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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05. 2024

2.여쭙다:여쭈다/말하다:묻다

-당신은 어떤가요, 제가 여쭙습니다.

두번째는 

'여쭙다:여쭈다/말하다:묻다'의 사용법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운을 뗐듯, 제게 우리말 설명서를 작성해 보자는 욕구에 끊임없이 시달리도록 만든 가장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여쭙다'입니다.

 '여쭙다'라는 단어가 '말하다, 물어보다'의 뜻으로 쓰이며 동등한 입장보다는 나보다 윗사람에게 사용한다는 사실은 저도 학교에서 배웠겠지요. 초-중-고등시절 가운데 딱 찝어 언제였는지는 기억을 못합니다만. 언제부턴가 여쭙다라는 단어는 제가 즐겨쓰는 존대어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 단어의 사용에 예민한 편이 되어, 요즘 심심찮게 들려오는 '여쭙다'황당한 쓰임에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가입하신 보험약관이 궁금하실 때는 언제든지 저한테 여쭤보시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내가 가끔 들르는 보험사무실에 갔을때 언젠가 귀에 들려온 말입이다. 누군가와 전화로 통화중이던 어느 설계사가 송화기 너머의 가입자와 통화하는 내용인 듯했습니다. 귓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오듯 너무나도 선명하게 감지되던 저 문장에 화답하듯, 나는 속으로 '뭐? 너한테 여쭤보라고??' 라고 뇌까렸습니다.

말하는 이 자신에게 향하는 상황일 때는 '묻다:물어보다'를 쓰면 되는데 말입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사람은 그저 공손하게(?) 말을 하려다 저지른 실수려니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와같은 화법은 주위에서 지금도 자연스럽게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옆사람이 나한테, 'OOO 구청으로 가려면 어디서 내려야 되는지' 여쭤보셨어."


이와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바로잡아 주고 싶은 강한 충동에 시달립니다.

또 하나, 그 연장선에서 요즘 흔히 듣게 되는 비슷한 화법은 말도 되는 과잉존대법도 있습니다.

그 엉터리 화법의 포인트는 아무데나 '-시'갖다붙이는 것입니다.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나오셨습니다! 커피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

"이쪽으로 오실게요."

"안쪽 자리부터 앉으실게요."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실게요!"


이런 모든 표현에서 굳이 높임을 사용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언제나 의아합니다. 언뜻 서비스 업종의 종사자들이 주로 하는 표현으로 짐작되니, 손님접대용 화법이라고 이해해야 할까요? 그러나 꼭 업종을 따지지 않고 전염된 것처럼 누구나 태연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과장일까요?

무조건 '-시'만 갖다붙이면 존칭이 된다는 이러한 엉터리 화법 또한 언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십수 년 전까지만 해도 이따위 얼토당토 않는 표현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만.

놀라운 일은, 그 단어를 그렇게 당연하게 잘 못 사용하는 현상이 매우 흔한 풍경이라는 사실입니다.


공손하게는 말하고 싶은데, 어설프게 알다보니 이런 어처구니 없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틀렸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바른 사용법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도록 노력하기를 당부합니다.


어쩌면 부지불식간,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없지 않다면,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여쭙다:여쭈다/말하다:묻다의 바른 사용법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더 많은 이들이 이 글을 통해 자신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면 더 기쁘겠습니다.


'여쭙다/여쭈다'는 둘다 맞는 표현이며 모두 활용하여 사용됩니다.

자세한 활용법은 우리말 사전을 참고하세요.


아래 이야기와 더불어 적절한 쓰임에 대해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프랑스 파리에 살며 예술 활동을 하는 현대화가 규정 씨는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현대 작가 초대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함입니다.


“어머니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어 하시는지 알지? 어서 가서 (어머니께) 인사 여쭈어라...”


규정 씨는 공항에 마중 나온 누나와 함께 어머니를 뵈러 큰 형님댁으로 갔습니다. 이제 구순에 접어든 어머니가 현관 앞에서 막내아들을 맞이했습니다.


“어머니, 잘 지내셨어죠? 이 막내가 10년 만에야 (어머니께) 직접 문안 여쭙습니다!”

“세상에....네가 정말로 규정이냐? 나 죽기 전에 찾아와(나에게) 안부를 물어주니 고맙구나....!”


구순의 어머니는 주름지고 앙상한 손길로 막내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씀하셨습니다.          

 


정리:다음을 읽고 '여쭙다/여쭈다'의 올바른 사용법을 기억해 주세요!


우리말의 높임말(존칭어)은 사물이나 사람을 높이는(존대하는) 말하기에서 사용합니다.


높임법은 다시 주체 높임상대 높임, 객체 높임으로 구분됩니다. 주체 높임은 높여야 할 상대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높이는 말하기이며, 상대 높임은 ‘-해라’, ‘-하게’, ‘-하십시오’, ‘-해요’ 따위의 일정한 종결 어미를 사용하여 상대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객체 높임한 문장의 주어의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특히, 객체 높임은 ‘보다’, ‘주다’, ‘말하다’ 대신 뵙다’, ‘드리다’, ‘여쭙다/여쭈다라는 특정 단어를 써서 높임의 의미를 표현합니다.

여기서는 객체높임법에 쓰이는 단어들 가운데, 특히 여쭙다/여쭈다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보다’를 ‘뵙다’로 쓰거나, ‘주다’를 ‘드리다’로 써서 높임의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반면, ‘말하다/묻다/인사하다’의 의미로 쓰이는 높임말 단어 여쭙다/여쭈다반드시 듣는 이가 윗사람(또는 높이고자 하는 대상)인 경우에만 사용한다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다음은 바르게 쓰인 예입니다.

부모님께 저녁 문안을 여쭙고 왔다.’, ‘선생님께 어려운 수학 문제의 풀이법에 대해 여쭈었다.’, '형님께 식사를 하셨는지 여쭈었습니다.', '어르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듣는 이에게 하는 말, 그 대상이 생략됨. 위사람이거나 존대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짐작 가능)오랜만에 안부 여쭙습니다.'


반면, 잘못된 쓰임의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차 시간에 대해 궁금하시면 저에게 여쭤보세요(X)’, ‘학교에 가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나에게 길을 여쭈었습니다.(X)’, ‘짐을 들어다 드렸더니 아주머니가 이름을 여쭤보셨어(X)!’, '이번에 가입하신 보험약관이 궁금하실 때는 언제든지 저한테 여쭤보시면(X)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들 문장에서는 여쭙는 대상이 웃어른(또는 높이고자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니다. 질문받는 대상이 말하는 자신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웃사람(또는 높이고자 하는 대상)이 아닌 나를 높이게 되어 문장이 어색할 뿐 아니라 올바른 사용법이 아닙니다.


이러한 잘못은, 대상에 대하여 높임의 뜻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충분하지만 상황에 따른 적절한 단어 선택에 부주의한 탓입니다.


따라서, 올바른 문장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바로 잡으면 됩니다.    

 ‘기차 시간에 대해 궁금하시면 저에게 물어보세요.’, ‘학교에 가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나에게 길을 물었습니.’, ‘짐을 들어다 드렸더니 아주머니가 내 이름을 물었어!’  '이번에 가입하신 보험약관이 궁금하실 때는 언제든지 저한테 물어보시면(질문하시면 또는 말씀하시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여쭙다/여쭈다 1.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 2.웃어른에게 인사를 드리다.

여쭙다/여쭈다는 둘다 표준어이며 우리말의 객체 높임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객체 높임이란, 한 문장의 주어의 행위가 미치는 대상을 높여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윗사람에 대하여 보다->뵙다’, ‘주다->드리다’, ‘말하다->여쭈다/여쭙다를 써서 높임의 의미를 표현합니다.

특히 '여쭙다/여쭈다'"선생님께/할아버지께 여쭤보세요."처럼 윗사람에게 물어보는 행위를 높이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저한테 여쭤보세요(X)."라고 하면 나()를 높이게 되므로 부적절한 표현이며, "궁금한 게 있으시면 저한테 물어보세요."처럼 쓰면 됩니다.


이제부터 한테 물어보기를 요청할 때"저한테 물어보세요.", 윗사람한테 물어보기를 요청할 때는 "형님께/선생님께/어르신 여쭤보세요."와 같이 사용한다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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