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Jun 19. 2024

8.껍데기/껍질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중요하겠지요!

이번에는

껍데기/껍질 입니다.




사전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의미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껍데기

1.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2.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 3.화투에서, 끗수가 없는 패짝.

예문을 보자면, '집안에는 먹고 남은 조개 껍데기가 산처럼 쌓였다.' '알맹이는 남고 껍데기는 가라.' '땅콩 껍데기를 까먹는 재미가 있다.'

껍질

1.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하지 않은 물질. 2.화투에서, 끗수가 없는 패짝. 3.물리 원자 구조를 나타내는 모델에서...(후략)

예문은 이렇습니다.

 '등껍질벗겼다.' '사흘굶은 사람처럼 귤 껍질 벗기지 않고 씹어삼켰다.'


어쩌면 제가 껍데기, 혹은 껍질이라는 단어를 자세히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전을 열어보니, 각각 1번의 의미가 조금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껍데기라고 해야할 껍질을 갖다 쓰더라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단어 모두 '어떤 물체의 외부를 감싸고 있는 것'이라는 의미는 통하니까요.


실제로 이 둘이 섞여 쓰이고 있는 예가 있습니다.

'이불 껍데기를 벗겨 세탁했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어머니는 돼지껍데기에 콜라겐이 많다며 즐겨 드신다.'


이불 껍데기는 이불 홑청을 가리키는 것이겠지요. 

이때, 이불 껍질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홑청이라는 단어의 뜻 또한 '요나 이불 따위의 겉에 씌우는 홑겹으로  껍데기.'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습니다. 

또한, 여름이면 바닷가에서 널리 불리는 노래의 한 소절 '조개껍질 묶어...'하는 표현도 앞서의 설명대로 하자면 조개처럼 단단한 외피는 '껍데기'로 써야 맞겠지만 굳이 '조개껍데기 묶어....'라고 한다면 어쩐지 좀 어색한 느낌이 듭니다.

마지막 예문은 어떤까요. 한국사람 중에 돼지껍데기 한번 안 먹어본 사람이 있을까요? 

'어머니는 돼지껍데기에 콜라겐이 많다며....'라는 문장에 쓰인 돼지껍데기는 주로 술안주로 인기가 있습니다.  돼지의 피부를 벗겨내어(이렇게 쓰고보니 인간 참 잔인합니다...껍질까지 싹싹 벗겨 먹어요..) 깨끗하게 세척하고 털을 제거한뒤 연탄불 등 직화에 구워 양념장이나 소금을 찍어먹는 바로 그것입니다! 

돼지의 피부가 조개껍데기처럼 단단하지 않기에 사전적 의미대로 쓰자면 돼지껍질이 맞을 것같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도 없는 예로부터 버리지 않고 음식으로 쓰여온 돼지의 피부를 돼지껍질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이 역시 어쩐지 돼지껍질 보다는 돼지껍데기라는 표현이 좀더 쫀득하고 찰진 느낌을 주는 듯도 하지만, 아무튼 오래전부터 그렇게 굳어져 하나의 명사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굳이 따지자면 의미와 달리 사용되나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쓰이다보니 관용적인 표현이 되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곧이곧대로 바로잡으려 애쓸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우리말 사전에는 이렇게 의미가 구분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확인하고 이해할 으면 좋겠습니다. 


껍데기/껍질의 사전적 의미를 되새기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헛갈리더라도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과는 조금 다를 것같습니다.





“와~~ 이게 다 뭐야? 큰아버지가 보내신 거에요? 이번엔 조개네요!”


직장에서 돌아온 봉숙 양이 주방 싱크대 위에 펼쳐진 아이스박스 꾸러미를 들여다보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래, 큰아버지가 신경 써서 챙겨 보내셨다. 우리 식구들 먹으라고 말이야!”


경남 통영 바닷가에서 해산물 요리 전문점을 운영하시는 이봉숙 양의 큰아버지는 친척들에게 이따금씩 다양한 해산물을 택배로 보내주시곤 합니다.


“조개구이 해 먹으면 좋겠네요! 헤헤~”


봉숙이는 반질반질 싱싱하고 입을 꾹 다문 큼직한 조개들을 만져보며 입맛을 다셨습니다. 그러자, 이미 식탁에서 석화(껍데기에 붙어있는 생굴)를 까드시던 아버지가 말씀하십니다.


“그렇긴 한데, 집안에서 조개구이를 하기는 힘들겠지?! 조개구이는 연탄이나 숯불 위에 석쇠를 놓고 구워야 제 맛인데, 그러자면 집안에 연기와 냄새 때문에!”

“그래, 오늘은 조개찜을 해 먹을 거야! 뜨거운 김에 살짝만 찌면 되니까, 그 사이에 너도 레몬즙 뿌려서 석화 좀 먹어보렴!”


어머니가 가스불에 조개찜 솥을 올리며 말씀하셨습니다.


"음~ 살살 녹아요!"


봉숙이가 석화를 씹으며 감탄했습니다.


얼마 후, 뜨거운 김이 올라온 솥뚜껑을 열어젖히자 입을 활짝 벌린 조개들이 구수한 냄새를 풍겼습니다.


“와우~! 냄새 좋다! 조개 종류도 크기도 여러 가지네요! 이건 대합이고 이것은 가리비....제가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네요? 대합은 워낙 커서 껍데기도 크고 살도 엄청나요!”


봉숙이가 이렇게 말하며 젓가락을 들이댔습니다. 아버지가 재빨리 커다란 껍데기 한쪽을 집게로 잡고 뽀얗게 익은 살을 발라 아내와 딸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씀하십니다.


“그래, 대합, 가리비, 참조개, 민들조개, 모시조개...홍합도 있고... 이 자잘한 것들은 바지락이고 그렇구나. 많이 드십시오, 우리 딸과 사모님!”

“네네, 당신도 어서 드세요! 다 좋은데, 조개는 알맹이보다 껍데기가 더 많아서 쓰레기 버리는 것도 일이라니까!”


남편이 발라주는 맛난 조갯살을 씹으며 아내가 걱정했습니다.


“그건 그래...쓰레기 버리기 힘들면 잘 씻어서 모아두면 어떨까? 예전에는 조개껍데기로 갖가지 장식품도 만들고 그랬잖아? 나도 그런 거 한번 만들어 볼까?”


남편의 대꾸에 봉숙이 어머니가 펄쩍뛰었습니다.


“뭐라고요? 쓰레기는 쓰레기지, 조개껍데기로 뭘 만들어요?? 절대 안 돼요, 집안에 그딴 것 늘어놓고 어지럽히지 말라고요!”

“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쓰레기 걱정하길래 한번 해본 소리지! 마누라가 조개껍데기 버리는 게 일이라고 하니...이제부턴 아무것도 보내지 마시라고 형님한테 전해드려야겠네!!”

“그건 또 무슨 소리래요? 아주버님이 동생네 식구들 생각해서 보내주시는데 두말없이 감사히 먹는 거지,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도 말라고요!”


남편의 농담에 아내가 다시 한번 펄쩍 뛰었습니다.

그때, 싱크대 한쪽에 수북한 샛노란 레몬 무더기를 발견한 봉숙이가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엄마, 레몬은 왜 저렇게 많이 사오셨어요? 석화는 벌써 다 먹었는데...?”

“응, 레몬청 만들려고! 레몬 껍질을 베이킹소다와 굵은 소금으로 문질러 씻고 생강이랑 꿀과 설탕에 재워뒀다가 겨울에 차로 마시면 감기 예방도 되고 좋대요! 다들 기관지도 약하고, 겨울만 되면 감기를 달고 사니까 한번 먹어 보게.”

"아 그래요? 레몬 껍질에 그런 효능이 있었나? 마누라덕분에 이번 겨울엔 감기 걱정은 안 해도 되는 건가요!"


너스레떠는 남편에게 아내가 반색하며 말했습니다.


"그러면 껍질 닦는건 드실 양반이 해주시면 되겠네요? 껍질째 만드는 거라 농약성분 제거가 아주 중요하답니다!"




껍데기 1.달걀이나 조개 따위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 2.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

껍질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

그외,  '화투에서, 끗수가 없는 패짝.'이라는 의미로 쓸 때는 껍데기 혹은 껍질 모두 가능합니다.




이전 08화 7.두껍다/두텁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