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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n 14. 2024

6.겨누다/견주다/겨루다

-올바른 우리말 사용 실력을 견주어 볼까요.

여섯 번째

겨누다/견주다/겨루다 입니다.



이들 세 단어는 생김새만큼이나 의미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들도 각자 쓰이는 환경의 특징이 있으니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겨누다 견주다는 조금 비슷하게 쓰입니다.

‘겨누다’는 ‘활이나 총 따위를 쏠 때 목표물을 향해 방향과 거리를 잡다’ 또는 ‘한 물체의 길이나 넓이 따위대중이 될 만한 다른 물체와 견주어 헤아리다’의 의미로 쓰입니다. 특히  '다른 물체와 견주어 헤아리다'의 의미일 때는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내 체격에 대충 겨누어 산 옷이 너무 헐렁하다”와 같이 쓰입니다.

‘견주다’는 ‘둘 이상의 사물을 질(質)이나 양(量) 따위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라는 의미로, “그의 실력은 어느 누구도 견주기 어려울만큼 뛰어나다.” 처럼 쓰입니다.

'겨루다''서로 버티어 승부를 보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우리 서로 당당히 겨루어 보자"와 같이 쓸 수 있겠지요.

이와같은 의미의 차이를 되새기며 아래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자....저 앞의 병 입구를 잘 겨누고...하나,둘, 셋-!”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한국의 세시풍속 놀이’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명호가 부모님과 함께 민속촌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먼저 한복을 빌려 입은 명호네 가족은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하기로 했습니다.

그네뛰기, 윷놀이, 투호 놀이 등 전통 놀이 가운데 명호가 가장 흥미를 보인 것은 ‘투호 놀이’입니다.

투호 놀이는 일정한 장소에 투호 병을 놓아두고 정해진 자리에서 살을 던져 병 속이나 귀에 넣는 것으로, 살이 꽂히는 개수만큼 점수를 얻습니다. 던지는 위치는 병에서 2살 반, 즉 3자 가량 떨어진 거리이며, 한 사람이 살 12개를 가지고 승패를 다툽니다. 놀이 때 쓰는 병의 종류나 크기에는 여러 가지가 있고, 화살의 크기 또한 다양합니다.


“아앗-!! 비켜 나갔어요! 쉽게 들어갈 것 같았는데.......잘 안 들어가네! ”


명호가 첫 번째로 던져 넣은 화살은 아쉽게도 병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이번엔 아빠가 던진다, 잘 봐라! 화살은 이렇게, 제대로 목표를 겨누고 던져야지....하나, 두울-!....어?”


명호와 아버지가 편을 나누어 청·홍의 살을 병 속에 던져 넣은 후에 그 수효로써 승부를 겨루기로 했으나, 아버지 역시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어휴....아들이나 아빠나 왜 그렇게 못해요? 두 사람 다 도토리 키재기라...도무지 실력을 견줄 수가 없네? 내가 한번 해볼 테니 잘 보세요!”


어머니가 두 사람의 투호 장면을 보며 코웃음을 치고는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화살 통에서 신중하게 붉은 깃이 달린 화살 하나를 골라잡은 명호 어머니가 저 멀리 놓인 병을 향하여 잠시 겨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화살을 보란듯이 힘차게 내던졌습니다.


“하나, 둘, 셋---!”


곧이어, 주위에 둘러서서 숨죽여 지켜보던 이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와아~~~!!!"


앞쪽으로 붉은 깃을 펄럭이며 허공을 가르던 화살이 포물선을 그리며 빨려들듯 병으로 꽂혀들어갔습니다.


“와~~!! 들어갔다!! 엄마가 제일 잘 하시네요! 어떻게 어디를 겨누면 그렇게 쏙 들어가는 거죠?”

“오호호-글쎄다, 뭐랄까...학교에서 내 수업 시간에 떠드는 녀석들한테 분필을 많이 던져봐서 그런가??”


중학교 선생님인 어머니가 명호의 물음에 우스갯소리로 답하며 어깨를 으쓱해보였습니다.

그 후로도 세 사람은 돌아가며 몇 차례씩 화살을 던져보았으나, 가장 많이 명중시킨 사람은 역시 명호 어머니뿐입니다.


“엄마와 실력을 견줄 사람은 우리 중에는 없네요.... 투호 승부 겨루기에서는 엄마가 절대 우승자에요!”

"턱없는실력으로 애써 겨루다보니 배가 고프네, 밥 먹으러 갈까?"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명호네 가족은 장터거리 국밥집에서 예전 장꾼들이 즐겨 먹었다는 뜨끈한 국밥으로 점심 식사를 하게 시작했습니다.


“어머머, 소맷자락이 국그릇에 다 젖는다! 좀 걷어붙이고 먹어야지....옷이 너무 컸나 보다...어쩌나...”


잠시, 명호가 맛나게 국밥을 먹는 것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당황하여 외쳤습니다.


“그러네...처음에 한복 빌려 입을 때 제대로 겨누어 보지도 않고 아무거나 잡히는 대로 입었구만.”

“맞아요. 옷이 너무 커서 아까 투호 놀이할 때도 이 소맷자락이 자꾸 펄럭여서 잘 안된 것 같아요! 그러니까,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투호 겨루기 다시 해야 돼요! 그럼, 틀림없이 엄마를 이길 자신있어요!”


명호가 입고 있던 양반의 도포 소맷자락을 흔들며 투호 놀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자, 어머니가 코웃음을 쳤습니다.


“푸핫, 양반 도포 입고 싶단 사람은 너였는데, 너무 큰 한복 때문에 투호 실력 발휘를 못 했다고? 얼마든지 다시 한번 겨루어 보자꾸나!?”





겨누다 1.활이나 총 따위를 쏠 때 목표물을 향해 방향과 거리를 잡다. 2.물체의 길이나 넓이 따위를 대중이 될 만한 다른 물체와 견주어 헤아리다. (=겨냥하다/가늠하다)

견주다 둘 이상의 사물을 질()이나 양() 따위에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가늠하다/겨누다/겨루다)

겨루다 서로 버티어 승부를 다투다. (=가리다/견주다/경기하다)

이전 06화 5.가름하다/갈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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