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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01. 2024

사용법_1.우리나라/저희나라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단어들의 의미와 사용법을 확인합니다.

글을 시작하며,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그것의 기능을 확인하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용설명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는 그 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살피고 이해한 뒤 작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용설명서를 잘 갈무리해 두고, 이후 사용 중 문제가 생기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때 간혹 뒤적여 봅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포장을 뜯고 물건을 꺼내어 이리저리 살펴보며 곧바로 작동을 시도합니다. 사용설명서 따위는 포장지와 함께 분리수거 박스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사용설명서를 읽은 사람이나 사용설명서의 존재따위에는 무심한 사람이나 새로 구입한 그 물건을 정상적으로 작동시키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저는, 수년전까지만해도 사용설명서를 이잡듯이 뒤져읽는 사람중 하나였습니다. 지금도 그것을 살펴보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언어사용에서 굳이 사용법을 알아야 한다는 저의 논리는 억지일까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말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고, 의무교육에 편입되는 순간부터 우리 글자의 탄생과 역사, 활용법을 익혀왔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우리 글자 학습보다는 외국어, 특히 세계인의 공용어라 할만한 영어를 습득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자녀교육열이라면 둘째가기를 거부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조기교육 열풍'의 덕이라 해도 될까요. 그렇다고 싸잡아, 영어유치원의 학습체제에 익숙해지면서 그곳을 통과한 세대들이 모두 우리말을 제대로 사용할 모른다고 매도할 생각도 없습니다. 영어유치원 세대가 아니더라도 공기처럼, 생명수인 물처럼 인간에게 익숙하고 배우기 쉬우며 활용에 있어서도 별로 어렵지 않은 모국어_한글, 우리말과 글 터득이 어렵지 않다 보니 영어나 기타 외국어 학습상대적으로 일찍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영어나 기타 외국어의 단어를 익히고 문장구조를 습득하고 문법:사용법을 암기하고 체득하기 위해 쏟아붓는 시간의 얼마만큼이나, 상대적으로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기 위해 투자했는지 말입니다.


십여 년 전, 이탈리아에 유학하여 어떤 기술을 익히고 열심히 습득한 이탈리아어를 유창하게 하는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여쭙다'라는 우리말을 엉뚱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자신이 그 오류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오류를 바로잡아주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으나 차마,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에게 자칫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근심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그렇게 잘못 사용하는 이들을 수 없이 볼때면 언제나 안타까움 자체입니다. 사실, 그렇더라도 듣는 이와 말하는 이가 서로 뜻만 잘 통한다면 뭐가 문제겠습니까. 틀릴 수도 있는 것이지...


그럼에도! 국어와 국어교육을 공부한 일개 대한민국사람으로서, 우리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가 당연시 여겨온 우리말과 글의 올바른 사용법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생각을 해볼 새로운 시간을, 한번  제안해 보고자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해온 작업들도 같은 의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번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형태가 비슷하지만 분명히 각자 고유의 의미를 가진 우리말, 혹은 같은 의미이지만 전혀 다른 형태의 우리말 단어의 올바른 사용법을 확인하고 제대로 사용하려는 작은 수고를 제안합니다.

그렇다고 저의 작업이 결코 완벽하거나 충분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말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당신에게 부끄럽게 한번 들이밀어 봅니다.



첫 번째로 다루는 우리말 어휘는,

'우리(우리나라)/저희(저희나라)입니다. 


우리말 단어의 뜻을  모르는 우리나라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단어가 쓰이는 상황이 분명히 다르지만 일상적으로 많은 이들이 사용함에 있어 헛갈리것을 봅니다.

쓰이는 상황에 대한 이해만 분명히 한다면 이후로는 절대로 헛갈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 새로 한번 들여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저희나라' 중에서 무엇이 올바른 표현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리’‘저희’의 의미를 먼저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말하는 이 자신과 듣는 이를 포함하는 경우에 사용하며, 저희는 말하는 이 자신이 포함되었으나 그 자신보다 높은 상대에게 쓰는 낮춤말입니다.

‘우리’의 올바른 쓰임은, ‘우리 호수공원으로 자전거 타러 갈까?’ ‘우리는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와 같은 경우입니다. 반면, ‘저희’는, 말하는 이 자신보다 높은 상대에게 하는 말이므로 ‘저희 마을에서는 저녁마다 음악회가 열립니다.’ ‘졸음을 쫓기 위해 저희들은 밤새워 노래를 불렀습니다.’처럼 반드시 존대형 서술어가 짝을 이룹니다.

‘우리’와 ‘저희’의 쓰임을 구별하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사업가인 이영재 씨는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 어느 날, 가뭄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어느 지역의 어린이가 더러운 구덩이에 고인 물을 마시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아무리 물이 부족하다 해도 저런 물을 먹다니...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로부터 이영재 씨는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하여, 뜻을 함께하는 종교단체 사람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는 ‘사랑의 우물’ 후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와 함께 목마른 아프리카의 나라들에는 수십 개의 우물이 생겨났습니다. ‘사랑의 우물’의 좋은 뜻을 알고 많은 이들이 후원에 참여하면서 어느새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남수단의 어느 마을에 또 하나의 우물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후원자들은 이렇게 서로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아, 정말 다행이야! 우물 하나가 생길 때마다 주변 지역 사람들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으니까...”

“그래요. 혼자서는 그 비용을 마련하기 힘들지만 우리가 조금씩 힘을 보태면 아무리 큰일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거죠! 이 뜻깊은 일에 더 많은 이들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저희들은 생활비를 절약해야 하지만 목마른 이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그 어려움도 기꺼이 감당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후원자들 앞으로 그 지역의 보건 담당자가 쓴 다음과 같은 편지도 한 통 도착했습니다.


“... 저희는 오랫동안 이어진 가뭄으로 힘든 시간을 견디어왔습니다. 지구촌 기후변화가 오늘날 아프리카지역의 가뭄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특히 지부티,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케냐, 소말리아, 남수단, 수단 등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에 있는 국가들은 2020년 말부터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유엔에 따르면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우간다, 남수단에서 가뭄의 영향을 받은 사람은 2천만 명을 넘고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에서는 220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1,5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급성 영양실조에 노출돼 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요소인 깨끗한 물을 찾는 것은 저희들에게는 하루하루 너무나 절박한 일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하루 종일 물을 찾아 헤매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구정물일지라도 마실 수 있는 것이 행운이었던 저희들에게는 여러분이 선물한 우물은 사막의 오아시스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수입니다. 적어도 이제부터 저희 마을에서는 깨끗한 물 한 모금이 없어서 죽어가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우리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

저희 말하는 이 자신이 포함된 우리의 낮춤말.


'우리''저희'는 쓰임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말하는 이가 자기보다 높지 아니한 사람(동등한 입장)을 상대하여 자기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일인칭 대명사입니다. 

'저희'는 말하는 이 자신이 포함된 '우리'를 낮춤으로써, 듣는 사람을 높이고자 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같은 무리(동등한 입장)라면, 저희를 쓰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자기 나라나 민족은 남의 나라, 다른 민족 앞에서 낮출 대상이 아니므로 '우리'의 낮춤말인 '저희'를 써서 '저희 나라(X)'와 같이 표현하지 않습니다.

항상, 우리나라로 표현해야 함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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