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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Jul 19. 2024

6.구시렁거리다/궁시렁거리다

-할 말이 있으면 구시렁거리지 말고 분명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여섯 번째는,

구시렁거리다/궁시렁거리다 입니다.




구시렁거리다'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하다.'라는 의미의 우리말입니다.


내 생각과 달라서 듣기 싫고 못마땅한 군소리를 자꾸 하는 사람을 보면 '왜 저렇게 구시렁거릴까?'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구시렁-'인지 '궁시렁-'인지 모호하게 알고 있는 경우 흔히 ‘궁시렁-으로 사용합니다. 어쩐지 발음하기도 좀더 좋은 것같기도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알고 보니, '궁시렁거리다(X)'는 표준어‘구시렁거리다’강원도 방언이라고 합니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제부터는 잘 사용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적절한 사용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술에 취해 돌아온 남편때문에 잠에서 깬 할머니는 돌아누운 채 계속 구시렁거렸다.'

'할말이 있으면 똑바로 할 것이지, 왜 그리 혼자 구시렁거리느냐!

'구시렁거리지 말고 떳떳하게 의견을 밝혀야 합니다.'


위와같은 구시렁거리다의 의미와 사용례를 생각하며 다음 이야기를 읽어볼까요.




“아들! 산책 가자! 오늘부터 방학 동안 엄마랑 같이 산책하기로 했지?!”


앞으로 남은 여름방학은 2주 정도입니다. 

방학 동안 살을 빼려던 계획을 실천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버리자 석구는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이제부터라도 함께 운동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 첫날이 밝았습니다.


“아....아직 너무 이른 시간 아니에요? 좀 더 자고 낮에 할 일 없을 때 하면 안 될까요...?”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채 석구는 잠꼬대처럼 중얼거렸습니다.


“야, 오전 6시야. 한여름 오전 6시면 한낮이야, 이 녀석아!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렇게 게으르고 꿈지럭거리는거야....할 일 없을 때 하는 게 운동이 아니거든! 어서 일어나라고!! 방학 동안 20킬로 뺀다고 계획표 써냈다면서 어떡할 거야, 시간이 없잖아!!”


산책 나갈 채비를 마친 어머니가 체중 80킬로그램이 넘는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을 들깨웠습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면서도 석구는 계속 투덜거렸습니다.


“아...진짜....졸려 죽겠는데....2시까지 게임했단 말이에요....엄마는 할 일 없으니까 일찍 주무셨잖아요...저는 친구들이랑 게임도 해야 하고...숙제도 해야 하고...학원에도 갔다 오고...방학이라도 하루 종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아, 뭘 잘했다고 구시렁거려? 방학 동안 네가 일을 했니, 아르바이트를 했니, 뭘 했니? 밤낮으로 빈둥거리면서 그렇게 먹어대니...살이 빠지려야 빠질 새가 없잖아...중학교 2학년이 80킬로가 뭐니, 내가 사람을 낳았지 돼지 새끼를 낳은 것도 아니고 말이야! 지금도 살이 찌는게 보인다고!”


석구는 어머니의 나무람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말대답을 이어갑니다.


“중학생이 그럼, 방학 동안이라도 잘 먹고 푹 쉬어야지, 어디 가서 돈을 벌어 와야 돼요?? 그건 아니잖아요!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하느라 평소에도 얼마나 힘든데요....그리고 무슨 돼지 새끼래요...엄마는, 귀한 아들한테요....아 진짜, 나 어디서 주워 온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서야, 맨날 돼지 새끼라고 구박하고...세상에 그런 엄마가 어딨어요...?!”


집을 나선 뒤, 어느새 저 멀리 실개천이 흐르는 산책에 들어서면서도 두 사람은 계속 토닥거렸습니다.


“시끄러워 이 녀석아! 누굴 닮아서 그렇게 따박따박 말대답이 청산유수라니?? 구시렁거리지 말고 다리에 힘주고 빨리빨리 걸어. 그리고 학교는 누구나 다니는 거지, 학교 다니는 게 무슨 대단한 일이니? 돼지 소리 듣기 싫으면 열심히 운동해서 살을 빼라고! 너 때문에 우리 집 한 달 생활비에서 식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기나 해? 그리고 살이 찌면 여러 가지 병에도 잘 걸리는 거야. 은미 고모 알지? 헉헉-- 그 고모가, 작년까지 100킬로그램이 넘었었대...결국엔 당뇨병에 고혈압, 고지혈증까지 걸려서 큰일 날 뻔했는데, 정신 차리고 운동, 열심히, 해서 6개월 만에 50킬로그램, 뺐단다! 헉헉--그러고 나서, 있던 병도 거의 다 나았대! 너도 할 수 있어!”


어머니는 숨차게 걸으면서도 이렇게 쉬지 않고 말씀하십니다.


“아, 나는 무슨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그냥 좀 뚱뚱한 건데...식비가 많이 들면 얼마나 든다고 그래요? 난 원래 돼지고기 안 좋아했었는데..엄마아빠가 주말마다 삼겹살 파티하면서부터 돼지고기 먹게 된 건데...고기를 나 혼자 먹은 것도 아니고...엄마도 뚱뚱하면서...나 보고만 뭐라 그래....헉헉ㅎ...”


석구는 숨차게 걸으며 헐떡이면서도 지지 않고 투덜거렸습니다.


“야! 혼자서 구시렁거리지 말고 엄마 말 잘 새겨들어! 달리기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 시간씩 산책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렇게 습관들여서 꾸준히 운동하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고 달리기도 할 수 있고 점점 건강해지는 거야! 게으름뱅이가 뭐가 그렇게 불만이야!?”

“아아, 알겠어요...열심히 운동할게요...안 그래도 학교에서 돼지라고 놀려대긴 했어요....”


어머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은 석구는 발걸음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구시렁거리다 못마땅하여 군소리를 듣기 싫도록 자꾸 하다.  

'궁시렁거리다(X)'는 표준어인 구시렁거리다강원도 방언입니다

구시렁거리다 궁시렁거리다(X)’로 흔히 쓰지만 이는 잘못된 표기입니다.


누군가 구시렁거릴 때, 꼭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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