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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l 05. 2024

15.조정하다/조종하다

-드론을 조정하여 감시하도록, 누가 뒤에서 소년을 조종했을까요?

열다섯 번째는

조정하다/조종하다 입니다.




조정하다 1.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하다. 2.분쟁을 중간에서 화해하게 하거나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도록 하다.

조종하다 1.비행기나 선박, 자동차 따위의 기계를 다루어 부리다(=운전하다) 2.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어 부리다(=요리하다:어떤 대상을 능숙하게 처리함을 속되게 이를 때.)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습니다.

잘 들여다 보면 두 단어의 의미가 분명히 다르니 사용할 때 헛갈릴 일이 없어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다보면  종종 헛갈리는 어휘이기도 합니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두 단어는 한자어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그 한자어도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1.조정하다=정돈하다,합의를 유도하다의 의미인데 딱히 순우리말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한자어인 조정하다를 흔히 사용하게 되는 것같습니다.

2.조종하다=운전하다의 의미를 한마디로 표현한 순우리말은 부리다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부리다의 의미가 바로  '기계나 기구 따위를 마음대로 조종하다.'인 것은 사전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외래어인 한자어가 우리말처럼 쓰이는 경우입니다. 

즉, '나는 비행기 조종사입니다.' '나는 비행기를 부리는 사람입니다.'라고 쓰면 좋겠지만, 어쩐지 이런 경우는 조종사라는 표현이 좀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흔히 널리 쓰이다 보니 우리 귀에도 더욱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인식되는 듯합니다.

이와같이, 오늘의 두 단어는 한자어라는 점, 그럼에도 우리말처럼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조정하다를 볼까요. 

조정하다의 '조정'은 어떤 한자를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무려 6가지로 구별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선택하여(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의미로 두가지만 선별) 제시한 두가지 의미 중 1번(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하다.)에 해당하는 조정의 한자는 [調]입니다. 반면, 2번(분쟁을 중간에서 화해하게 하거나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도록 하다.)의 의미를 나타낼 때는[調]을 씁니다. 그외에도 각각 다른 한자 단어를 사용하여 다른 의미를 표합니다. 

그것은. 한자표의문자이기에 표음문자인 우리 한글과 달리 각각의 한자 단어 하나하나가 다른 의미를 갖기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발음은 같더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에 따라 모두 다른 한자를 쓰게 되지요.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정하다'의 검색결과 : 네이버 국어사전 (naver.com)


다음으로, 조종하다조종은 어떤가요. 

조종의 한자 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골라잡아 제시한 두가지 의미의 한자어는 []입니다. 

그러나, 조종에 해당하는 한자 역시 여러 다른 의미로도 쓰이는 6가지 경우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3가지 경우만 더 알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조종[弔鐘] 1.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뜻으로 치는 종. 2. 일의 맨 마지막을 고하는 증표나 신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조종[祖宗] 1. 시조가 되는 조상. 2.임금의 조상3. 가장 근본적이며 주요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조종[早種] 1. 농업 같은 농작물 가운데 다른 것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2. 농업 제철보다 일찍 여무는 벼. 조생종.(=올벼)

의미에 따라 모두 다른 글자를 쓰는 한자와 달리, 표음문자인 우리 한글 여러 의미를 갖더라도 동일한 소리로 발음되면 모두 같은 글자로 표기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를 통해 확인할 있습니다.

https://ko.dict.naver.com/#/search?query=%EC%A1%B0%EC%A2%85%ED%95%98%EB%8B%A4&range=all


마지막으로 적절한 사용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에 밝힌 '조정하다'의 두 가지 의미를 염두에 두고 살펴봅시다.

'오랜 갈등으로  골이 깊어진 노사 간의 대립을 조정하다.'(2의 뜻) 

'서로 다른 견해 차이를 조정하다.'(2의 뜻) 

'의과대학 정원을 조정하기에 이르렀다.'(1의 뜻)

'노사 간의 관계를 조정하다.'(1의 뜻)  


다음으로, 조종하다의 두가지 의미의 사용례입니다.

'작은 리모컨으로 드론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다.'(1의 뜻) 

'현대의 첨단 무기들은 컴퓨터에 의해 제어되고 조종된다.'(1의 뜻) 

' 사건은 커다란 배후세력이 조종하고 있다.'(2의 뜻) 

'누군가 그를 은밀히 조종하고 있.'(2의 뜻) 

'저 사람을 조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2의 뜻)


오늘따라 글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조정하다/조종하다는 기본적으로 우리가 자주 쓰는 어휘이지만 한자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헛갈리지 않게 적절히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뜻에서 비롯하였습니다.


두 단어의 의미를 마음에 새겨두고 아래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쿵쿵쿵...’ ‘드르륵-드륵--’ ‘끼익-끼이긱--’


“아....저 사람들은 잠도 없나...지금이 몇신데...아유, 시끄러워!! ”

“어휴, 잠 좀 자자...잠 좀.....새벽 3시에도 잠 안 자고 날마다 뭐하는 거냐고!!”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 잠을 깬 장예민 씨와 아내가 이렇게 짜증을 냅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산자락에 위치한 새 아파트로 이사한 장예민 씨 가족은 어느 날부터 밤잠을 설치기 시작했습니다.

날마다 자는 둥 마는 둥 부스스한 얼굴로 아침을 맞는 장예민 씨가 지친 몸짓으로 투덜거렸습니다.


“날마다 이렇게 잠을 못 자니 피곤해 죽겠네! 회사 가서도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라고.... 이렇게 층간소음 심한 아파트에 살기는 또 세상 처음이네!”


그날 저녁, 아내가 말했습니다.


“어저 부녀회에 알아보니, 여기 주민자치단체 중에 ‘층간소음 분쟁조정위원회’가 있대요, 거기다 조정신청을 해보면 어때요?”

“그래? 얼마나 층간소음이 심각하면 그런 게 있었대? 그렇게라도 조정이 되는지 해보든가 해야지!”


다음날 조정신청을 접수하자 조정위원회가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약속된 일시가 되자, 조정위원회 대표와 3인의 위원들, 1001호의 장예민 씨와 1101호의 입주민 70대 박 노인이 회의실에 둘러앉았습니다. 

그런데 장예민 씨가 시간에 맞춰 도착했을 때, 뜻밖에도 1101호 박 노인과 위원회 관계자들이 먼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곧바로 회의가 시작되고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할 시간이 되자, 박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네요! 우리 집에는 우리 할멈과 나밖에 없는데, 무슨 소음이 난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되거든요... 거...젊은 사람이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 모르겠네!”


박 노인의 말에 장예민 씨는 언짢은 듯 강력하게 항의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르신? 낮이고 밤이고 하도 시끄러워서 저희 가족들은 집안에서 한시도 편히 쉬지를 못한다고요... 석 달 전 이사 온 뒤로, 몇 번 항의할 때는 미안하다, 조심하겠다면서 인정하셨잖아요?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소리냐고요??? 그 집에 귀신이라도 사나요?”


장예민 씨의 반응에 조정위원장이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듯 나섰습니다.


“자자...젊은 양반, 진정 좀 하시고요....아랫집에서는 시끄럽다고 하고, 윗집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시네요. 내 생각을 우선 얘기하자면...젊은 양반,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 알죠? 저 1101호의 박기장 씨로 말하자면, 젊은 시절부터 약 30여 년 동안 그 항공사의 비행기 조종였어요! 게다가 ‘기장(機長)’이었단 말씀이지! 그래서 다들 ‘박기장님’이라고 부르는데... 하하, 그런 양반이 은퇴하시고 사모님과 두 분이 사시는데...내가 생각하기에도 시끄러울 일이 뭐가 있겠냐 싶은데....? 혹시,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서 집에 와서도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예민해져서 그런 환청을 듣는 건 아닌가...그러면...굳이 조정할 일이 크게 없을 것같은데....”


그 말에 모든 사람들이 서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광경에 장예민 씨는 더욱 분통이 터트리며 말했습니다.


“뭐라고요??? 스트레스 때문에, 예민해져서 착각을 하다니요?? 위원장이라는 분이 이렇게 한쪽 편만 들면 중재가 될 수가 없잖아요? 아까 보니 당사자인 저도 없는 상태에서 대화중이시던데....박기장 어르신, 젊어서 비행기를 조종하셨다고요? 이제는 비열하게 사람들을 뒤에서 조종해서 자기편으로 만드시나요? 저 뿐 아니라 아내와 아이도 날마다 잠을 설치는데, 환청이라니요!...여러분이 저분께 무얼 받았는지 몰라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정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자 1101호 박기장 씨도 발끈하며 큰소리를 쳤습니다.


"아, 아니, 거...말이 심한 것 아니오! 조종이라니? 내가 무슨 야바위꾼도 아니고 누굴 조종한단 말이오.....?!"


그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은 헛기침을 할 뿐이었습니다.




조정하다 1.어떤 기준이나 실정에 맞게 정돈하다. 2.분쟁을 중간에서 화해하게 하거나 서로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도록 하다.

조종하다 1.비행기나 선박자동차 따위의 기계를 다루어 부리다(=운전하다) 2.다른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다루어 부리다(=요리하다:어떤 대상을 능숙하게 처리함을 속되게 이를 때.)



*참고:표의문자/표음문자

표의문자表意文字
가장 대표적인 표의문자로 '한자'를 들 수 있다.
‘依, 木, 東, 學, 不’ 등은 각각 어떠한 의미를 대표하는 글자들이어서 ‘ㄱ, ㅂ, ㅗ’ 등이 단순히 어떠한 음을 대표하기 위한 글자들인 한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능을 가진다. 
또한, 표의문자는 의미만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며, 어느 글자나 일정한 음도 대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표의문자는 음보다는 '의미를 대표'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한다. 
표의문자는 문자의 발달과정으로 보면 표음문자보다 앞선다. 어떠한 사물 하나를 형상화하여 글자 하나씩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곧 '하나의 개념을 대표하는' 글자였으므로 '표의문자'이다. 
이때의 개념은 곧 단어의 개념이었기에 표의문자를 단어문자(單音文字)라고도 한다.

표음문자表音文字
'글자 하나하나가 어떠한 음의 단위'를 대표하는 문자. 
사람의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문자로서, '소리글자'라고도 한다. 
'한국어'는 대표적인 표음문자이다. 

발췌요약: [네이버 지식백과](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이응백, 김원경, 김선풍)//한국민족문화대백과





****얕은 지식으로 자료를 찾아가며 작성하였으나 섣부른 단정이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발견하시는 경우, 알려주시면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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