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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22. 2024

10.졸이다/조리다

-잘못을 했으면 가슴 졸이지 말고 이실직고를 해야겠어요.

열번째, 헛갈리는 우리말

졸이다/조리다 를 알아봅시다.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습니다.

졸이다는 1.찌개, 국, 한약 따위의 물을 증발시켜 분량을 적어지게 하다. 2.속을 태우다시피 초조해 하다.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조리다는 1.양념한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국물에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다. 2.식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 따위를 꿀이나 설탕물 따위에 넣고 계속 끓여서 단맛이 배어들게 하다.


언뜻, '졸이나/조리다' 모두 요리과정에 자주 쓰이는 용어같습니다.

사용되는 예를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불에 국물을 졸여 자박자박한 찌개를 완성한다.' '어머니의 갈치조림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음식이다.'

즉, '조리다'는 양념의 맛이 재료에 푹 스며들도록 국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짝 끓여내는 것을 이르는 반면에, '졸이다'는 찌개나 국의 국물의 양이 줄어들게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둘다 국물의 양이 줄어드는 것은 같으나, '생선요리'의 경우는 '조리다'와 조금더 어울리고, '국물의 양'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는 '졸이다'를 쓰는 것이 좀더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졸이다에는 초조해 하다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드러날까봐 가슴을 졸였다.' '수정이는 잃어버린 반려견을 찾으러 다니는 내내 애간장을 졸였다.'

어떤 일에서 속을 태우다시피 초조해하는 상황을 표현할 때, 졸이다를 씁니다.

국물이 졸아드는  상태를, '피가 마른다' 혹은 '침이 마른다', 고 하 사람의 심리적 위축상태에 빗대어 '초조하다'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같습니다. 


요약하자면,

조림은 '맛이 배도록 국물을 줄이는' 것, 졸임은 그냥 '국물의 양이 줄어들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특히 초조하다의 의미로 쓰이는 '가슴 졸이다' 같은 표현은 관용적으로 쓰이기에 잘 새겨두면 헛갈릴 일은 줄어들 것같습니다.


다음이야기를 읽으며 졸이다/조리다의 의미를 되새김질 해볼까요.





“어? 이게 무슨 냄새야? 뭐 타는 냄새 아니니, 종수, 종호야! 이게 뭐니???”


밤 9시, 외출에서 돌아와 현관에 들어서던 부모님은 집안을 가득 채운 냄새에 깜짝 놀라시며 소리쳤습니다.


“아...엄마...이거...저녁 먹으려고 김치찌개 데우는 중이었어요....”


종수와 종호 형제가 당황한 얼굴로 나타나며 우물쭈물 대답했습니다.


“가스 불에 올려놓고 깜박 잊어버리는 바람에...다 졸아버렸네요.....”

“아이고, 얼른 창문 좀 열어라! 냄비 올려놓고 무슨 짓을 한 거야? 대답해봐!”


어머니가 창문을 열어 제끼며 이렇게 야단을 쳤습니다.


“아, 그냥 국물이 좀 많길래....조금 졸여도 될 것 같아서...”


형 종수가 이렇게 머뭇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졸이긴 뭘 더 졸여?! 국물 딱 맞게 자박자박하게 해놓은 찌개를! 게임하다 태워먹은 거겠지!"


어머니가 답답하다는듯 쏘아붙였습니다.


“아이고, 그러게, 둘 다 그새를 못 참고 게임 하느라 정신을 팔았구나?!”


아버지도 어머니를 거들며 물으시자, 종호가 우물쭈물 대답했습니다.


“게임은 조금밖에 안 했어요...금방 다시 가서 확인했는데 벌써 그렇게 돼버린 거에요...”

“어휴, 너희 둘만 집에 두고 나갔던 엄마 아빠도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 알아? 길은 막히지, 차들은 꼼짝도 안 하지...얼마나 초조했다고! 그런데 결국 이런 사고를 쳤네!”

“그래도 큰사고 안 났으니 다행이다. 하마터면 불이 날 수도 있는 건데...너희들 다친 데 없으면 괜찮다.”


어머니의 푸념에 아버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아이들을 다독여 주었습니다.


“그래, 그걸로 다행이네.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얼른 맛있는 쇠고기 두부조림 해 줄게. 늦은 저녁이지만 다 같이 먹자꾸나.”


어머니는 외투만 벗어 놓은 채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가 저녁 반찬을 준비했습니다.


“종수, 이리 와서 엄마 좀 도와다오!”


어머니의 부름에 큰아들손을 닦고 다가왔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머니?”

“그래 이 두부를 도마 위에 놓고 먹기 좋은 크기로 먼저 잘라. 그 다음, 두부를 하나씩 늘어놓고 키친타월로 살살 눌러서 물기를 제거하고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뿌려주면 좋겠네.”


종수는 어머니가 일러주시는 대로 두부를 손질하고 밑간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이 쇠고기를 달달 볶아다오.”


어머니는 그 사이 양념에 버무린 다진 쇠고기를 프라이팬에 넣어주며 종수에게 부탁했습니다.

종수가 고기를 볶는 동안, 어머니는 다른 팬으로 두부를 한 번씩 부쳐냈습니다.


“엄마, 두부는 왜 부치는 거에요? 조린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 맞아, 네가 볶는 쇠고기와 두부를 함께 넣고 양념을 올려서 조리는 건데, 두부를 부쳐서 하면 그냥 하는 것보다 덜 부서지고 씹는 맛도 훨씬 좋으니까, 번거로워도 이렇게 하는 거야.”


어머니의 설명에 종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엄마가 해주시는 쇠고기 두부조림이 더 맛있었구나!”


“그랬니? 쇠고기 없이 그냥 두부만 조릴 때도 적당량의 물을 넣어야 하는데, 멸치나 고기 육수를 넣어 바짝 끓이면 육수와 양념이 잘 배어들어서 더 깊은 맛이 난단다.”


요리에 흥미를 보이는 종수에게 어머니는 음식을 맛나게 하는 요령을 자세히 알려주셨습니다.





졸이다 1.찌개, , 한약 따위의 물을 증발시켜 분량을 적어지게 하다. 2.속을 태우다시피 초조해 하다.

조리다 1.양념한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국물에 넣고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하다. 2.식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 따위를 꿀이나 설탕물 따위에 넣고 계속 끓여서 단맛이 배어들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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