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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는사람 Feb 01. 2024

[방황일기] 29살, 우울 그리고 ADHD

내가 정신과에 가기까지 


 모든 것이 부정당하고 뒤엎어진 느낌이었다. 우울증인줄 알았지 ADHD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살았다. 넷플릭스를 끝까지 못 본다고, 스마트폰을 자주 보고 아침에 일어나지 못한다고 ADHD라면 현대인의 대부분은 ADHD일 것이다. 책은 물론 영상도 끝까지 못 보는 건 21세기 모든 현대인들의 공통점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화가 나면 스마트폰 얼굴 인식으로 쉽고 빠르게 결제를 했고 시발비용이라는 용어까지 붙여줬다. 모두가 그렇게 사는줄 알았다.


 그저 학업성적이 많이 저조한 줄 알았다. 그저 F라서 감정적이고 그냥 손톱을 뜯는 버릇이 있는 줄 알았다. 사람 말이 퓨즈 끊기듯 안 들리는 건 다들 그런 줄 알았다. 규칙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한 건 그냥 내 노력과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건 줄 알았다. 모든 것은 나의 문제였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는데 나는 눈물 나게 노력해도 안 되는 줄 알았다. 그냥 공부를 못했고 일이 적성에 안 맞는 줄 알았다. 나는 길도 잘 찾고, 물건을 잃어린 적도 거의 없으며 (선글라스는 4개 정도) 지각을 하는 편도 아니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나는 공부를 못했지 지 인생을 못 챙길 애는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후에 퍼즐 맞춰지듯 나도 모르고 지나간 증상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나는 엉덩이는 오래 앉아있으나 학업 성적이 형편없었고 직장에서도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었다. 20대 후반이 넘어가니 결국 이런저런 나의 부스러기가 업보처럼 쌓이고 나에게 돌아오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는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했으며 결국 나에게 일을 맡기지 못하겠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렇게 20대 후반 나도 모르는 사이 곯았던 염증이 쌓이고 터져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졌다. 나는 우울, 불안이라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잡아먹혔다. 그리고 가족과 주변, 나 자신까지 물어뜯고 상처를 주었다.


결국 난 만 28살 모든 것을 중단하고 반강제로 휴식기에 들어섰다. 갭이어를 가지는 동안 미디어에서 ADHD를 접했다. 그곳에서 말하는 증상들은 '어? 저건 다 그러는 거 아니야?' 하는 증상들이었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동네 정신과에 예약했고 먼저 CAT 검사를 받았다. 조용하고 인자하지만 어딘가 어려워 보이는 의사썜은 ADHD 판정이 코로나 검사처럼 쉽게 나오지 않는다고 하셨다. 가장 중요한 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지속되거나 겉으로 니타 나는 문제 행동이 있었어야 했다. 그제야 어린 시절 나의 행동들과 성인이 된 이후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치가 더럽게 없었던 나는 내 행동들 조차 증상이라고 여기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CAT 검사 결과는 주의력이 제법 많이 떨어졌고 ADHD 스펙트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받았다. 29살 어느 겨울, 평생 동반자였던 우울, 불안 옆에 ADHD라는 예상치 못한 친구가 찾아왔다.


나는 그렇게 정신과에 다니기 시작하고 도망 다니는 삶을 계속 더 이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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