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더 없이 비굴한 탈출기
내가 파악한 절대적 기준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용기내부 바닥에 있는 이물은 무조건 불량이다.
용기내부에서도 바닥이 아닌 변죽, 혹은 용기 내부의 벽면이라고 할까, 그 부분에 있는 이물은 칼 등의 날카로운 도구로 제거해도 된다.
단, 티가 나지 않아야 하고 나더라도 최소한이어야 한다.
||용기의 외부면이나 바닥에 있는 이물들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제거되어야 하고 티가 나지 않아야 하며 어쩌다, 아주 미세하여 언뜻 보아 잘 눈에 띄지 않는 이물에 한해서 하나 정도는 있어도 용서가 된다.
|||이바리 역시 처음 제거작업에서 완전히 떨어지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게 혹은 여러 건 있을 수 있는데, 그 역시 최대한 자연스럽고 매끈하게 최종적으로 제거하고 다듬어야 한다.
그제야, 자기만의 기준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책임감을 수반하는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고참들처럼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자기만의 기준이 완성될 수 없음을 확인했다.
그저 시늉만 낸 결과는 이토록 참혹하고 부끄러운 것이 아닌가.
다음날, 그 다음날도...
박스에 넣어 넘기며 수량을 기재했는데, 그 수량이 틀렸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100개를 넣었다고 적었으나 열어 보니 97개만 들어 있거나 하는 식이었다.
또 한번은 박스에 넣은 제품의 색상을 잘못 기록한 것이다.
실제로는 '노랑' 인데, 전표에는 '그린'이라고....
하.......도무지 그 3일동안 연속으로 그러한 실수들이
드러나고 탄로나는 상황에 봉착한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어떻게 해야 하나...계속 이 일을 해야 하는가.
버티고 계속 하다가는 회사에 피해를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