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잖은 비용부담 때문에 고민도 했으나, 일생에서 한번쯤은 제대로 운동하는 법을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았다.
총10회에서 각각 상체운동과 하체운동법, 스트레칭 법 등을 익혔다.
물론 거의 한두번씩 맛만 보고 지나가는 식으로 배우다 보니, 충분히 익숙해질 시간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특히 몇가지 동작과 기구들은 연습시간에 따로 반복해보니 할 만했다.
나는 사실, 지난 세월동안 50킬로그램을 넘지 않는 체중을 유지했다.
유지했다지만, 일부러 피나는 다이어트를 한 적은 없다.
고3때 약간 살이 쪄서 50을 잠시 넘나들었고, 2001년 궤양성대장염을 진단받은 뒤로, 초기에 제대로 관리를 못해 심하게 악화되어 스테로이드제제를 먹었을 때 부작용으로 급격히 살이 쪄서 52정도까지 넘어섰던 적은 있으나 지난 시간동안 나의 평균 몸무게는 47~8kg이라고 할만하다.
결핵진단을 받은 뒤에는 어쩐일인지 살이 더 안 오르는 듯했고 조금더 살이 빠져서 45~47사이를 오르내리곤 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어머 날씬하다~ 부러워~~
팔이 어쩜 이렇게 가늘어요~
어머나, 허리가 없어....!
여자들은 나이가 많고 적고 평생 다이어트라는 숙명을 남몰래 지고 사는 듯하다.
나는 살을 찌우고 싶어서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마치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살이 차오르지 않았다.
팔둑이 가늘다는 소리도, 실은 나로서는 무척 창피한 사실이었다.
팔뚝이 가늘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느순간부터 여름엔 반팔 옷도 꺼리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몸에 살이 없다 보니, 수영을 해도 참 힘이 들었다.
수영을 좋아해서 수영장에 뛰어들지만, 기본 목표인 20바퀴를 향해 매 바퀴를 돌 때마다 수많은 번뇌에 휩싸였다.
이제 그만 돌까, 한 바퀴만 더 돌까....조금만 더...
이 모든 갈등은 금세 지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그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난 8월말에 결핵성 흉막염으로 진단받고 늑골아래 차오른 고름을 빼내는 수술을 받을 때였다.
수술이 끝나고 나오며 의사는, 몹시 당황스러운 얼굴로, 자신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서둘러 배수진을 치고는, 환자의 복부에 살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수술로 잘라낸 피부 위아래살갖을 잡아당겨 봉합을 해야하는데, 몹시 힘들었다며 하소연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살이 있어야 잡아당겨 붙일텐데 도무지 잡아당길 여분의 살가죽이 없을 만큼 바짝 말라있었다는 뜻이겠지...그 말을 전하며 남편과 동생은 한숨을 쉬었었다...
아무튼 의사는 자신의 능력껏 성의껏 내 살가죽을 끌어당겨 이어붙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고, 다행히 그 상처는 잘 아물고 있다.
그만큼, 나는 내가 미처 알지 못할 정도로 야위어 있었다는 말이다.
수술이 끝남과 동시에 남편의 보호자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열렬하게 시작되었다.
퇴원후 집에 돌아오고부터 매일 한달 동안 소고기와 연어를 구워 먹었고, 두 달째인 10월부터는 닭가슴살을 매일 먹고 있다.
비싼 소고기도 며칠 먹고 나니 토가 나오려고 했지만 참아넘겨야 했다.
닭가슴살도 마찬가지다, 벌써 두 달째인데, 처음엔 조리된 걸 사먹어보니 매일 먹으려면 개당 단가가 무시 못할 정도여서 한번에 5kg씩 생 닭가슴살을 사서 직접 조리를 해 얼려두고 꺼내어 먹고있다.
이렇게 푸짐한 접시는 아니지만 채소와 닭가슴살을 함께 먹는다. 파인애플소스와 발사믹을 곁들여.
그래도 처음 한두 달 정도까지는 살이 오르지 않았다.
여전히 47~8을 오르내렸다. 가끔 49까지 올랐다가도 며칠 지나면 다시 내려가곤했다.....그래도 남편의 염원과 나의 간절함을 버무려 매일매일 닭가슴살을 먹어가며, Pt를 시작하는 나날이 꾸준히 이어지자, 점점 몸무게의 충실도가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며칠째 비슷한 무게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식전에 재보니 50.3.
식후에 재면 51.
스마트스토어 이미지(변형/출처)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은 그냥 나온게 아님을 체감한다.
PT를 하면서 팔뚝과 허벅지가 굵어지니 수영을 하는데도 힘이 들지 않는다.
체중이 더이상 47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50정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보자.
팔다리 근육운동을 하면서 힘들다 느끼긴 하지만, 그후에 수영을 하면 금세 지치는 느낌이 없고 팔젓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체중과 근육이 수영을 더 가열차게 할 수 있게 하는 추진력을 만드는 것같다.
그래서 어떤 운동이든 기본 체력이 중요한 것같다.
PT레슨이 종료된 요즘은 혼자서 근처 헬스장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수영장으로 바로 가거나,
천변산책40~50분 후 수영장에 간다.
어느새 한달이 넘어가는데 수영을 더욱 즐기게 되었다.
입수하면 쉬지 않고 20바퀴 돌기가 힘들이지 않고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깊고 푸른 물속을 유영하는 고래를 상상하며 나는 온몸의 힘을 빼고 천천히 나아간다.
그럴때면, 물은 나의 우주가 된다.
까마득한 우주의 한복판을 유영하는 우주인들의 심정이 어쩌면 나와 같을까.
쉬지않고 천천히 헤엄치다 보면 나는, 푸른 심연深淵을 유영하는 한마리 고래가 되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