 닫은 채, 입만 벌려 공기를 흠뻑 재빨리 들이마신다. 그러는 동안에도 두 다리는 곧게 뻗은 채 열심히 끊임없이 가위질해주어야 한다.


이 동작을 무한 반복하다 보면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얼굴을 옆으로 돌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물도 같이 먹는 경우가 있다. 입이 제대로 물밖으로 나오지 않았을 때 그럴 확률이 높은 것 같다. 내 경우에도 숨을 쉴때 물이 조금 들어오기도 하지만 다시 물속으로 고개를 넣어 코로 숨을 쉬는 순간, 입으로도 물을 뱉어 낸다.


예전에 새벽 자유수영을 할때, 옆의 초보라인에서 어떤 남자분이 자유연습을 하다가 헉헉대더니 숨쉴 때 입으로 자꾸 물이 들어온다며 투덜거리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다시 뱉으시면 되는데...했더니 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뱉지 못하고 자꾸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그러니 얼마 못가 자꾸 멈춰 서게 된다고.



경험상, 수영은 연습이 시작과 끝이라고 생각된다.

발차기도 잘 하려면 연습이요, 숨쉬기도 연습, 팔젓기도 무한 연습이다.

오로지 연습.


그러나 연습을 시작하고도 금방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는게 함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고 참을성 있게, 늘 제자리인 것같은 연습을 무한 반복하다 보면 어느날 갑자기 잘 되지 않던 동작들이 성공하게 된다.


오래전 물속에서 땀나게 연습하던 나는 언젠가 학교에서 배운 연습곡선을 떠올렸다.

연습곡선 또는 학습곡선은 포물선처럼 스무스하게 상승하는 곡선이 아니다.

연습곡선은 계단식이라고 선생님이 칠판에 하얀 분필로 그려보이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지만 열심히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계단처럼 성큼 실력이 나아진다.
신이 나서 다시 또 열심히 연습을 하지만
또 한동안은 아무리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런 걸 정체기라고 하던가.
그러다 또 어느날 불쑥 한 계단 성장한 나를 깨닫는다.
결국 꾸준하고 집요한 연습만이 숙련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아래 그래프가 연습/학습곡선이다.

우리 학교다닐때 배운.


오랜만에 수영장에 들어가 숨이 차고 헉헉거릴때는 연습곡선을 떠올린다.

도약이 멀지 않았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출처:https://medium.com/@uxdaysseoul/%ED%95%99%EC%8A%B5%EA%B3%A1%EC%84%A0-learning-curve-cd4523d1a7d3


츨처:https://blog.naver.com/safetyso/223034259458




유영법이 있다.

내가 적당히 지어붙인 것인데, 물속에서 머리와 어깨 정도만 내놓고 뜬 채로 팔다리를 저으며 떠있는 것이다. 혹은 그 상태로 전진이나 후진도 가능하다. 그 영법을 나는 혼자서 익혔다.

[사전적 의미로 유영游泳의 의미는 이렇다. 1.물속에서 헤엄치며 놂. 2.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일.]


10여년정도 전이었을까.

코로나도 터지기 전이고 새벽 수영을 다닐 때였는데, 주로 자유형으로 자유수영을 하던 어느날,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유영법을 한번 시도해보았다. 영화나 외국의 수영장에서 본 그들은 유영법을 거의 기본으로 구사하는 것을 보았었다. 쉽게말하자면, 싱크로나이즈선수들이 동작을 구사하기전 혹은 물위에 상체를 내놓고 동작을 구사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출처:연합뉴스(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91/0002849952)


따로 어떤 영법의 명칭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렇게 물위에 몸을 내놓고 동작을 하자면 물속의 다리는 쉬지않고 미친듯이 저어주어야 한다.


유영법과 비슷한게 평영법인데, 평영으로 전진할 때는 머리가 한번씩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면서 숨을 쉬며 전진한다.

나는 그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머리를 물속에 넣지 않고도 전진하고 싶었고 그러기에는 유영법이 적당할 것같아, 시도했더니 얼추 되는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동안은 온몸이 쑤셨다.

평영법과도 다른 영법을 시도하자니 사용하는 근육이 또 다른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물에 떠있는 것자체가 쉽지 않고 힘이 들었다. 우선 힘을 빼기 위해 노력하며 무한 반복을 이어갔고 며칠만에 자유로이 물에 떠있는 것이 가능해졌다.

그다음에는 그 상태로 전진하는 연습을 했다.


그것은 의외로 쉬웠다.

유영은 제자리에서 팔과 다리로 원을 그리며 저어주면되지만 전진하기 위해서는 팔을 앞쪽으로 뻗어 물을 당겨 뒤로 밀어주면 되니까. 머리는 물밖으로 내놓은 채 전진이 가능해졌고 다음으로는 후진도 연습을 통해 가능해졌다.


이 모든 것 역시 무한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이제 하루에 한두 번, 20바퀴 달성 후 마무리로 한바퀴 유영법으로 끝낸다.


유영법은 생존수영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바다에 빠졌을때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유형이나 접영 따위가 아닌 유영법을 알아야 어느 정도 물에 떠있으며 구조를 기다리거나,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기 쉽지 않을까.



집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