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띠와 밤의 주름이 맞닿는 순간, 존재는 경계 위에 선다
알베르 카뮈 『안과 겉』 중
낮의 띠와 밤의 주름이 섞이는 시간
° 안과 겉 °
“이 극단의 의식의 극한점에서 모든 것이 하나로 융합되면서 나의 생은 송두리째 버리든가 받아들이든가 해야 할 하나의 덩어리처럼 생각되는 것이었다.”
(이것이 까뮈의 해답이다. 안과 겉은 ‘하나’의 덩어리인 것이다. 안과 겉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배반이다.) — 김화영 해설
하늘은 뒤집혀 삶의 공간이 되고,
빛은 어둠을 끌어올린다
하늘은 아직
낮의 옷을 벗지 못하고,
땅은 이미
밤의 숨결을 끌어당긴다.
빛과 어둠은
서로를 부정하지 못해
겹겹이 스미고, 스러지는 가장자리.
나무는 말없이
그 틈을 견디고,
그림자조차 방향을 잃는다.
이 순간 —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살고도 죽지 않은,
한 호흡의 어스름.
그 주름 위에서
빛은 어둠을 끌어올리고
나무는, 태어나듯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