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먼지처럼 펄럭이는 햇빛을 벗어난 길가 무너진 담벼락에 미라처럼 앉아있었다.
며칠째 제대로 된 먹을거리는 구경도 못했다. 운 좋게 먹을 것이 생겨도 제 몫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음식을 구할 수 있을까, 가망 없는 희망을 품고 소년은 몇 시간째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다. 그때 어디선가 낡은 지프가 달려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부옇게 날아가는 먼지사이로 하얀 얼굴에 카메라를 멘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주변을 살피고 카메라를 들이대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들은 그 나라의 비극적인 상황을 서방세계에 제대로 알리기 위하여 취재에 나선 외국기자들이었다.
15년 넘는 긴 시간에 걸친 내전으로 황폐해진 그 나라는 전쟁의 참화 외에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살아남은 이들마저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동차와 함께 일행이 도착한 그 마을은 아무도 살지 않는 듯, 사람 그림자라곤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일행은 뜻밖에 소년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소년의 몸은 작고 앙상하게 여윈데다 벌레에 물린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게다가 영양실조에 걸려 배만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버렸고 피부조차 노인처럼 나이 들어 보였다. 맥없이 앉아 있는 소년에게 누군가가 과일 한 덩이를 건네며 말했다.
“얘야, 과일 먹을래? 괜찮아… 받아…”
그러나 소년은 그저 망연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과일을 받아 쥘 기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것을 절반으로 잘라주자 겨우 받아 쥐며 눈인사를 하고는 어딘가로 휘청거리며 걸어갔다. 일행은 위태로워 보이는 소년을 조심스레 뒤따랐다.
그가 도착한 곳에는 더 어린 아이가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그 아이는 동생이었다.
소년은 동생 옆에 앉아 과일을 한입 베어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얼마 동안 씹어서 무른 상태가 되자 그것을 동생의 입에다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동생의 턱을 잡고 움직여서 씹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잘 씹어서 삼켜야 해… 이걸 먹어야 살 수 있어… 천천히 씹어 삼켜…그래…”
지구상 곳곳에는 아직도 ‘내전’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한 나라 내에서 일어나는 전쟁인 내전은 한 국가 내의 인종과 종교분쟁에서 비롯한다. 그로 인해 고통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한 국민들이다. 전쟁의 와중에 부모, 형제를 잃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는 어린이들이다.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다 해도 굶주림에 시달리다 처참하게 죽어가기 때문이다. 겨우 살아남은 이들 형과 동생도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서방 취재진들로부터 얻은 뜻밖의 사과 반쪽으로 동생을 살렸으나 형은 끝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전쟁의 비극과 인간의 존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