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경험상 가장 고통스러웠던
하루하루 각자 해치워야 할 물량이 정해진다.
그것은 잠시도 한눈을 팔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어서 자칫하면 내일로 미뤄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나는 그 숨차게 해결해야 하는 물량이 벅찬 것은 물론, 그와 연관된 작업들이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달랑 수습기간 3개월만에 뛰쳐나온 그곳에서의 일과를 요약해보자.
실리콘으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제품들은 가류기라고 하는 커다란 오븐에 넣어져 경화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로써 품질이 완성된다.
최초로 성형팀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 우리에게 쏟아져 들어오면 1차로 각자의 할당량에 해당하는 제품의 이바리제거 작업이 시작된다.
이바리는 일본어인데, 쉽게 말해서 붕어빵틀에 반죽을 부어 익혀꺼냈을 때, 붕어모양의 빵 가장자리 '빵틀 바깥으로 삐져나와 그대로 함께 익어 붙어있는 자투리반죽'이라고 하면 될까.
붕어빵의 이바리야, 나름 뜯어먹는 재미라도 있지만, 실리콘 제품의 성형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생성되는 이바리는 완벽하게 제거되어야만 하는 불필요한 요소이다.
정리하자면, 성형팀에서 실리콘원료를 밀가루반죽처럼 만들고 밀대로 밀어서 칼국수를 만들기전의 상태처럼 얇게 편 반죽을 펼쳐놓고 제품 하나당 소요되는 필요량을 일정한 그램 수만큼 잘라 기계에 넣고 붕어빵찍듯 뚜껑을 눌러닫아 잠시 엄청 뜨거운 열을 가해 찍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1차로 위와 같은 상태로 토출된다.
그렇게 성형담당자들이 하루종일 담당하는 제품의 종류별로 몇십 개에서 수백 개씩 찍어내어 퇴근전에 우리팀에 던져 놓고 가면, 다음날 아침부터 그것들을 해치우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바리제거 작업을 마친 뒤에는 철제로 만든 선반이 10개씩 칸칸이 만들어진 대차(저 이동형 선반을 가리키는 명칭이다) 위에 수백개의 저것들을 잘 올려널어야 한다. 그것이 2차 작업이 되겠다.
저 철제 대차는 빈수레일 때도 기본 무게가 있기는 하지만 바퀴가 달려있어 그나마 밀고 다니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오른쪽 사진처럼 물건이 가득 쌓아올려졌을 때는 적잖이 힘이 필요하다. 그과정에서 나의 양어깨관절이 치명상을 입었다...초짜여서 그럴까.
어쩌면 요령이 필요한 일이다.
다음으로, 저렇게 잘 쌓아올린 대차는 가류기라고 하는 오븐, 경화기라고도 하는 그곳으로 끌고 가야한다.
그리고 오븐에 저 대차를 통째로 밀어넣고 정해진 고온에서 일정 시간동안 구워준다.
경화작업이라고 하는 작업과정이다.
저 오븐은 사람도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고 크고 넓다.
나는 가끔 저 대차를 끌고 가서 경화기에 넣을 때면 불현듯, 이런 생각에 빨려들곤 했다.
저 안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문을 닫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내가 만약 저 안에 잠시 들어갔을 때 누군가 문을 닫아걸고 온도를 몇백 도로 올려 버리면 어떻게 될까.
문을 두드려야 할까...
그러면 갑자기 공포감이 밀려 들었다.
대차를 밀어넣은 후 오른쪽 위에 달린 설정 버튼을 조작하여 일정한 온도와 타이머를 설정, 작동시키고 그 사이 우리는 또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타이머가 울리면 달려가서 부저를 끄고 열기가 쏟아져나오는 문을 열어제끼고 달구어진 저 대차를 다시 꺼낸다. 처음에 경화기에서 나온 제품들은 이글거리는 열기가 증명하듯 매우 뜨거운 상태라 잠시동안 식혀주어야 한다.
잘 식힌 제품들이 담긴 대차를 각자의 자리로 끌고와 자신의 책상 위로 끌어내어 3차작업인 검수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검수는 불량을 골라내고, 그중에서도 이물제거작업 등으로 정품으로 회생시키는 작업이다.
이과정에서 눈과 손이 끔찍하게 혹사당한다.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그결과물은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마침내, 우리가 위와같은 여러단계의 중노동 끝에 열심히 한박스당 몇십 개에서 몇백 개씩 담아 포장한 완성품들은 포장/조립부로 넘겨진다.
포장/조립부서에서 출시를 위한 포장을 하는 것이다.
그날그날 넘겨지는 제품들은 곧바로 포장되어 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제품들은 시리즈로 여러 색상이 갖추어져야 포장에 돌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어떤 제품들은 진작에 마무리하여 넘겼어도 몇달 후에야 포장을 시작하기도 한다.
나에게 치명상을 입힌 가장 큰 부메랑은 바로 한달전, 내가 처리해 넘겼던 제품들의 박스를 개봉한 순간 나에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