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마음을 더듬어보는 건 계속 할거야
타인을 ‘이해’한다는 건 뭘까. 정말 내가 아닌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될 때가 많아서,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 내가 그래서 그런 짓(?)을 했구나, 하고 어렴풋이- 그것도 정말 그런 짓을 할 당시의 내 마음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내 마음, 나란 인간을 조금씩 더듬어 갈뿐이었다.
그런 내가 다른 사람을 백 프로 온전히 이해한다고?
음, 난 그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입장에 서려 노력하지만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을 아주 조금 더듬어보려 애쓰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뭐라 뭐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고, 그 사람이 놓인 현재의 상황뿐 아니라 그가 살아온 긴 삶의 역사를 다 모르니까. 그런데도 내가 그리 사려 깊은 사람이 못되어서 어떤 순간엔 쓸데 없는 말들이 불쑥불쑥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곧 후회하지. 그러면 안되었는데ㅡ 또 왜 그랬을까
며칠전 동생과의 전화도 그랬다.
여러 걱정거리를 털어놓는 동생에게 딴엔 도움이 될 거라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끊고 나자마자(아니, 실은 얘기를 하는 도중에 아차! 하는 감이 왔더랬다) 이게 아닌데ㅡ 싶었다. 그 얘기들은 동생을 이해하거나 위로하거나 공감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나에 대한 거, 내 마음뿐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후회와 미안함을 담아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을 때, 동생은 어디도 못할 얘기를 들어준 것만도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렇게 늘 그 안에 다 파고들지 못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가끔씩 친구들이 나랑 얘기하고 나면 마음이 놓이고 이해받는 기분이 든다고 하면, 정말 내가 이 사람을 그 정도로 이해하고 있나 싶고ㅡ 결국 나는 내 경험, 내 관점에서 나를 그 사람의 자리에 옮겨놓아보는 거 아닐까ㅡ
그러다 문득 오래전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누가 나한테 그랬다.
도대체가 그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백 프로 이해할수는 없죠.
그래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아, 저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
노력하는 그 마음이 애정이니까요.
저는 상대가 저를 다 이해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요.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과 그 정도의 노력이면
충분해요.
하하,
그 대화가 떠오르자 웃음이 났다. 쫌 부끄럽기도 하고.
언제나 남들한텐 그럴듯하게 말해주고
나 자신은 그렇게 못하니까ㅡ
오늘은 나에게도 쫌 따뜻하게 말해줘야겠다
너를 이해하고 싶다는 내 마음은 진짜니까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다 이해 못할 거야
그렇지만 그 마음 가까이 가보려 노력하는 건 계속해
그러니까 너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이런저런 얘기들을 다 해줘
나는 그거면 충분하니까
남들에게 말해주듯 나에게도 좀 더 다정해져야겠다.
나도 내가 다 모르는 또 다른 누군가여서
실수와 후회투성이인 그때의 나를
지금의 또 다른 내가
다 괜찮다고,
아무 문제 없다고 다독여주면
더 행복하게 살수 있을 것만 같은 주말 아침.
늦잠을 잤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