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낭만에 관하여
딸은 지난번 중간고사를 망했다. 특히 과학을 망쳤다.
그래서 기말고사를 앞두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공부하는 것이 유세인 것처럼(그날의 감정이 자꾸 솟구쳐 오른다.)
“엄마 저 과학시험 시험 잘 보면, 저 아이돌 앨범 사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럼 나는 전 과목 다 잘하면~ 생각해 볼게”라고 대답한다.
이럴 때면 가끔 기억이 나를 과거로 소환해서, 아빠가 사주셨던 선물이 생각난다.
어렸을 때부터 언니는 늘 공부를 잘해서, 100점을 받거나 상위권을 늘 도맡아 했다.
나는 숙제가 있으면 전과를 베껴쓰기 바빴고, 문제를 풀 때 생각을 하지 않아서 거의 무뇌상태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늘 남아서 나머지 공부를 하고, 3학년 때 성적표는 크음.....
수학이 “가”였나? “양”이었나?
아직도 수학을 못했던 이유가 또렷이 기억나는데, 수학에서 덧셈과 뺄셈을 늘 앞에서부터 해서 꼬여버렸다.
지금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이고,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우수한 능력과 실력을 보여주었다! 진짜다!
엄마 아빠의 맞벌이로 인해서,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의 슬픈 이야기였을 뿐이고,
이후 뭔가 요령이 생기기도 하고 스스로 공부해서 좋은 성과를 냈다.
이런 내가 시험을 잘 보았을 때, 얼마나 집에서는 경사였겠는가.
늘 잘하던 언니의 꾸준한 성과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지만,
부족한 나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아빠는 나를 격려해주고 싶어서 선물을 해주셨는데,
길거리에 핀 코스모스를 그린 흰색 테두리의 유화액자를 사주셨다.
‘뭐지?
내 거 맞나?
누구를 위한 선물이지?‘
받는 사람과 상관없는 그림.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주는 대범함.
아빠는 왜 그 그림을 주셨을까?
(문득 궁금하여 아빠에게 꼭 물어봐야겠다!)
거실에 걸려있던 그 그림은 언젠가부터 사라졌고,
그저 그 화려했던 코스모스만 기억이 남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 보니,
그 그림이 나를 위해서 사준 것이었는지,
늘 잘하던 언니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경우 없는 분들은 아니었다.
아빠가 사준 선물들 중에는
초창기의 컴퓨터 보급시절에 컴퓨터도 사주셨고, 공부하고 음악 들으라고 소니 워크맨,
방수시계 등도 사 주셨었다.
그런 아빠가 선물한 “코스모스 액자”
사실은 자신을 위한 선물 아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낭만을 이어받아, 그림을 보는 것도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초급),
나의 아이들도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빠의 그 낭만이 나의 삶에도 깊숙이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