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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15. 2024

7.두껍다/두텁다

-오랜시간 두터운 우정을 쌓아온 친구가 있나요?

일곱번째 단어는

두껍다/두텁다 입니다.




두껍다는 '두께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층을 이루는 사물의 높이나 집단의 규모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어둠이나 안개, 그늘 따위가 짙다.'와 같은 의미쓰이는 우리말입니다.

두께 두꺼운 정도를 말하는데, ' 면과 그에 평행한 맞은  사이의 너비'라고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책이 두껍다',혹은 '벽의 두께가 얼마냐'고 할 경우 그 시작되는 면에서부터 끝나는 맞은편 면 사이의 너비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너비보다 클 경우두껍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그 유명가수의 팬은 세계적으로 매우 두껍다.' 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팬을 이루는 집단의 규모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는 뜻이므로 '두껍다'가 적절합니다. 간혹 두텁다를 써야 하나 헛갈리지만, 두껍다가 맞습니다.

이런 말을 흔히 씁니다.

"그 사람 낯짝이 참 두꺼워! 창피한 줄을 몰라."

실제로 사람의 피부 두께를 재본 적은 없음에도, 그가 하는 짓이나 말이 비상식적일 때 흔히 쓰는 이 표현은 부끄러움을 모르고 염치가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관용적 표현입니다.

아마도, '피부 두께가 남다르게 두껍다보니 둔감하여 창피한 줄도 모를 것이다'는 의미로 쓰는 것이겠지요.


두텁다는 어떤가요?

두텁다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의 뜻으로 쓰입니다.

이 단어는 '굳다', '깊다'에서 뜻을 유추하여 두껍다와 달리, '어떤 것을 단단하게 하다, 힘이나 뜻을 강하게 하다, 넉넉하게 하다, 수준을 높게 하다'와 같은 뜻을 나타내고자 할때 사용합니다.

예를 들자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사장의 두터운 신임을 저버리고 많은 돈을 횡령하여 달아났다.'처럼 믿음이나 신의 등 물리적인 상태가 아닌 인간관계의 깊이를 표현할 때 주로 쓰입니다.


최근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집안에 두껍게 쌓아모으는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를 종종 볼 때는 안타깝습니다. 쓰레기는 아무리 모아도 쓰레기일 뿐입니다. 마음의 병이 쓰레기를 방치하고 쌓아두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쓰레기는 버리고 사람들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친구들, 가까운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어 정과 신의를 두텁게 쌓아야 합니다. 사람은 사람속에서 살아야지 쓰레기 속에서 살아서 되겠습니까.


이와같은 의미와 사용환경의 차이를 생각하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아이고 냄새야... 저걸 어떻게 할 거야, 도대체?!”

“들끓는 파리모기 때문에 이 더운 날씨에 창문도 못 열고....내 집에 살면서 이게 무슨 감옥살이야!”

“대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어려워요, 쓰레기가 워낙 두껍게 겹겹이 쌓여있어서 말이야!”

“나는 한 열 번쯤 시도한 끝에 간신히 대문을 밀고 들어갔었어...마당부터 쓰레기가 머리끝까지 두껍게 쌓여 있을 뿐더러, 겨우 한 사람씩만 게걸음으로 드나드는 통로 외에는 집안도 천장까지 두꺼운 쓰레기산이더라고요!”


오늘도 동네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마을 쉼터에서 사람들과 마주 앉았습니다. 참을성이 한계에 달한 사람들은 경찰을 보자마자 하소연을 쏟아냈습니다.


“하-참....도무지 누구 말도 듣질 않고 말이 통하지를 않으니, 저희도 어쩔 수가 없네요. 신고하실 때마다 출동하지만 얼굴도 볼 수가 없어요.”


경찰도 난감하다는 듯 대꾸하자 사람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뭐라고요? 더 이상 못 참는다고요!! 주민센터는 손놓고 있고 경찰도 그런 소리나 하고 있고!!"

“말도 말아요! 그놈의 쓰레기가 마당을 차고 넘쳐서, 이젠 담장을 넘어 우리 집까지 넘어온다니까! 냄새는 물론이고 여름이라 파리모기가 들끓어서 창문도 못 열고 이사도 못 가고,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 집이야! 저 두껍게 쌓인 쓰레기들을 강제로 끄집어낼 수도 없다는 거에요? 경찰이 왜 그렇게 힘이 없어요? 무고하고 선량한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데!!”


동네에는 언제부턴가 쓰레기로 채워지기 시작한 집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이웃 사람들의 고통은 나날이 커져만 갔습니다. 벌써 3년째, 아무리 신고를 하고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도 답답합니다...벌써 수백 번 신고 받고 출동해도 집주인을 만날 수가 없어요! 자기 집안에 쌓아놓는 거라 아무리 쓰레기라도 함부로 치울 수도 없으니, 주인과 특히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 나서서 설득을 하면 모를까요...”


속 터지는 주민들의 한숨에 경찰관도 힘든 사정을 토로했습니다.


“사실, 이 집 주인 할아버지한테 딸이 하나 있기는 한데....그 딸에게 도움을 청하면 안 될까요? 남들 말은 안 들어도 자식이 하는 말이면 듣지 않을까요?”


쓰레기 집의 사정을 조금 아는 할머니가 조심스레 입을 열자 듣고 있던 주민이 말했습니다.


“그래요? 자식이 있는데 왜 저렇게 놔두는 거죠? 설마 모르고 있었을까, 진작에 나서서 해결을 해줘야 맞는 것 아닐까요? 아니, 처음부터 왜 저렇게 쓰레기를 모아들였는 지가 제일 궁금하네요!”

“그 집 할머니가 4~5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러고 나서 할아버지 혼자 살았는데...먼저 세상 떠난 아내가 그립고 적적해서 그랬나...자식도 찾아오지 않고 하니까....그러던 어느 날부터 쓰레기를 갖다 모으기 시작하더니만.... 외로움의 두께만큼 쓰레기가 두껍게 쌓인 게 아니겠어요...쯧쯧...”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웃 친구였던 할머니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습니다.


“아무튼 그 딸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네요! 혈육은 아무래도 정이나 믿음이 두터울...남의 말은 안 들어도 자식이 설득하면 듣지 않겠어요?”


수소문 끝에 경찰은 쓰레기 집 할아버지의 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딸은 아버지의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을 쏟으며 말했습니다.


“세상에...정말 죄송합니다...제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몇년 째 병원에 누워 있다 보니, 아버지를 전혀 챙기지 못하고 있었네요...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지내시며 얼마나 외로우셨을까요....아버지와 특히 정이 두터운 고모님께 도움청하고 가족들과 상의해서 꼭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흑흑흑....”





두껍다 1.두께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2.층을 이루는 사물의 높이나 집단의 규모가 보통의 정도보다 크다. 3.어둠이나 안개, 그늘 따위가 짙다.

두텁다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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