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아빠와 나

계산기

마음속 계산기와 장부는 잠시 꺼두자.

by 때때로

아빠는 매년 열심히 농사를 지으시지만, 결실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고, 열심히 키웠는데, 간혹 생각했던 열매가 아니라 다른 열매가 맺히기도 했다.


올해는 다행히 복숭아와 자두가 잘 자라줘서, 판매한 것마다 반응이 좋았다. 아빠는 그동안 농사하신 중에 역대 최고라고 하셨는데, 아빠의 노동력 대비 순수익이 있을까? 아빠는 이 좋은 결실을 누구와 나눌까?

나라면, 나는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쓰거나 나이가 들어가면 주머니가 든든해야 하니, 저축해서 야금야금 꺼내 쓸 거다.


그런데 아빠의 선택은 달랐다.



나의 큰아버지는 젊은 시절 시골집 지붕을 고치러 올라가셨다가 떨어지셔서 다리를 못쓰게 되셨다. 큰엄마는 큰아버지를 대신해 아이 셋을 키우고 생계를 꾸려나가야만 하셨다. 우리 아빠는 형수와 조카들에 대한 미안함을 끌어안고 사셨다. 기억 속 부모님은 매번 명절 때마다 과일과 고기, 용돈을 두둑하게 준비해서 드렸던 것 같은데, 늘 부족하다 생각하셨다. 나는 괜히 억울했다. 명절에 가면 나는 용돈을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받지 못하고, 손해만 본 것 같아서 심통이 났다. 내 돈도 아니면서.


그런데, 이번에 언니를 통해서 들으니 (아빠는 나한테 이런 얘기는 안 해준다.) 아빠가 큰엄마와 사촌들에게 이번 결실의 일부를 나눠주신다고 한다.

아! 또 나는 내 돈 주는 것도 아닌데 또 배가 아프다! 작은 아빠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으로 주고 싶은 마음. 결실을 나누는 그 마음은 무얼까. 나의 간장종지 같은 마음이 금세차고 넘친다. 왜 그렇게 심통이 날까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마음속 계산기가 계속 돌아가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늘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는다. 아빠도 엄마도 늘 사람들에게 많이 주고, 늘 적게 받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속이 상해서 자꾸 배가 아프다.


괜히 심통 나는 마음에 남편에게 얘기하니, 남편은 아빠의 그 마음 덕분에 내가 덕을 보지 않았냐고 되묻는다. 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맞다.


아빠의 마음속 장부에는 지출은 없고 수입만 있다. 누군가 자신에게 준 고마웠던 순간들은 오래오래 기억하고, 지출은 기억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수입은 가끔 까먹으면서, 지출은 오래오래 기억하는 것 같다.


괜히 자꾸 배 아프니, 마음속 계산기와 장부는 좀 꺼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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