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볕 냄새 Jul 12. 2022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

번 아웃이 오려 할땐 최면 요법도 괜찮습니다.

요즘 매일 아침 무슨 최면 요법처럼 듣고 있는 켈리 최의 긍정 확언 뒤에 이런 얘기가 들려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날그날 해야하는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급급한데, 성공하는 사람들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우선한다고.

그날도 아침부터 정신 없이 To do list를  쓰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으응..??

이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잖아?


그러다 갑자기 쓰고 있던 스케쥴러를 봤다. 나는 시간 순으로 그날 꼭 해야 할 일을 먼저 적는 습관이 있다. 그래서 당일에 하지 않아도 되지만 언젠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늘 맨 뒤에 10번, 11번 번호표를 달고 붙어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 대부분은 다음날도 같은 번호를 달고 대기 중이다. 음… 근데 중요도를 따져본다면..ㅜㅜ

켈리 최의 말에 쿡! 찔인 것처럼, 내게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들이 맨 뒤에 놓여 있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말 그대로다. 그 일은 데드 라인이 없고, 시급을 다투지 않는다. 논문을 쓰고, 책을 읽고, 쓰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ㅡ 그걸 의식하고 보니 갑자기 나한테 미안해졌다. 왜냐하면 시급을 다투지 않아 뒤로 밀려난 그 일들이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미래에 꿈꾸는 일을 위해 꾸준히 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내가 성공과 거리가 먼 거였나??

그런 거였군 ㅋㅋㅋㅋ

아, 성공 여부는 둘째 치고, 왜 늘 시간에 쫓기고 바쁘게 일하면서도 정작 뭔가 허전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리곤 오늘부턴 안 급해도 중요한 일을 먼저 해야지! 하고 다짐했다. 그런데 조금 뒤에 또 켈리 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요?” 나는 To do list를 고쳐 적으며 혼잣말로 대답했다. “ 미래의 발전을 위해 중요한 자기 계발이겠지. 그러니 학습지 복사, 단순한 공문 발송 이런 것에 1, 2번을 주면 안된단 거지.” (논문 쓰기를 1번으로 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찰나)

그런데 의외의 답이 들려와 또 한번 쿡! 했다.

아니 이번엔 쿡쿡..아아아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은 건강을 챙기는 것과 같은 거라 했다. 매일 운동을 하고 식사를 잘 챙겨 먹고, 양질의 잠을 자는 것.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그래 그래 건강 중요하지! 건강이 최고지! 하겠지만, 큰 질병을 앓고 있지 않은 이상 급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일을 떠올릴 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습관을 떠올리기기 쉽지 않다.

거창하게 말해서 건강이지,

쉽게 말하면 밥 잘 먹는 거랑 제때 잘 자는 거,

그리고 가족들과 충분히 시간 보내는 거니까.


근데 이 말 들으면서

쓰고 있던 스케쥴러를 또 멈추고 쳐다봤다.

운동 언제 했지? 나 요새 잘 먹고 있나?? 내 마음을 잘 다독이고 그 소리에 마음을 잘 쓰며 살고 있나??? 또 우수수 질문이 쏟아졌다. 이 뻔해 보이는 말에 자꾸만 쿡쿡 찔린 건, 내가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들로, 또 근래에 심신이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부터 잠도 잘 안오고

소화가 안되어 배도 끊어지는 것 같을 때가 잦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몸만 바쁘달까,

뭔가 깜빡할 때가 많고 자꾸 누워있고 싶어서

스스로 ‘나 번 아웃 온 건가?’ 하고 생각할 때였기에, 더 그랬다.


그래서 일단 아침 시간을 바꿔보기로 했다. 출근하면 내 의지와 관계 없이 급하게 살아야 하므로,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는데는 아침이 딱 좋은 시간이다. 딱 1시간 30분만 나를 위해 무조건 빼놓는 거야. 근데 이렇게 피곤해서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몰라, 일단 해보자!

(내 장점 중 하나는 일단 시도한다는 것이다)



요즘의 아침 식사

안급한데 중요한 일 # 1. 밥 잘 먹기


다행히도 나는 요리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하지 않는다. 요리 실력이 좋아서가 아니라, 실험 정신 같은 게 있어서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재밌다고 느끼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에 야채나 과일 써는 게 귀찮지 않다. 네모 반듯하게 잘리는 걸 보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매일 아무리 바빠도 아침을 직접 만들어 먹고, 도시락도 싼다. 점심 도시락을 싸는 것은 내가 스스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이다. 엄청난 걸 만들어서가 아니라, 내 몸을 스스로 챙기고 있다!! 는 것, 나는 그런 기분을 좋아한다.


https://youtube.com/watch?v=dpBYYEhdofI&feature=share

유튜브 <이지은 다이어트>에서 퍼옴

안급한데 중요한 일 #2. 운동하기


아침 1시간 30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내가 마음을 바꿔먹은지 한달 반, 매일 아침 <이지은 다이어트> 채널을 보며 허벅지, 팔뚝, 몸통 등 온갖 돌려깎기를 했다!!! (물론 그렇게 극적으로 깎이진 않았다 ㅋㅋㅋㅋ 7일이 아니라 한달 넘게 했는데도^^;;  그치만 고마워요 웃는 눈이 예쁜, 나의 홈트 트레이너 이지은씨!)

살 빼는 것보다 에너지 넘치고 활력 있는 삶을 원해서인지 다욧 효과는 큰지 모르겠는데 매일 아침 땀 뚝뚝 흘리고 씻으면 기분이 더 좋아진다. 아.. 진짜 땀방울이 매트위에 뚝 떨어질 때 기분은 뭔가 제대로 운동하는 느낌이 들어 스스로 “ 잘 했어, OOO” 하고 나간다.

늦잠자고 정신 없을 땐 10분이라도 후다닥!

누가 그랬다. 목표를 너무 높게 세우고, 조금이라도 거기 못 미치면 포기해버리는 것보다 적게 해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래서 조금 하고 가도 오늘 망했다… 는 생각을 안하기로.


데이비드 호킨스 <놓아버림>

안급한데 중요한 일 #3. 책 읽기


슬럼프인지 번 아웃인지 암튼 무기력이 나를 덮치려던 무렵, 우연인지 운명인지 내게 딱 필요한 책이 왔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놓아버림>

이 책은 그의 또 다른 책 <의식 혁명>과 함께 내 책장에 일 년 넘게 있었는데, 이제야 읽게 된 것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내 안의 큰 나는 온데 간데 없이 작고 움츠러든 내 모습을 확인했다. 어쩜 모든 케이스가 딱 나같지? 그래서 또 마음을 달리 먹기로 결심했다.

우리 안의 천진함을 찾자!

이 책의 많은 구절과 사례 중에서

내가 특히 좋았던 것은 이 부분이다.

모든 인간은 적어도 그 시점에서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택한다. 그게 어리석고 나빠 보여도, 그런 선택과 노력 뒤에 천진함이 숨겨져 있다.

나에게도, 남에게도.

그럼 우리는 나의 실수와 과거의 상처도, 타인의 그것도 설령 이해할 수는 없다 해도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 때의 난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지,

그 사람도 그랬을 거야.



우리의 마음, 특히 감정은 생각보다 쉽게 속아넘어가기도 한다. 켈리 최가 “오늘도 멋지고 기대되는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따라하라고 할 때, 처음에 난 어이가 없어 웃어버렸다. 뭐라구요? 월요일 아침, 할 일은 태산 같고, 기대되는 하루가 아니라 뻔한 하루일 게 뻔한 거 같았으니까. 그런 맘으로 그 말을 따라 하는 건 거짓말 같아서 웃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며칠동안 그렇게 웃으며 따라하다가 학교에 갔는데, 어쩐지 웃는 내 모습이 좋아서 또 조금 기분이 좋아지고, 계단을 두 개씩 가볍게 올라가서 애들한테 오늘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그러니까 평소보다 애들이 덜 자는 것 같이 느껴지고, 한두명 더 깨어 있는 게 엄청 고맙게 느껴지고.


이렇게 하루 하루가 흘러 번 아웃이 오려나.. 할 때의 어깨 통증과 두통이 사라지고, 아침에 가벼운 마음으로 눈을 뜨게 되었다. 결국 내 감정은 어이 없는 웃음에 속아넘어가서 진짜로 기분이 좋아지고, 끝엔 다 잘 될 거라는 마음 속 주문으로 힘을 얻었다.


번 아웃이 올때 최면 요법도 괜찮다.

급하지 않아도 중요한 일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

애쓰지 않고 조금 놓아버리는 것ㅡ

(아침 밥과 허벅지 돌려깎기에 집착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닌지도 모르지만^^)

이걸 꾸준히 시도하는 것만으로 내가 쫌 더 좋아진다.


말 그대로 시도.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그랬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고 ㅡ

괴테 만세! ^___^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을 가지 못해도 괜찮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