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천국, 문방구

도쿄에서 시즈오카 2화

by sincerely yours

혼자 먹는 아침. 숙소에서 지하철 역까지 가는 그 짧은 길 사이엔 편의점, 스키야, 야요이켄, 라멘집, 맥도날드 등 조식과 야식을 함께 할 식당들이 가득하다. 처음 시도하는 체인점인 '야요이켄(yayoiken)'에서 연어구이가 포함된 아침 set에 달걀말이를 추가해서 시켰다. 연어구이, 마요네즈와 달걀말이, 낫또, 날달걀, 김과 겨자가 나왔다. 아마 낫또에 겨자, 달걀노른자를 모두 섞은 뒤 김에 싸 먹는 것이 아니려나. 네이버 검색을 하며 밥을 먹으려니 어린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전히 낫또는 친하기가 어렵다.


기요스미 시라카와. 도쿄에서 처음 가보는 동네이다. 카페거리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붐비는 느낌 없이 한적했다. 관광객은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블루보틀 도쿄 본점만은 앉을자리 없이 꽉 차 있었다. 기요스미 공원이 있었지만 들어가 보진 못했다.


올프레스 에스프레소. 런던의 쇼디치(Shoreditch) 에이스 호텔 뒤쪽에 있던 ALLPRESS ESPRESSO에서 매일 플랫화이트를 마시며 아침을 시작했었다. 런던에서 커피가 가장 맛있다는 몬머스(Monmouth)보다 입맛에 더 맞았다. 주문이 잘못 들어가서 뺑오쇼콜라를 두 개를 받았지만 그걸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 그냥 먹기도 했다. 딱 좋을 정도로 쾌청했던 런던의 봄을 만끽했던 곳.


도쿄에 지점이 있는지는 이번 도쿄행을 준비하며 알게 되었다. 기요스미의 올프레스는 동네의 특성상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 위치는 조금 뜬금없었지만 커피맛이나 친절함은 그대로였다. 사선으로 된 천장이 매력적이었다. 마음에 드는 카페 한 곳만 있어도 어떤 동네에 마음을 주기가 쉬워진다. 이 동네 주민들이 아주 많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긴자바이린. 특별할 것이 없는데 도쿄에 올 때마다 늘 오게 되는 긴자. 온통 중국인들 뿐이고, 길거리에 캐리어를 파는 가게까지 생겼지만, 감동적으로 큰 무인양품 때문인지 이토야 때문인지 늘 오게 된다. 긴자식스 처럼 새로 생긴 곳이 많아도 2009년 엄마의 색칠공부 책을 샀던 녹색 간판의 서점이나, 양갱을 샀던 가게, 2013년 앙미츠를 먹으며 일본인 점원의 입에서 "한천"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디저트 가게는 그대로다. 지난번에 갔던 마이센 대신 긴자바이린에 줄을 서서 안심 돈가스를 먹었다. 소스를 뿌리고 스며들 시간을 주고 먹어야 더 맛있다. 일본인들은 큰 단위 지폐를 내거나, 여러 장의 지폐를 받으면 손으로 지폐를 착- 착- 하면서 액수를 다시금 확인시켜주는데, 그 손짓이 참 좋다.


이토야 (itoya). 누군가는 옷이 가득한 건물, 신발이 가득한 건물, 책이 가득한 건물을 꿈꾸겠지만 나에게 그것은 문구점이다. 11층짜리 문구점. 어렸을 땐 엄마, 아빠가 문방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구점 구경은 왜 질리지도 않는지, 학생 땐 교보문고 핫트랙스에서 용돈을 탕진하다가 요즘엔 라이플 페이퍼와 일제 문구에 빠져있다. 그렇다고 해서 값비싼 종이나 가죽 케이스 같은 고급 품목으로 손이 가게 금전적 여유가 생기거나 안목이 발전한 어른이 된 건 아니지만. 엽서나 마스킹테이프 따위로 쉽게 행복해질 수 있어 다행이다. 이미 가지고 있는 마스킹 테이프를 이으면 몇십 킬로미터는 나올 만큼 많은데도, 일본의 신상은 늘 이겨낼 수가 없다.


이토야에만 들어가면 늘 해가 질 때 나온다.


키테 (KITTE). 도쿄역 맞은편에 생긴 쇼핑센터. 삼각형 모양으로 상점들이 배치되어 있는 내부가 유명하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도쿄역의 전망이 비스듬하게 보인다. 조명이 켜진 도쿄역은 꽤 멋진 편이다.


나는 체력도 없고 게으르기도 한 사람이라 아침엔 숙소에서 꼴찌로 출발하고 저녁엔 가장 먼저 들어오곤 한다. 특히 겨울에 혼자 하는 여행이면 돌아오는 시간이 더 빨라진다.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어김없이 숙소에 일찍 돌아와 나의 캡슐 안에서 하루의 추위를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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