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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29. 2024

12.잃다/잊다

-공교롭게도, 어제가 이 글을 올릴 금요일이란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자주 헛갈리는 우리말에는

잃다(잃어버리다)/잊다(잊어버리다) 도 있습니다.



먼저 두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볼까요.


잃다(잃어버리다) 1.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아니하게 되다. 2.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 3.몸의 일부분잘려 나가거나 본래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다.

잊다(잊어버리다) 1.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 2.기억해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미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 3.일하거나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나 고통, 또는 좋지 않은 지난 일을 마음속에 두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다.


일상적으로,아주 흔히 헛갈려서 잘못 사용하는 단어가 '잃다'와 '잊다'입니다.

예를들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느라 책가방을 잊어버렸다.'

'지난 해에 겪었던 힘든 일(사건/기억)들은 모두 잃어버리려고요.'처럼 쓰는 것입니다.


책가방을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을 잊었다'고 한다면 말이 됩니다만, 책가방(물건)을 두고 갔다는 의미라면, '잃어버렸다'가 맞겠지요. 

반면, 힘든 이란 (물건이 아닌)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그에 관한 기억'을 의미합니다. 사건이나 기억은 물건이 아니기에 '잊어버리려고요'로 써야겠습니다.

한편, '그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라고 할 때는 '잊었다'라고는 쓰지 않습니다.

신체의 일부분이 손상되거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경우는 '잃었다'가 맞는 표현니다.


'잘못된 투자정보때문에 잃은(잃어버린=날린=손해본) 돈에 관해서는 아쉽지만 모두 잊기로(어버리기로) 했어.'

이 경우는 두 단어가 적절하게 쓰인 예문입니다.

잃은 것은 이라는 재산(물건)이고, 그러한 일(손해본 사건)을 기억에서 지워버리겠다(잊어버리기로)는 의미이지요.


한편, '길을 헤매었다.' '잃어버린 30년' '잃어버린 내 청춘을 돌려다오.' '욕심때문에 친구를 잃었다.'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 같은 경우에는 '잃다'가 자연스럽습니다.


요약하자면, 잃다(잃어버리다)물건/관계/신체일부에 대해서 사용하며, 잊다(잊어버리다)생각/일/사건 따위를 가리킬 때 사용한다고 기억하면 됩니다.

 

이제부터는 잃다/잊다의 사용에 있어서 헛갈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올해 대학생이 된 큰아들 영수와 혜수, 준수 삼남매와 부모님이 모두 함께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보름간의 해외여행을 위해 가족들은 각자 꼼꼼하게 준비를 마쳤습니다.

드디어 출발을 하루 앞둔 날 밤에도 아버지는 몇 번씩 각자의 준비물을 확인하도록 단속했습니다.


“각자 자기 여행 가방 하나씩 책임지고 꾸려야 한다! 나중에 비행기 탄 다음에, 칫솔을 안 가져왔네, 속옷을 빠뜨렸네 하는 소리는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자 큰아들 영수가 듬직하게 대답했습니다.


“네네, 자기 소지품은 잊지 말고 챙기라는 말씀이시죠?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챙기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고 빠뜨릴 수 있으니까요. 동생들아~ 너희들도 꼼꼼하게 챙기거라!”

“그렇다고 너무 많이 챙기는 것도 안돼! 여행은 집을 떠나는 거지, 집을 옮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 필요하다 싶어 무조건 챙기다 보면 짐이 너무 많아질 수도 있어. 꼭 필요한 것만!”


각자의 짐들이 너무 커질까봐 걱정스러운 어머니는 이렇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둘째 혜수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그런데요... 가족들 중에서 물건을 제일 잘 잃어버리는 사람은 아빠잖아요? 그러니까...여행가는 짐 싸는 것도 아빠만 잘 챙기시면 될 것 같은데요? 헤헤헤~”


다음날 새벽, 영수네 다섯 식구는 각자의 여행 가방을 메거나 끌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버스에 올랐습니다. 모두들 서서히 밝아오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곧 떠날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 들었습니다.

버스가 한참을 달려 공항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아차차~~!! 큰일 났네...! 하~ 이것 참....”


창가 쪽에 앉아 있던 아버지가 엉덩이를 들썩이며 휴대품 가방을 뒤적이다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불안한 낌새를 눈치챈 아내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에요.... 설마.....설마.....?!!”

“하...이게...틀림 없이...내가 이 가방 안쪽에....여권을 잘 넣은 것 같은데....도대체 어디서 흘렸나.....?”


아버지는 허리춤의 휴대품 가방을 열어 보이며 난감한 표정이 되었습니다.


“어휴...다른 사람들한테는 빠뜨리고 잊어버리는 물건 없도록 그렇게 단속을 하시더니, 정작 본인이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면 어떡하냐고요?! 공항에는 이미 다 와 가는데....! 아휴, 속상해...”


아내가 속상한 어조로 푸념을 할 때, 버스 뒤쪽에 앉아 있던 영수가 슬그머니 다가왔습니다.


“이거 찾으시는 거죠? 헤헤헤!”


큰아들이 내민 것은 가족들 모두의 여권이 담긴 꾸러미였습니다.


“제가 제일 마지막에 나오다 보니까 현관 탁자에 잘 놓여있더라고요. 혹시나, 하고 보니 우리 여권이라 얼른 챙겨왔어요...출발하면서 들고 나가려고 두었다가 아빠도 깜빡 잊으신 거죠?”

“아이쿠! 정말 다행이구나! 난 또 정말 잃어버린 줄 알고...십년 감수했네.... 이 녀석아, 처음에 챙겼을 때 바로 알려줬어야지, 아버지를 놀리냐, 인마...하하하하하...!”


꾸러미를 받아든 아버지가 마른 침을 삼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으나, 어머니는고개를 저으며 큰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에휴, 우리 영수가 제일이다! 너 아니었으면 우리 그냥 집에 가야 되는 거잖니?! 뭐든지 깜박깜박, 잊어먹는 사람한테 여권을 맡기다니! 아무래도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치려면 이제부터 네가 여권을 챙겨라! 너희 아빠,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릴지 모른다!"



잃다(잃어버리다) 1.가졌던 물건이 자신도 모르게 없어져 그것을 아주 갖지 아니하게 되다. 2.어떤 사람과의 관계가 아주 끊어지거나 헤어지게 되다. 3.몸의 일부분이 잘려 나가거나 본래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다.

잊다(잊어버리다) 1.한번 알았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기억해 내지 못하다. 2.기억해 두어야 할 것을 한순간 미처 생각하여 내지 못하다. 3.일하거나 살아가는 데 장애가 되는 어려움이나 고통, 또는 좋지 않은 지난 일을 마음속에 두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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