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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r 21. 2023

어머니와 함께 수영을

_4일차

2023.03.20 월요일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오후 7시가 아직 안됐다.

하늘도 아직 훤하다.


춘분이 다가오니 낮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게 분명하다.

지난 주까지도 이 시각의 하늘은 조금 더 어두웠었다.


오후 5시30분에 땡하면 우루루- 퇴근 인증을 마치고 저마다 귀갓길에 오른다.


수영을 끝내고 나온 시각_주차장에서


나는 지난주 월요일 저녁, 불현듯 다시 수영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치 잊고 있던 약속을 떠올린 것처럼.




어머니는 이제 병원을 떠나 바로근처 요양원에 거처를 마련했다.

이를테면 회복을 위한 입원기간의 연장이라고 보면 된다.

어머니께도 우리는 누누히 말씀드렸다.

허리에 시술한 시멘트가 다 굳고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 다닐정도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자.

그러나 어머니는 하루하루가 천년인듯, 자식들의 말이 순 뻥인듯 여기며 초조해하신다.

왜 나를 여기다 갖다놨느냐, 이것들이 나를 이런데다 갖다버렸구나, 집에가서 살고 싶다....소리만 되풀이하신다.

현재 언니와 나는 천하에 몹쓸 나쁜 년들이 돼있다.

요양원이라는 그이름이 끔찍하게 싫으신 모양이다. 어머니는 자신을 아주 갖다버렸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어쩔 수가 없다.

현재 스스로 홀로 거동이 불가하여 곁에서 늘 누군가 돌볼 사람이 필요한 상황에서, 집으로 돌아올 수는 있으나, 아무도 그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하여, 현재는 어머니가 조바심을 내거나말거나 할 수 있는 조치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당신께서 빨리 귀가하고 싶다면, 어서 회복되도록 그 자신도 노력하고 기도하는 수밖에.





지금 병상에 누워 신음하시는 어머니를 보면 지난 세월, 함께 수영장을 다녔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내가 처음 수영을 시작한 것은 1993~4년 즈음이었다.

당시 종로구에 있는 신문사에 취업하면서 근처의 문화센터와 맞은편의 대기업 사옥에있는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수영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께도 수영을 배워보시도록 권유했다.

어머니는 뜻밖에도 흔쾌히 응하셨다.

30년 전의 어머니는 60세 무렵이었을 텐데, 처음 발차기부터 해야 하는 수영강습에도 주저없이 도전하셨다.


그 시절의 일을 후에 떠올리며, 무척 행복했노라고 어느날 소회를 밝히시기도 했다.

당시 수강증은 내가 새벽에 줄을 서서 끊어드렸고, 동생이 신발을 사드렸는데, 그것을 신고 시간에 맞춰 수영강습을 다니는 일과가 무척 좋으셨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어머니는 나만큼 열심히 수영을 배웠으나 자유형 이외의 다른 영법들은 충분히 따라하기 힘들었는지 나중에는 자유형만 즐겨하셨다.

 

내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각자의 시간에 다녔으나, 2007년 이후 현재의 지역으로 이사오면서 각자 다른 집에 살면서도 새벽에 함께 수영을 다녔다. 내가 가기 싫어 꿈지럭거릴 때도, 나보다 더 성실한 어머니는 나를 들깨워 일으켰다.

그렇게 2018년 정도까지 어머니와 나는 새벽 어둠을 뚫고 함께 동네의 수영장에 다니며 서로의 시간을 공유했다.


그것이 불과 5년전....당시, 어머니가 급격하게 노쇠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수영을 그만두시도록 권유했었다.  그 이야기는 당시에 쓴 매거진에 담겨있다.

https://brunch.co.kr/@somehow/121


수영장에서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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