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 멍들다

빛이 사라지는 순간, 존재는 그리움이 된다

by 김은령



생텍쥐페리

『 어린 왕자 』 중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정원 한 곳에서 오천 송이의 장미꽃을 기르지만,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해. 하지만 그들이 찾는 건 꽃 한 송이, 혹은 물 한 모금일지도 몰라.”

“그런데 눈으로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 노을에 멍들다 ° _ 김은령




사막이 물들어 갈 때,

뒷모습이 속삭인다.


작은 어깨와 낮은 귀,

침묵이 그리는 그림자.


꽃 한 송이를 위해

온 우주를 건너온 자와,

길들여진 뒤에야

비로소 눈물 흘리는 이.


그들은 안다 —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고,

우물은 늘

가장 깊은 상처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본다 —

장미의 심장을 닮은 사막이

조용히 숨을 틔우는 순간을 기다리며.





° 노을에 멍들다 ° _ 김은령




노을은 사막의 우물을 붉게 물들인다.

불타는 하늘 아래,

우물도 장미도 그 빛에 잠긴다.


비로소

빛이 스러진 자리에서

우물꽃이 피어난다.


그건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지만,

그리움은 노을빛에서 피어난다.


나는 노을 앞에 앉아

심연에 맺힌 한 문장을 쓴다.

빛이 나를 데려온 길,

그 길의 끝에서 —

다시 붉게 멍든다.


그 멍듦이 곧 사랑임을 알기에 …





° 불타는 노을에 멍들다 ° _ 김은령


사막은 나에게 ‘그리움의 표면’이며,
그 안에 감춰진 우물은 기억의 심연이다.
이 그림은 심연을 향해 고개 숙이는 순간의 이야기다.

노을빛은 멍듦의 잔향이다.
문장이 이제 붉게 사그라지며 ‘우물꽃’으로 피어난다.

꽃은 보이지 않지만,
향은 오래 남는다 —
멍듦이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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