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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l 03. 2024

14.붇다/붓다

-쏟아 붓는 장맛비에 개천 물이 금세 붇고 말았습니다. 

열네 번째로 알아볼 우리말은

붇다/붓다입니다.




붇다(불어/불으니) 1.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2.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북어포가/국수가 붇다) 3.살이 찌다

붓다(부어/부으니) 1.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얼굴이/간이/눈이 붓다) 2.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3.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4.불입금, 이자, 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받침하나 다를 뿐인데 의미가 이렇게 다른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종, 곗돈을 붓다인지 붇다인지. 또는 바가지로 물을 퍼붓다인지 퍼붇다인지 헛갈리는 경우를 봅니다.


붇다는 '붇고, 붇지, 붇는, 불어, 불었다, 불어서'와 같이 활용하여 쓰입니다.

'물에 불은 국수는 먹기가 힘들다.' 

'식욕이 왕성하다보니 몸이 많이 불었다.' 

'한동안 체중이 불더니(더니) 다시 빠지고 있다.' 

'순식간에 강물이 붇는(불어나는) 광경은 무섭다.'


붓다의 활용형은 '부어, 부으니, 부어서, 붓다가' 입니다.

'라면을 먹고 잤더니 아침에 얼굴이 퉁퉁 부었다.' 

'곗돈을 붓다 중간에 타먹고 도망가버렸다.' 

'네이놈, 간땡이(간을 속되게 이름)가 붓더니 못하는 말이 없구나!'


기본형 붇다/붓다의 활용규칙을 이해한다면 헛갈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단어의 의미를 기억하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 볼까요.



해바라기 꽃이 많아서 [해바라기 공원]으로 불리는 그곳은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장소입니다. 

그곳에는 나이 들고 은퇴한 노인들이 여가를 보내러 오기도 하지만, 집 없이 여기저기 떠도는 외로운 노숙자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 해바라기 공원 근처에는 단골들만 아는 오래된 [달맞이 식당]도 있습니다. 


어느 날, 복잡한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 한 중년 남자가 들어와 주인 할머니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저 기억하시겠어요? 10년 전쯤, 몇 년 동안 할머니 덕분에 따뜻한 공짜 식사를 했었는데...그 후에 일자리를 찾아서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며 잘 살고 있어요....”


남자의 말에 유심히 얼굴을 살피던 할머니가 몹시 반가워하며 손을 잡았습니다.


“아...그러네? 정 씨로구만! 그동안 어떻게 지냈수? 잘됐다니 다행이고, 잊지 않고 찾아줘서 고맙고...”


자신을 알아보고 활짝 웃는 할머니의 부석부석한 얼굴을 알아챈 남자가 조심스레 여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몸이 좀 안 좋으신 것 아니에요...?”

“아니야, 몸이 좀 불었지? 살이 쪘나봐...난 아주 건강해요...하하하...”


마침, 남자가 주문한 잔치국수를 내오던 종업원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요...할머니가 지금 많이 안 좋으세요...얼굴만 부은 게 아니고요, 얼마 전 병원 검진 결과 간도 붓고....식당 일이 무리가 돼서 그런가 새벽에는 눈도 못 뜨게 날마다 퉁퉁 부어 있어요....”

“쓸데없는 소리 말고...물에 담가둔 말린 북어가 얼마나 불었나 확인해서, 저녁 반찬 밑작업이나 하소...”


남자는, 종업원의 말을 끊는 할머니가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러나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남자의 등을 두드리며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자자, 아무 걱정 말고 드시게! 자네가 잔치국수를 좋아했지, 참... 국수가 불으면 맛이 없으니 얼른 들어요, 호호...”


할머니가 30년째 운영 중인 [달맞이 식당]은 돈 없는 사람들도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 중에서는, 온종일 해바라기 공원에서 자연과 벗삼아 지내다가 아침, 점심과 저녁 끼니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인심 좋은 곳입니다. 


“달맞이 식당이 최고지, 주인 할매 음식솜씨도 좋고 양도 언제나 푸짐하고...게다가 공짜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천국의 식당이랄 밖에!”

“아, 그럼, 그 식당 아니었으면 나도 진작에 어떻게 됐을지 모르지...”


그래서, 식당은 이른 아침 문을 열 때부터 밤늦게까지 늘 북적였습니다. 

물론, 그 식당에 공짜 손님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형편껏, 마음껏 음식값을 넉넉히 지불해도 됩니다. 그런 사연을 알게 된 사람들은 식당에 일부러 찾아와 기부금을 내기도 합니다. 


10여 년 만에 [달맞이 식당]을 찾은 남자도 어쩐지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는 국수를 삼키고는 음식값을 넉넉히 계산한 뒤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할머니, 제가 그동안 밑천을 모아서 장사를 하는데 제법 잘 되고 있습니다...앞으로는 버는 돈의 일정 액수를 떼어 곗돈 붓는다, 생각하고 매달 후원하겠습니다... 그러니, 아픈 데 있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도 받으시고요...저도 시간 날 때마다 직원들과 함께 와서 일손도 보태드리려고요.”

“아, 정말 고마워요! 나는 그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인데, 이렇게 잊지 않고 다시 찾아와서 도움을 준다 하니 고맙구랴...그러니 내가 더 힘내어 살아갈 맛이 나는 거지, 호호호!”


할머니는 푸석하게 부은 두손으로 사내의 손을 잡으며 기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붇다(불어/불으니) 1.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 2.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북어포가/국수가 붇다) 3.살이 찌다

붓다(부어/부으니) 1.살가죽이나 어떤 기관이 부풀어 오르다.(얼굴이/간이/눈이 붓다) 2.성이 나서 뾰로통해지다. 3.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4.불입금이자곗돈 따위를 일정한 기간마다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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