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뼈가 골절된 한 젊은이가 어느 날 응급실로 다급하게 실려 왔다.
그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철근이 쌓여 있던 20미터 아래로 추락하면서 머리를 심하게 다쳐 이미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최대한 서둘러 응급조치를 취했으나 살아날 가망은 더 이상 없어 보였다. 결국 식물인간처럼 의식도 없이 숨만 겨우 쉬는 상태로 중환자실에 누워있게 되었다.
“이런 경우 대개 1시간 이내에 호흡이 정지될 겁니다… 그러니 가족 분들께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담당 의사는 이미 이렇게 말함으로써 환자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족과 친구들은 곁에서 하릴없이 애타는 심정으로 이렇게 발만 구를 뿐이었다.
“아이고 세상에…아직 신혼인데 이게 뭔 일이냐?”
“이 녀석아, 어서 정신 차려! 얼른 일어나야지!”
그 다음날이 되었다.
가족들이 담당 간호사에게 달려갔다.
“우리 애가 아직 숨을 저렇게 쉬고 있는데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요?”
놀랍게도 그 환자는 아직도 불안정하나마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들도 그 점에 대해서 놀라워하기 시작했다. 그 환자보다 덜한 상태에서도 하룻밤은커녕 몇 시간도 넘기기 어려운데 중태에 빠진 채로 하룻밤을 무사히 보냈다는 것은 기적처럼 생각되었다.
문득, 그가 쉽게 세상을 떠나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마저 들 정도였다. 주위 사람들은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전히 삑삑거리는 불안정한 기계음을 달고 중환자실에서 지낸 지 무려 닷새째가 되었을 때, 한 젊은 여자가 힘겨운 걸음으로 병실로 들이닥쳤다. 그녀는 불과 1년여 전에 결혼한 환자의 아내였다. 그녀는 보름 전부터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에 가있었다. 전날 밤 무사히 출산을 하고, 그제야 뒤늦게 남편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뛰어온 것이다. 아내는 창백한 얼굴로 남편의 손을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여보, 나야! 우리 예쁜 딸 낳았는데~ 여기 이러고 있음 어떡하니? 어서 일어나! 여보, 사랑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환자의 심전도 그래프는 일직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끝내 눈을 감아야 하는 순간까지 기다려온 것은
아내의 따뜻한 목소리였을까.
중태에 빠진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를 한 번 더 만나고 떠나기 위해
생과 사의 경계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그녀를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