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빠와 나

아빠의 기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해 주세요.

by 때때로

나는 시작이 다 조금씩 늦었다. 대학도 재수, 대학 다니면서 특별한 일 없이 1년 휴학, 졸업 후 입사도 1년 늦었다. 그래서 입사했을 때 동기들보다 나이가 좀 많아서 남자 동기들과 나이가 비슷했다. 나는 생각지도 못하게 국제업무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됐고, 그 팀에는 나이가 나보다 많고 업무에 능숙한 선배들이 많았다.


선배들은 나를 무척이나 예뻐해 주셨고(적어도 나의 기억에서는 그렇다), 나도 멋진 선배들을 보며 배우고, 퇴근 후에는 업무와 관련한 스터디와 세미나도 다니며 열의를 불태웠다. 그때를 돌아보면 야근도 많이 하고 힘들었는데, 배움의 열정이 어디서 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선배들과 함께 했기에 즐거웠던 것 같다. 젊었기 때문이었을까, 타고난 기질일까, 쫄보이면서도 궁금한 건, 물어봐야 했기에 사람들이 많은 강연에서도 굳이 굳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하곤 했다. 쫄보이기에 목소리가 떨리고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지만, 그렇게 꼭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이후 발령이 나서 통계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기존에도 작성하고 있는 문서가 있었지만, 기준을 명확히 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을 해야 했다. 그때는 정말 두뇌가 팽팽팽~ 돌아가서, 기준을 세우고 정리하는 것이 나름 재미있었다. 통계를 예측하고 비용으로 산출하는 과정도 어렵긴 했지만, 흥미로웠다.




엄마는 아빠가 내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전해주셨다. 아빠 눈에는 조금씩 다 늦은 딸이, 회사 들어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참 염려가 되셨을 것 같다. 나는 대학에서도, 회사에서도 나름의 즐거움들을 찾으며 잘 지내고 사람들과도 잘 지내고 있었는데, 아빠는 걱정이 되셨나 보다. 아빠는 결혼 전 다니던 교회는 이제는 가지 않지만, 마음속으로는 하나님께 계속 기도를 하고 있었다.

딸을 위한 아빠의 기도.


반짝반짝 빛나고, 칭찬받고 인정받던 시절을 지나, 승진에 떨어지고 하고(다음엔 붙었다.), 조직에서 좌절감을 맛보기도 하며 오랜 시절들을 보냈다. 올해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이 나고 업무를 적응과정에서, 어려움이 생겨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늘 퇴사를 갈망했지만, 실제로 정말로 진짜로 근 20년간 일한 곳을 그만두는 것은 편치는 않았다.


처음에는 신났다가, 다음에는 잘한 선택이 맞나 걱정이 되었다가, 또 이렇게 계속 살 순 없어. 내가 먼저 살아야지! 라며 생각하다가 드디어 퇴사다! 라며 즐거워했다가, 아이들 학원비와 생활비 등 현실적인 문제에 걱정이 되었다가 오락가락한다.


아빠는 그만두면 생계에 영향을 받을 텐데라며 몹시 걱정을 하시면서도, 그동안 참 애썼다 말씀하신다.

남편에게는 "자네 고생이 많네."라며 위로하시다가, "우리 딸 참 오래 일하지 않았나. 좀 쉬어도 되지." 그러다가, "그래도 계속 쉬지는 않지 않겠나? "라고 말씀하시며 나처럼 마음이 오락가락 방황하고 계셨다.

아빠의 그 기도는 어디로 갔을까?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 함께 근무한 지 얼마 안 되는 직원이 식사를 하자고 했다. 내가 처음 발령 났을 때 친절하게 챙겨준 우렁각시 같은 직원이었다. 직원이 헤어지면서 해 준 이야기들이 참 고마웠다.

"참 좋은 어른이어서, 보면서 따라가고 싶었어요. 다른 직원들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는데, 많이 이야기 나누지 못해서 아쉬워하고 있어요. "


출근 마지막날, 직원들이 써 준 나의 키워드


삶이 어떻게 흐르더라도,

아빠의 기도대로 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앞으로도, 빛날 것이다. 반짝반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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