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을 꽤나 재미있게 보고 있다고 한다.
2. 원래 OTT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빈지 워칭(binge watching)’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매주 2편씩 공개되는 방식은 그렇게 선호하지 않은데..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빙>은 꽤나 재미있게 보고 있다. 심지어 <무빙>이 공개되는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질 정도.
4. 특히 <무빙>은 1화부터 7화까지를 한 번에 공개한 다음에, 매주 2화씩 스토리를 전개해나가고 있는데.. 기존의 드라마와는 달리, 매주 공개되는 2편의 에피소드가 나름의 완결성이 있어서 굉장히 몰입하면서 보고 있다리. 스토리 전개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달까?
5. 게다가 한국에서 만드는 슈퍼 히어로 장르라고 해서 사실 보기 전에는 엄청 유치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유치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비현실성을 훨씬 더 잘 풀어낸 느낌.
6. 무엇보다도 구룡포의 캐릭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사실 그동안 슈퍼 히어로 영화를 많이 봤음에도, ‘자가 치유 능력’이 이렇게나 강력한 능력인지를 잘 몰랐는데, 뭔가 배우 류승룡 씨가 연기하는 구룡포라는 캐릭터는 존재 그 자체로도 굉장히 강력크한 느낌.
7. 특히 놀라울 정도의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타고난 길치라서 길을 한 번 잃으면 엄청 헤매는 구룡포는, 그렇게 엄청난 초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인생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믿고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스타일인데,
8. 그러다 믿었던 후배에게 배신 당하고, 존경하던 선배마저 훌쩍 떠나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사고로 잃으면서 좌절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도 딸 희수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구룡포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개인적으로는 아이언맨이나 캡틴 아메리카 못지않게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을 했다.
9. 그리고 어쩌면 이 부분이 <무빙>이 다른 외국식 슈퍼 히어로 영화와는 다른 포인트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기본적으로, 슈퍼 히어로 영화는 절대적 빌런의 존재를 상정하고 시작하는데, 그래서 “히어로를 완성시키는 것은 빌런”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10. 물론 <무빙>에도 여러 빌런이 존재하지만, 타노스처럼 막강한 절대적 빌런보다는 현실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무빙>의 히어로들을 가로막는달까?
11. 이후의 에피소드에서 절대적 빌런이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특별한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그 자체가 우리에게 여러 문제와 고민을 던져주는 진짜 빌런일 수 있지 않을까?
12. 때로는 믿었던 후배의 배신이, 때로는 조직과 자리를 지키려는 상사의 욕심이, 때로는 조직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선 넘는 충성심이, 때로는 몇 푼의 돈이,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를 가로막는 장벽이 될 수 있음을, 그렇게 <무빙>을 보면서 어떤 절대적 존재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수많은 풍경들이 그 자체로 우리 삶의 빌런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3. 그리고 그걸 무식하게 뚫고 나가는 구룡포와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게 바로 ‘K-슈퍼 히어로 장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14. 세상을 구하는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아니라, 처절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의리를 지키고, 또 사랑하는, 그런 슈퍼 히어로 이야기 말이다.
15. 어쩌면 수많은 문제와 빌런이 넘치는 이 현실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쩌면 슈퍼 히어로 같은 삶인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회복탄력성’을 가지는 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무튼 오늘은 <무빙>을 하는 날이니, 빨리 퇴근해야 겠다리. 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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