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일을 망치다
겨울이 되자 문호는 아버지를 따라 얼음낚시터에 갔어요.
단단하게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앉은 아버지가 얼음에 구멍을 뚫고 낚싯대를 담그자 문호가 말했어요.
“그런데…이 추운 날씨에 물고기들을 잡는다는 게 걱정스러워요…”
“뭐가 걱정스러워?”
“물고기들이 불쌍해요…날이 추워서 잘 움직이지도 못할 텐데, 그런 물고기들을 잡아다가 매운탕을 끓여 먹는다고 생각하니까…”
“하하, 그렇구나…우리 문호가 마음씨가 아주 착하구나…”
문호가 함께 데리고 온 강아지 슈나우저 뤼팽은 생전 처음 밟아보는 미끄러운 얼음판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날뛰며 연신 주위를 킁킁거리고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문호야, 낚시질할 때는 조용히 해야 한단다. 그래야 물고기들이 미끼를 먹으러 올 거 아니니…뤼팽이 좀 얌전히 있게 해야 돼…응?”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강아지 때문에 낚시를 망칠까 봐 걱정스러운 아버지가 문호에게 일러주었어요.
“네, 아빠…제가 얌전히 있게 할게요…뤼팽~~이리 와!”
문호는 뤼팽이에게 목줄을 채우기 위해 조심스레 다가갔어요.
하지만 낯선 환경이 신기한 듯 강아지 뤼팽이는 팔짝거리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어요.
살금살금 뒤를 쫓던 문호가 잡으려고 손을 뻗는 순간, 뤼팽이는 장난치 듯 잽싸게 빠져 달아났어요.
“아얏~! 너 이리 안 와?! 잡히면 죽었어~! 뤼팽~~!!!”
그 바람에 팔꿈치를 단단한 얼음바닥에 찧은 문호가 약이 올라 이렇게 외치며 쫓아나갔어요.
그때, 얼음구멍을 들여다보던 아버지가 짜증스럽게 투덜거리셨어요.
“야, 이 녀석아! 방금 큰 물고기를 낚을 뻔했는데,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털썩이잡았잖아!! 에잇, 저 말썽쟁이들을 데려오는 게 아닌데…”
‘털썩이잡다’라는 표현은
‘일을 망치다’라는 뜻의 재미있는 우리말입니다.
_201409 다시 읽기*한글은 힘이 세다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