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mehow Jul 10. 2024

2.까발리다/까발기다

-감추어진 진실은 언젠가는 까발려지겠지요.

두 번째로 맞춤법을 확인해볼 우리말은

까발리다/까발기다 입니다.




먼저, 단어의 의미를 확인해 볼까요.

까발리다 1.껍데기를 벌려 젖히고 속의 것을 드러나게 하다. 2.비밀 따위를 속속들이 들추어내다.


이와같이, 감추어져 있거나 가려져 있던 사실이나 대상의 속살이 드러나게 한다’는 의미의 우리말 ‘까발리다’를, 종종 ‘까발기다(X)’로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역시 무심코 발음하거나 쓰려고 하다보면 헛갈리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 표준어 규정에 따라 ‘까발리다’만 표준어로 삼고 ‘까발기다(X)’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음사용례입니다.

'남의 흉허물을 까발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오염된 바닷가에서 주운 조개 껍데기를 까발려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미장원에 모인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웃들의 비밀을 재미삼아 까발렸다.'

'그는 누명을 쓰고도 속시원한 해명이나 증거를 까발리기는커녕 침묵으로 일관했다.'


'까발리다'의 의미를 되새기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엄마...나 어린이집 안 가면 안돼?”

“...왜 또... 어디 아파, 우리 토끼? 엄마도 얼른 출근해야 되니까 우리 민희도 어린이집 가야지...?”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하는 다섯 살 민희와의 실랑이는 이렇게 반복됩니다.

지난해부터 혼자 딸을 키우게 된 어머니는 매일 아침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는 민희가 늘 안쓰러우면서도 이렇게 달래어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응.......알았어....엄마....그럼, 오늘도 빨리 데리러 와야 돼! 알겠지?”


민희는 엊그제 어린이집에서 놀다가 다친 이마의 혹을 어루만지며 씩씩하게 말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별나라어린이집’ 앞에 도착한 민희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들어갔습니다.


그날 오후입니다.

퇴근이 가까운 시각, 민희 어머니의 휴대전화가 울렸습니다.

바쁘게 업무를 마무리하던 민희 어머니는 왠지 깜짝 놀라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네에?? 뭐,뭐가... 까발려졌다고요?......어머나 세상에!! 알겠습니다!”


민희 어머니는 부랴부랴 ‘별나라어린이집’으로 쫓아갔습니다.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민희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혜민이 어머니였습니다. 어린이집에는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모였고 매우 어수선하고 심각한 분위기였습니다.


“저희가 오늘에야 이곳의 실체를 알게 됐어요! 그동안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얼마 전 그만둔 보육교사와 조리사가 저를 찾아와서 낱낱이 까발렸다고요!”


전직보육교사에 따르면, ‘별나라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훈육이라며, 말을 잘 듣지 않거나 짓궂은 어린이들에게 강제적이거나 강압적으로 다루었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밥투정하는 아이에게는 억지로 먹이거나, 걸어가는 아이를 뒤에서 밀어서 넘어뜨리거나 친구와 다투는 아이들은 맞세워 놓고 서로 때리게도 했다는 것입니다.

조리사 또한 원장의 지시로, 학부모들에게 전달한 [영양 만점 식단표]와 달리 부실하고 무성의한 음식들을 제공해 왔다는 사실을,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던 혜민 어머니를 찾아가 솔직하게 까발렸던 것입니다.


“오늘에야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되다니 너무나 속이 상해요! CCTV를 보여달라고 하니까 처음엔 보여주지 않으려고 온갖 핑계를 대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식이 아버님과 여러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요구하니 그제야 마지못해 내놓은 건데....글세! 민희 엄마... 속상하겠지만 이것 좀 보세요...”


혜민 어머니가 떨리는 손으로 민희 어머니에게 CCTV 녹화영상을 틀어주며 울먹였습니다.


“어머머머...우리 민희가...어머나..! 지금, 저...저...선생님이 민희 이마를 저 막대기로 때린 거에요? 그래서 이마에 그런 혹이 난 건 줄도 모르고....혼자 넘어져서 다쳤다고 했는데....기가 막혀....”


민희 어머니는 영상 속 장면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한쪽에 죄인처럼 앉아있던 어린이집 원장이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아...아니에요...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서로 조금씩 짓궂은 장난을 치다가 그런 거지...일부러 그런 적은 없다고 해요...그러니까...”

“여보세요!! 원장님! 지금 저 장면을 보시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세요? 이미 모든 게 까발려졌는데도요!!! 우리 아이가 집에만 오면 배가 아프다고 하던 것도 다 1년씩 유통기한 지난 재료들로 만든 음식 때문이고, 만날 여기저기 다쳐서 오던 것도....아이들한테는 비밀놀이하자는 핑계로, 집에 가서는 아무 말도 못 하게 협박하고....진실을 언제까지 감출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아무런 반성 없이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원장의 말에 3대 독자 현빈이 어머니도 분통을 터뜨리며 악을 썼습니다.



까발리다 1.껍데기를 벌려 젖히고 속의 것을 드러나게 하다. 2.비밀 따위를 속속들이 들추어내다.

감추어져 있거나 가려져 있던 사실이나 대상의 속살이 드러나게 한다는 의미의 우리말 까발리다, 종종 까발기다(X)’로 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표준어 규정에 따라 까발리다만 표준어로 삼고 까발기다(X)’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헛갈리지 않을 수 있을 것같네요!.









이전 17화 맞춤법_1.애달프다/애닯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