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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29. 2024

13.아득하다/아뜩하다

-어느새 지나온 시간들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네요. 

이번에는

아득하다/아뜩하다의 의미를 살펴볼까요.

    



아득하다 1.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매우 멀다. 2.까마득히 오래되다. 3.정신이 흐려진 상태이다.

아뜩하다 갑자기 어지러워 정신을 잃고 까무러칠 듯하다.


사전에 보면, 아득하다아뜩하다는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억할 점은, 추억이나 희미한 것을 가리킬 때는 아득하다만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만, 정신이 흐려질 때를 의미할 경우는 아득하다/아뜩하다’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끝내 이곳에서 쫓겨난다면 그들은 당장 먹고살 일이 아득한 상황이다.' 

'아득한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구나.' 


'갑자기 현기증이 나며 눈앞이 아뜩해졌다.'

'아이를 품에 안은 그녀는 아뜩해지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피가 나도록 허벅지를 쥐어뜯었다.'


'그 놀라운 소식에 봉춘이는 눈앞이 아득(아뜩)해지는 것을 느꼈.'


이와 같은 두 단어의 의미의 차이를 되새기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우리 아들, 상수야...네가 정말 상수 맞니?? 상수 맞니, 응?”


아들을 찾아 헤맨 지 4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어머니는 그토록 보고 싶던 아들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어머니는 믿기지 않는 듯 자꾸만 눈을 비비며 세 살 꼬맹이적 빛바랜 아들의 사진과 어느새 사십 대가 된 얼굴을 수없이 다시 보았습니다. 

40여 년이 흐르는 동안 아들은 중년에 이르렀으며 젊었던 어머니는 주름진 얼굴에 7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되었습니다.


“아...흐흑...아...네가 정말 상수로구나? 아득한 꿈에서도 잊지 못하고 찾아헤맨 내 아들...아이고, 상수야!!!”


복받치는 울음을 참으며 두 눈 가득 눈물만 출렁이며 말을 잇지 못하던 상수 씨는 마침내 작고 야윈 어머니의 품으로 파고들며 흐느꼈습니다.


“Oh, my mom..! my mom...엄..마!!”


1980년대의 어느 여름, 서울의 한 주택가 골목에 소독차가 나타났습니다. 

방역차, 모기차, 방구차 등 다양하게 불리던 소독차는 그 시절, 주택가나 풀숲 등 병충해 방지를 위해서 연막 소독기를 달고 다니며 하얀 연기를 뿌리고 다니는 자동차였습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꽁무니에서는 허연 연막소독제가 분사되는 ‘소독차’가 나타나면 어린아이들이 뒤를 쫓곤 했습니다. 

그날도 어린 상수는 주인집 아이들과 소독차를 따라 나갔다가 두 번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왔으나 상수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너를 그렇게 잃어버리고, 내가 얼마나 눈앞이 아뜩했는지 아느냐? 그날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너를 찾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흑흑흑...”

"우리는 둘다 직장에 출근했고....온종일 봐주시던 할머니가 잠깐 한눈 팔던 사이에 손주가 없어졌다고....얼마나 애면글면하셨는지...아이고, 어머니...이제야 찾았어요...!" 


아이를 잃은 뒤 어머니와 아버지는 전국 곳곳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 무렵, 상수는 낯선 길에서 발견된 후 해외 입양기관으로 넘겨져 외국으로 보내졌습니다. 다행히 좋은 양부모를 만난 상수는 훌륭하게 자라 성인이 되고 가정을 이루며 안정된 직장인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런 한편, 상수는 이방인들 사이에서 그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그리하여 모국인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틈틈이 한글 공부도 이어갔습니다. 또한, DNA를 바탕으로 친부모를 찾아주는 비영리단체에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그 무렵, 공교롭게도 다른 입양아가 부모를 찾는 과정에서 유전자 등록이 중요한 열쇠임을 알게 된 동생이 간절한 바람으로 어머니의 DNA를 등록하였습니다.

그로부터, 핏줄의 간절함이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결과를 이루어 낸 것입니다. 

상수 씨는 붉어진 눈을 껌벅이며 서툰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처음에는, 나를, 엄마가, 버린 줄 알았어요..슬펐어요...하지만, 그래도, 엄마...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았어요...”


40여 년이 흐른 뒤에야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가슴이 메었습니다.

난생 처음 오빠를 만나러 온 세 살 아래 여동생 상희 씨도 목 메인 소리로 울먹였습니다.


“세상에...오빠가 이 세상에 살아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돌아가실 때까지 자책하시던 할머니는 물론, 아버지도 오빠 꼭 찾으라는 당부하시고...지난해 돌아가셨어요. 나 역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오빠를 부모님만큼 날마다 그리워하며 살았고요...아...지난 세월이 얼마나 아득한지 이제는 꿈처럼 느껴져요...”


상수 씨가 동생을 품에 안으며 말했습니다.


“부모님이 나를 버린 게 아니라니 정말 다행이야. 네 덕분에 어머니와 가족을 찾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 지금 생각하니, 우리가 그 아득한 시간을 버틴 힘은 ‘사랑’이라고 생각해. 미안하고 고맙다, 동생아!”




아득하다 1.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매우 멀다. 2.까마득히 오래되다. 3.정신이 흐려진 상태이다.

아뜩하다 갑자기 어지러워 정신을 잃고 까무러칠 듯하다.


*추억이나 희미한 것을 가리킬 때는 아득하다정신이 흐려질 때는 아득하다/아뜩하다’ 모두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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