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잘 먹습니다.

도쿄에서 시즈오카 3화

by sincerely yours


타마고 산도에 대하여. 이름이 조금 거창하게 느껴져도 달걀 샌드위치일 뿐이다. 으깬 달걀을 마요네즈에 섞어 먹는 샌드위치는 많이 먹어봤지만, 달걀말이를 넣어 먹는 건 교토에서 가장 좋아하는 스마트 커피에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가 처음이었다. 끝을 자른 폭폭 한 흰 식빵 사이에 들어있는 달걀말이. 'Kayaba coffee'는 위치가 애매해 우에노 공원에서 내려 공원을 가로질러갔다. 아직 겨울이었는데, 계절을 모르고 핀 벚꽃이 있었다. 일본식 달걀말이는 조금 달아서 자칫 느끼할 수 있는데, 이곳의 타마고 산도는 와사비 향이 나는 마요네즈가 느끼함을 잡아주는 킥이었다. 2층의 다다미 구경은 못했지만, 목조 건물이 내뿜는 특유의 옛날 분위기가 좋았다.


여행 상점. 노팅힐의 윌리엄이 운영했던 'TRAVEL BOOKSHOP'을 보고 바로 저거야, 생각한 사람이 전 세계에 얼마나 많을까. 동네 책방이 먹고살려면 장사가 얼마나 잘되야하는 건지 감히 가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만의 뭔가를 한다면 'traveler's factory'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여행 노트를 커스터마이징해서 만드는 것이 이 가게의 인기 품목이다. 가격이 비싼 데다 여행 일기를 열심히 쓰는 편이 아니라 노트는 없지만, 티켓이나 팜플렛 등을 스크랩할 수 있는 노트는 몇 년 전부터 아주 잘 쓰고 있다.


철길 옆 작은 카페. 나카메구로의 'Onibus Coffee'는 크기는 작지만 카페로서의 제 기능을 온전히 다하고 있다. 1층에서 커피를 take out하고(메뉴도 많지 않다), 2층의 자리를 이용하는 건 자유롭다. 주인의 눈치도 없지만 화장실도 없는 공간.(한국이라면 일회용 컵 사용이 안돼서 이런 식으로는 운영이 힘들 것 같긴 하다) 6인용 테이블 두 개와 창가의 두 자리가 전부다. 벽엔 옷걸이. 놀이터와 철길이 보이는 큰 창.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힘은 역시 맛있는 커피와 좋은 음악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느낀 여기만의 힘은 쿠구쿠구- 하며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열차 소리와 놀이터의 아이들 소리였다.


나카메구로. 구글맵을 사용하지 않고, 가이드북 지도에 의지 해 여행하던 시절.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어디에 들어가야 할지 몰라서 큰길 2층에 있는 아무 라멘집에 들어갔었다. 하얀 거 하나, 빨간 거 하나. 역시 짜고 사실은 그렇게 맛있진 않았지만 친구와 고개를 끄덕거리며 호들갑 떨며 먹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어느 식당이 별점이 많은지 알고, 길도 척척 잘 찾아가지만 우연이 주는 행복이나 당황스러움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이제는 더 이상 노란색 트렌치코트를 입지 않는 심심한 어른이 된 것처럼 여행 또한 시절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Afuri' 분점이 있어 유자 시오라멘을 먹었다.


해피푸딩. 벚꽃이 핀 나카메구로 운하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운하를 따라 걷던 중 푸딩 가게에서 멈췄다. 이름처럼 가게도 귀엽다. 아무 단어 앞에 '해피'를 붙여보자. 그 순간이 조금 더 귀여워진다.


외국의 서점. 책의 물성을 좋아해서 이북리더기가 있음에도 종이 책을 자꾸 산다. 작은 서점에서 서점의 특색이 담겨 있는 큐레이션을 보는 것도 좋아하는데, 외국어로 된 책은 사질 못하니 구경의 재미도 떨어져 아쉽다. 그럼에도 '츠타야(TSUTAYA) 서점'은 매번 들르게 된다.


참기름과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에 참기름을 들이붓겠다' 정도의 참신함과 '깨 맛으로만 맛의 단계를 나누어 팔겠다'는 집요함이 있어야 눈에 띌 수 있는 세상이다. 검은깨와 하얀 깨 맛에서 각각 단계를 골라 통깨 토핑을 뿌려 먹었다. 참기름은 시도하지 못했다.


월요일이었음에도 저녁 시간이 되자 길엔 사람도 많아지고 추워졌다. 혼자 여행에서 찾아오는 외로움이 예전보다 자주, 일찍 찾아온다. 그럼에도 끼니를 챙겨 먹겠다는 꿋꿋함으로 하라주쿠의 'Spontini'에 찾아갔다. 밀라노에서 여행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피자집이 도쿄에도 생겼다. 떠들썩한 분위기에 눈 앞에서 피자를 퍽퍽 조각내어 포크를 꽃아 주진 않았지만 두툼하지만 바삭한 도우가 밀라노에서 먹던 맛 그대로였다. 여행이 여행을 낳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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